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일씨. (사진=한국산업인력공단 제주지사 제공)
이재일씨. (사진=한국산업인력공단 제주지사 제공)

저는 제주에서 현재 전기안전관리자이자 빌딩 방재 현장 관리자로 일하고 있는 이재일입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의 국가기술자격은 제 인생에 있어서 목표와 동기를 갖게 해주었습니다.

#순탄했던 대학 생활, 그러나 사회의 첫 쓴맛을 보다

제주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학과 내 산학연 맞춤 취업 트랙의 수혜로 졸업과 동시에 반도체 메모리 설계 업체에 취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영상의 이유로 첫 직장에서 이른 희망퇴직이라는 사회의 쓴맛을 경험하게 되었으며, 그 당시 애매한 경력은 재취업을 위한 서류접수에서 계속 낙방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에도 자격증에 대한 필요성은 몰랐던 시기. 졸업하기 전에 다들 도전하는 정보처리기사가 전부였다. 단기계약직, 아르바이트, 백수 이렇게 방황하던 중 폴리텍대학의 전문기술과정을 알게 되었고 이것이 내 인생 상반기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늦은 나이에 신재생 전기에너지 학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폴리텍대학 신재생 전기에너지 학과에서의 지독한 독학

늦은 나이에 다시 학생이 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도 부담이 되었지만,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다시 찾아오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으로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첫 직장에서 퇴직 후 몇 년에 걸쳐 취업포털을 통해 제주지역 구인직종의 스크랩을 통해서 동향 분석 결과 전기 직종이 향후 수요가 있고, 전기 직종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전기기능사 또는 전기기사 자격증이 있을수록 유리함을 알기에 더 간절했던 나날들이었다. 

물론 전문기술과정에서는 전기기사에 대해 가르쳐주진 않기 때문에 학과 일정 외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서 추가로 학원이나 동영상 강의를 구매하지 못해서 지인들을 통해서 각종 자료를 취합해서 독학을 해왔다. 당시 매월 기능사 또는 기사 자격시험을 치러왔다. 

대학 졸업 이후 한동안 그렇게 공부를 해보지 않아서 나 자신을 몰아붙이면서 적응해야만 했다. 전기기사 자격증 준비에 있어 내 전공이 이공계 전공이어서 공업 수학, 회로 이론 같은 경우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지만 각 수험과목의 분량도 만만치 않고 무엇보다 필기만 합격하면 끝이 아니었다. 

2차 시험인 실기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기를 준비할 때부터 실기 시험을 고려해서 지인에게 얻었던 동영상 강의, 인터넷을 통한 전기기사 요약집, 기출문제를 반복에 반복했다. 수험 준비 기간을 길게 끌고 가기보단 제한되고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효율적으로 공부하고 준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서 하루에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회독 수를 높여가는 것이 가장 빠른 합격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무조건적인 회독 수 증가뿐만이 아니라 강의 노트, 오답 노트도 빼먹지 않고 작성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해 여름, 한 줄기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기기사, 전기기능사 합격과 동시에 전기기술인으로서의 취업 성공

폴리텍대학 전문기술과정에서 전기 실무에 대한 기초지식과 원리에 대해서 배워나가고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국가기술자격인 전기기능사와 전기기사를 준비를 약 7개월. 여름방학 시즌에 나 자신을 시험하기 위해서 신재생에너지발전 지방공기업의 공개채용에 지원하고 2학기가 시작하면서 전기기사 자격 합격과 동시에 취업에도 성공할 수 있었다. 그해 취업 이후 따로 시간을 내어 전기기능사 실기 연습에 매진하여 전기기능사자격도 최종합격할 수 있었다.

