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덕고등학교 음악과 홍보 이미지. (사진=함덕고등학교 홈페이지)
함덕고등학교 음악과 홍보 이미지. (사진=함덕고등학교 홈페이지)

제주 함덕고등학교가 특수목적학과인 음악과 입학 시험을 실기 없이 내신 100%로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 전망이다. 

특수목적 학과는 전국의 예술고등학교와 교과목 및 내용이 동일하다. 함덕고 음악과는 사실상 음악 예술고등학교인 셈. 전문가를 조기 양성한다는 설립 취지에 따라 입학시험 전형에서 실기 비중이 50%를 차지한다. 

하지만 제주특별자치도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한다고 발표하자 함덕고 음악과는 실기시험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내신 성적을 두 배로 환산해 실기성적을 대체하겠다는 것. 

함덕고는 지난달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 2021학년도 입학전형 운영방법을 발표했다. 내용에 따르면 1~1.5단계는 내신성적(300점)과 전공 실기성적(300점)이며 2단계~3단계는 전공실기 시험을 실시하지 않고 내신성적(600점) 100%로 선발한다. 

공교롭게 제주지역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상향하는 시점인 18일이 전공 실기시험을 진행하는 날이다. 단 하루라도 일찍 치러졌다면 실기는 그대로 진행됐을 상황이다. 

이에 음악과 입시를 준비하던 중학교 3학년 학생들과 학부모, 학교 관계자 등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학교 관계자 A씨는 “함덕고 음악과는 예술고등학교 음악과와 다를 바가 없다”며 “음악 전공 학생들을 모집하면서 실기 100%로 뽑아도 모자랄 판에 국영수 시험 성적이 높은 학생이 더 유리한 상황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함덕고 음악과에서 독일 데트몰트국립음대 교수를 초빙(사진=함덕고등학교 홈페이지)
독일 데트몰트국립음대 교수가 함덕고등학교 음악과 학생들을 지도하는 모습. (사진=함덕고등학교 홈페이지)

실제로 다른 지역 예술고등학교의 경우 실기시험을 진행하지 않는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예술고등학교 음악과의 경우 거리두기 단계에 관계없이 모두 대면 실기로 실시한다. 단 2~3단계는 전공별 시험일을 분산해 진행한다. 실기성적 반영 비율은 60% 동일하다. 

경기예술고등학교 음악과의 경우 1~2단계는 대면, 3단계는 영상 심사로 대체한다. 실기 점수 반영 비율은 작곡 전공을 제외하곤 거리두기 단계에 관계없이 60%로 동일하다(작곡 전공은 3단계에서 30% 반영).

이에 대해 학교 측은 내신 100% 반영이 최선이었다는 입장이다. 

이날 이상훈 함덕고등학교장은 제주투데이와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모집요강할 때부터 2단계에선 실기시험 없이 내신으로만 입학 전형을 하겠다고 공지가 나갔다”며 “학생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대면 실기시험은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영상 심사(비대면 실기) 대체 방안에 대해선 “음악이란 건 대면이 원칙”이라며 “영상 자료는 참고자료에 불과하다. 대면 실기 시험을 진행할 수 없을 경우 학교에서 제공하는 자료 중에서 가장 가치 있는 건 내신이라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고등학교 입학 전형업무를 담당하는 교육청 관계자는 “입학생 선발 요강은 학교장이 요청한 사항이 크게 무리가 없고 타당하다면 교육청은 그대로 승인을 해주고 있다”며 “영상 심사로 대체할 경우 공정성에 위배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내신으로만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함덕고 음악과는 내년 신입생 모집 정원에서 실용음악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전공은 지원학생이 미달이라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 본다”며 “몇 년간 실기시험을 준비해온 학생들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국가적인 재난 상황이란 걸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주도교육청은 지난해부터 독일과 러시아 등 해외 유수 음악교육기관과 교육 교류협약을 추진하는 등 함덕고 음악과를 전문 음악 인재 양성 기관으로 키우는 데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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