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범씨.
김승범씨.

내 나이 마흔, 10년간 일하던 직장에서 새로운 직업을 찾고 있었습니다. 바쁜 아내를 대신해 육아를 도맡아 하던 시절이라 야간 근무를 주로 하는 직장에서 10여년을 보내니 나도 남들처럼 9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 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도 어느 정도 커서 학교와 학원을 오고 가니 낮 동안 저의 돌봄이 필요가 없기도 했지요. 기왕 새로운 직업을 갖는다면 기술을 갖고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준비되지 않은 저에게 새로운 직장이 호락호락 나타나지를 않았습니다.

상심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전기기사를 취득하면 나이가 들어도 직장생활을 계속할 수 있고 정년 역시 다른 직장보다는 길다는 말을 듣고 ‘전기기사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전공과는 다른 분야의 자격증이었기에 도전을 시작했을 때 가졌던 포부만큼 진행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용어도 어렵고 이해도 잘되지 않아 생각보다 진도가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냥 포기할까’라며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는데 선배 한 분이 시작부터 전기기사에 도전하는 것보다 전기기능사를 먼저 따는 것이 전기에 대한 이해가 쉬워 훨 수월할 거라는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먼저 전기기능사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그리 쉬운 건 아니었습니다. 기본적인 전기에 대한 이해는 할 수 있었으나, ‘회로이론 및 전자기학’ 과목에서는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되지 않았지요. 

그렇다고 이것마저 포기하면 가족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책을 구매하고 동영상강의를 들으면서 차근차근 공부해 나갔습니다. 다행히 전기기능사 시험은 무난히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연이어 전기기사 자격증 1차 시험도 합격했습니다. 그러나 전기기사 2차 시험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처음 시험부터 너무 어려웠고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첫 번째 시험 탈락, 두 번째, 세 번째 시험도 탈락, 네 번째 시험은 그나마 열심히 공부했다 자부하며 다소 기대를 하였으나 합격률 1.4%라는 최악의 시험이었기에 저는 또 탈락의 쓴맛을 봐야 했습니다. 이젠 두 번의 기회밖에 남지 않아 마음이 초조해졌습니다. 

아내에게 퇴사를 해서 전기기사 시험을 보겠다고 선언했더니 눈이 동그래진 아내는 가장으로서 경제적 책임은 어떻게 지려 하느냐, 정신력이 부족한 거다, 이루려는 뜻만 있으면 회사를 다니면서도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며 채찍질을 하더니 풀죽은 내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옆에서 열심히 내조할 테니 정신 바짝 차리고 공부하라며 응원을 했습니다.

아내에게 미덥지 못한 모습을 보였던 것을 후회하며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5번째 시험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주간 근무 후 도서관, 야간 근무 후 도서관, 비번일 때도 도서관, 도서관을 내 집처럼 드나들며 연애 시절 데이트할 때의 열정을 살려 눈에 불을 켜고 공부했습니다. 동영상강의 전체강좌를 두 번이상 수강하고, 실제 시험이라 생각해서 과년도 문제 및 출제 예상문제를 풀다 보니 점점 자신감이 생겼고 당연히 최종합격의 기쁨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전기기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새로운 직장으로 옮겨 현재까지 즐겁고 행복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60대가 되어도 열심히 일하시는 옆 동료를 보면서 나 역시 오래오래 이 일을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깁니다. 나의 이런 직장생활에 대한 만족감은 ‘전기기사 자격증’ 취득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40대에 시작하는 새로운 도전! 충분히 가능합니다. ‘A rolling stone gathers no moss’ 속담처럼 긍정적이고, 역동적인 삶이 저의 인생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국가자격시험, 여러분도 도전하세요. 새로운 길이 열릴 것입니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