물론 애매한 경력과 나이로 지방공기업 업무에 있어 경계도 많았지만, 그동안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없었기에 전기기술인으로서 첫발을 내딛고 전기안전관리실무, 신재생에너지발전 운영관리 업무에 주야 상관없이 매진하였다. 폴리텍대학에서의 국가기술자격 준비의 시간이 없었으면 그런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나를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과감한 결정과 관리자로서 첫발을 내딛다…. 증명하기

취업에 성공하고 늦은 나이에 가정을 이루게 되었으나, 변변치 않은 경제 상황과 조금 더 나를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갈망에 좀 더 나은 자리와 나에게 투자할 시간을 찾기 위해 이직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국가기술자격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것들에 대해서 확신이 생긴 터라 적당한 시점에 지금 직장의 공개채용에 합격하여 빌딩 방재 현장 관리자 및 전기안전관리자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관리자로서의 인정은 그리 쉽게 얻을 수 없었다. 전기기술 실무는 자신이 있었지만, 빌딩시설관리의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었으며, 지역사회의 특징이 관리자의 나이도 무시할 수 없었다. 기존 직원들의 텃세를 극복하기 위해 무언가 필요함을 느꼈고, 이직 초기에 나의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다시 도전하기로 마음을 굳게 먹는다. 
                           
#주경야독, 전기기능장 도전

다시 자격 공부에 대해 감을 되살리기 위해서 업무 외 시간도 쪼개어 책을 보고 퇴근 후에 밤늦게까지 작업형 연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전기기능장 필기는 전기기사 자격을 공부할 때가 기억이 나서 그나마 쉽게 통과했지만, 문제는 실기였다. 작업형과 필답형을 이틀에 걸쳐 시험을 치르게 되는데 독학으로 공부하기엔 정말 산 넘어 산이었다. 

특히 작업형 같은 경우에는 퇴근 후에 연습하는 수밖에 없어 연습도 시간 배분과 연습 계획을 치밀히 세우지 않으면 일하고 난 다음의 피곤함으로 집중력이 떨어지기 일쑤였다. 항상 머릿속에 작업형 과제 중 하나인 PLC 프로그램이 계속 생각이 나고 일상이 계속 초긴장 상태였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되었지만 포기할 순 없었다.

#첫 번째 도전…. 아까운 오작

상반기 실기에서 주어진 시간 안에 완작은 하였으나 작은 실수 하나로 오작판정.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하반기 시험은 여름에 있어서 연습 효율도 떨어질뿐더러 다시 밤늦게까지 공부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정말 포기해야 하나 싶기도 했었다. 매일같이 늦게 귀가해서 아내와 아이에게 미안했다.

탈락 소식을 집에 가져갔지만, 아내의 ‘첫술에 배부르겠냐’는 말에 이왕 도전한 일 한 번 더 밀고 가보라는 말에 용기를 얻고, 다시 계획 짜기 돌입. 이번엔 저번보다 더 치밀하게 준비했다. 상반기 시험을 보면서 부족했던 부분들과 시간을 줄이는 방법에 관한 연구, 회로 분석, 연습에 연습.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연습 역시 실전같이 내 작업에 좀 더 엄격한 기준을 두고 연습에 임했다. 

그리고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결전의 순간. 필답형 시험 역시 만만치 않은 범위로 힘들긴 했지만 시간 배분을 잘해야 했다. 필답형은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기에 완벽하게 모든 답을 쓰려고 하기보단 소신껏 시험을 보고, 하반기 작업형 시험 날이 다가왔다. 

#완작…. 그리고 통과

작업형 시험에 기존에 예상했던 것보단 변수가 존재했지만, 끝까지 이제까지 응원해준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집중한 탓에 1일 차에 유일하게 완작하여 통과. 그리고 한 달 후 전기기능장 합격 통보….

직장에서는 아무도 합격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해냈다’는 기쁨과 자신감이 넘쳤지만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았다. 시험에 통과해서 단순히 자격증을 땄다는 생각보단 그에 따른 책임감과 조금 더 알고 공부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 

#전기기능장 합격으로 관리자로서 자질 인정, 그리고 새로운 기회

직장에서도 상사로부터의 인정보단 같이 일하는 동료들 사이에서도 전기기능장 자격취득과 책임 있는 태도로 관리자로서 자질을 인정받아 더 이상의 텃세는 없어지고, 나 역시도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았다. 서로 어려운 부분들에 대해서 더 위해주고 팀워크가 살아나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확실히 몸에 익혀지는 기술과 지식을 인정받아 이제는 시간강사로 교육 의뢰도 가끔 맡게 되고, 그에 걸맞게 기회도 생기게 되었다. 

기회가 생기면 다시 도전할 일들이 생기기 마련…. 아직도 나는 준비하고 공부하고 새롭게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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