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가도 봄은 오네‘ 표지. (사진=제주작가회의 제공)
‘봄은 가도 봄은 오네‘ 표지. (사진=제주작가회의 제공)

 

사단법인 제주작가회의(회장 강덕환)가 ‘작가가 만난 4·3사람들 두 번째’ <봄은 가도 봄은 오네>를 발간했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2018년 ‘작가가 만난 4·3사람들 첫 번째’는 <돌아보면 그가 있었네>를 발간한 지 2년 만이다. 작가 6명이 만난 제주4·3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설과 대담, 르포 등 다양한 형식으로 담았다.  

김연미 시인은 4·3 당시 총상을 입은 몸으로 동굴에 숨어 살았다가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부순녀 할머니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흐르지 않는 겨울’을, 부복정 작가는 4·3의 광풍으로 형님을 잃은 좌민형 씨의 삶을 소재로 ‘살아온 흔적을 닦다’를 써냈다.

또 김영란 시인은 이유도 없이 형무소 생활을 해야 했던 4·3 생존 수형인으로 견딘 모진 세월을 ‘벚꽃 옹알이’라는 작품으로 그려냈으며, 김동현 작가는 1947년 3·10 총파업 및 당시 총파업에 참여했던 사람들과 양을 검사를 소재로 ‘쓸모의 시간’이라는 제목의 소설로 써냈다. 

이 작품들은 실존 인물을 모델로 그들이 살아와야 했던 삶을 이야기 소설의 한 형식을 빌어 소설적 기법으로 풀어냈다.

또 김경훈 시인은 재일 시인 김시종의 삶을 녹여낸 대담 ‘김시종, 4·3과 재일(在日)을 살다’를 묶었으며, 홍임정 소설가는 제주 4·3 진상규명 운동에서 큰 역할을 했던 ‘영원한 4·3기자’ 김종민씨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풀어냈다. 

‘작가가 만난 4.3사람들’은 4·3이라는 역사의 격랑을 겪어왔던 피해당사자와 후손뿐만 아니라 4·3 관련 인물들의 삶을 단순한 구술사 차원의 접근이 아닌, 작가가 직접 인터뷰 및 취재 후 작가적 관점에서 제주4·3을 겪어온 삶의 구체성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제주작가회의는 “말하지 못한 시간들을 온전히 글로 남길 수 있을까. 기록되지 못한 기억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몇 줄의 글로 항쟁의 기억과 죽음의 시간을 옮길 수 있을까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채 영글지 못한 우리의 글에 자주 절망했다. 그들의 말을 담기에 우리의 글은 모자랐다”면서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절망하고, 좌절하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었지만 우리의 기록이, 누군가의 가슴에 가닿을 작은 파문이길 희망했다. 그 파장의 힘으로 4·3을 말하고, 노래하고, 춤추게 되기를…. 죽음의 비극에 아파하면서도”라며 문장이 아니라 글 쓰는 자의 태도에 대해서 고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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