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씨.
김동환씨.

과거의 저에게 국가자격증은 마치 다른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 같은 것이었습니다. 평생 취득한 자격증이라고는 운전면허 그리고 업무를 위해 급히 취득한 3톤 미만 지게차 면허뿐이었습니다. 정신없이 살았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며 가정을 챙기고 직장에서 맡은 일에만 열심히 임하며 사느라, 자기 계발 그리고 미래를 위한 준비는 소홀히 여기곤 했습니다. 그러던 중 2015년 중순 지금의 직장으로 이직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참 많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저의 업무는 청사 관리 및 국가자격시험장 주변 환경과 시설을 관리하는 일입니다. 매일 아침 사람들보다 조금 일찍 출근해, 청사 주변을 정리하고 시험장 시설 이상 유무를 확인합니다. 일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시험장을 찾아 열과 성을 다해 시험을 준비하는 젊은 청년들부터, 편치 않은 발걸음을 이끌고 오신 어르신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취업, 자기개발 등 미래를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봤습니다. 

한번은 팔순이 다되어 보이는 어르신께서 컴퓨터로 시험을 보겠다고 찾아온 모습이 많이 기억납니다. 생전 만져보지 않은 마우스를 잡고, 돋보기를 낀 채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시험에 응시하시더니, 결국은 ‘합격’까지 하셨습니다. 그 모습은 저에게 커다란 자극이자,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렇게 ‘나도 국가자격에 도전 해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제가 목표로 한 자격증은 지게차운전기능사였습니다. 정년 후에 저의 경력을 살려 일을 할 때 필요한 자격증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3톤 미만 지게차 운전면허가 있어 ‘이 정도쯤이야’라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의 과정이 녹록지 않았습니다. 

필기는 한 번에 합격했습니다. 그래서 필기만 합격하면 별거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처음으로 도전한 실기시험에서 탈락했습니다. 두 번째는 탈선, 세 번째 1초 차이로 땡!, ‘이거 장난 아니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 많이 창피하기도 하고 자존심도 상해 그만둘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사나이가 여기까지 왔는데 그만두면 안 된다, 너무 억울해서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도전했습니다.

이제는 죽기 살기로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영상과 강의도 수없이 찾아보고, 주변의 지인을 통해 몇만원씩을 쥐어주며 지게차를 빌려 타 연습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마지막이다’라는 마음으로 연습 그리고 또 연습했습니다. 그렇게 4번째 도전에서 ‘축 합격’이라는 결과를 얻어냈습니다. 

저는 수십 년을 시설 및 청사관리 업무를 맡아 왔습니다. 이제는 정년도 채 몇 개월 남지 않았네요. 지게차운전기능사 자격증은 오랜 기간 업무를 하며 한 일 가운데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누군가 보기에 그까짓 기능사자격증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학식이 없던 저에게 이 자격증은 나만의 ‘자랑스러운 처음이자 마지막 국가자격증’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국가자격에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흘리는 땀과 결과를 통해 얻는 열매가 삶에 커다란 용기와 희망을 가져다 줄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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