원희룡 제주지사가 난개발로부터 청정 제주의 가치를 지켜내겠다며 대대적으로 발표한 ‘청정제주 송악선언'. 원 지사는 이 선언을 하기 위해 굳이 일요일에, 굳이 제주도청 기자실이 아닌 송악산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른바 '그림'을 만들기 위해서다. 아닌 게 아니라 그림은 잘 나왔다. 송악산과 그 앞 바다를 배경으로 삼았으니 그 그림이 좋지 않을 리 없다.

하지만 원 지사는 그처럼 거창하게 발표한 송악선언의 첫 단추부터 제대로 꿰지 못하고 있다. 이는 원희룡 도정의 소통부재와 선언을 실천하려는 의지박약의 결과다. 원희룡 도정은 선언식의 '그림'이 아닌 해당 지역 주민과의 소통과 설득에 더 공을 들여야 했다.

원 지사는 송악선언의 첫 번째 실천조치로 송악산 일대를 문화재로 지정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송악산의 가치를 높이고 개발사업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원 도정은 내년 1월부터 ‘송악산 문화재 지정 가치조사 용역’을 추진하기로 하고, 새해 예산안에 용역비 6000만원을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인 양병우 의원이 해당 용역비 전액 삭감을 요구하고 나섰다. 송악산이 있는 대정읍을 지역구로 하는 양 의원은 ”세상에 이렇게 날벼락이 있느냐. 문화재 지정 논의가 오가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따졌다. 소통부재에 대한 지적이다. 제주도의회는 15일 새해 예산안을 처리했는데, 해당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송악선언의 첫 번째 실천조치는 이렇게 예산 확보의 벽을 넘지 못했다. 무엇보다 주민과의 소통 및 설득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원희룡 도정이 해당 지역 주민 및 도의원과의 소통 및 그들을 설득하기 위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송악산 문화재 지정을 위한 다음 계획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원희룡 지사가 얼마나 의지를 갖고 송악선언 실천조치들을 추진할지 파악할 수 있는 가늠자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원 지사가 약속한 다른 실천조치들의 미래까지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송악산 선착장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지난 10월 25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송악산 선착장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주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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