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크리스마스는 우울했다. ‘거룩하고 고요한 밤’이 아니었다. 적막하고 답답하고 불안한 밤이었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서는 평화’라는 예수 탄생의 메시지는 색을 잃어버렸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백성 맞으라’는 찬송은 기억속의 공허한 메아리로 맴돌았다.

기독교와 가톨릭교회의 성탄축하 예배나 미사는 겨우 비대면 영상으로 대신해야 했다.

예년의 흥청거리던 흥겨움은 사라졌다. 몸 부대끼며 걸었던 거리는 한산했다. 적막강산 같았다. 세상이 멈춰선 듯 했다.

‘코로나 19’가 망가뜨려버린 축제였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는 어둡고 우울했다.

이로 인해서 ‘집콕(집에 콕 박혀 있다는 사회적 은어)’인 사람들이 많았을 터였다. 허리가 뻣뻣할 정도로 뒹굴뒹굴 게으름 피고 먼지 날리던 책장 정리도 할 수 있었다.

성경을 읽고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찾아 읽을 수도 있었다.

“모두 하나 되게 하소서”. 가톨릭 성경 요한복음에 나온 예수의 기도도 이때 읽었다.

예수가 제자들과 믿는 이들을 위해 “그들을 악에서 지켜주시고 모두 하나 되게 해 달라”는 기도였다.

여기서 문득, 이 기도가 ‘악(코로나 19)에서 인류를 지켜주고 증오와 미움으로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는 모든 이들을 하나 되게 해 달라는 기도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코로나 19’ 극복을 위한 인류공동체의 하나 됨을 염원했던 것이다.

이러한 희망은 마침 읽었던 이탈리아 소설가 파울로 조르다노(1982~)가 쓴 ‘전염의 시대를 생각 한다’(은행나무 출판·김의정 역)와 연결할 수 있었다.

파울로 조르다노는 입자물리학을 공부한 과학자이자 소설 ‘소수의 고독’으로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전염의 시대’는 그가 코로나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이탈리아 한 가운데서 쓴 화제의 책이다.

책에서는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 19’가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인간과 사회를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모두의 일상이 산산조각 난 사태 앞에서 허무와 고통만을 느낄게 아니라 왜 오늘에 이르렀는지 현상의 이면을 섬세하게 읽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개개인 각자가 유일한 방역선이며 우리 행동 하나하나는 뚜렷한 결과로 나타난다고 개인의 대응력을 강조했다. 마스크, 거리두기 등 개인의 철저한 방역 수칙 지키기를 강조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전염의 시대’에서 ‘코로나 19’의 원인을 환경에 가한 인간의 무분별하고 무자비한 폭력에서 찾았다.

거침없는 도시화, 산림벌채, 대기온도 상승 등 온난화 현상은 지금까지 자신의 세계에 잠잠히 머물렀던 미생물들을 외부로 끄집어냈고 많은 동물종이 급격한 멸종은 그들 몸에 서식하던 바이러스 병원체들을 우리 앞으로 끌어냈다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그렇게 하여 인간 사회에 나타났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기후변화가 초래한 이 복잡한 연결고리를 끊어내지 않는다면 이 고리의 끝에서 더욱 더 끔찍한 전염병과 맞닥뜨릴 수 있다는 경고였다.

그래서 코로나 이후 급속하게 무너진 일상성 회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생각’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염의 운명에 다시 묶이지 않고, 묶이더라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각자가, 인류공동체가, 함께 생각하고 성찰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강조였다.

개인주의와 혐오를, 온갖 실책을, 문명의 엉성함을, 섬세하고 숭고한 생태계에 가한 인간의 오만을 생각하고 성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생각하고 성찰하는 용기를 내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되돌릴 수도,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는 그의 경고는 천둥소리로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코로나는 인간관계를 위태롭게 만들고 숱한 이들에게 고독감을 안겨줬다.

집중치료실에 격리되어 투병하는 환자, 겹겹이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은 물론, 마스크가 채워진 입, 의심의 눈초리, 뿌리 없는 소문, 침묵에 휩싸인 거리, 문 닫은 상점들, 집에 홀로 머무는 시간 등 등 우리는 자유롭지만 전염의 시대에 고립되어 있다.

파울로 조르다노는 ‘전염의 시대’에서 모두는 공평하며 공동운명체라고 했다.

전염은 나이, 성별, 지역, 국적, 인종을 무의미하게 만들었고 바이러스 앞에 인류는 모두 공평하며 결국 운명은 모두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인류사회 전체가 하나의 공동체로 뭉쳐야 한다고 정리했다.

인류사회가 하나가 되어 ‘코로나 19‘극복에 동참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모두 하나가 되게 하소서”라는 예수의 기도는 그래서 ‘코로나 19’ 앞에서 한없이 나약고 처절한 인류에게 ‘하나가 되라’는 간절함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기쁘고 즐거워해야 할 크리스마스를 망가뜨려 우울한 크리스마스로 몰아넣은 ‘코로나 19’ 극복을 위해 혐오와 증오를 멈추고, 분열과 갈등을 넘어서서 하나가 되는 지혜를 짜 올려야 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 하나 되게 하소서”, 곱씹어 생각해도 절절하고 묵직하게 가슴에 와 닿는 간절하고 아름다운 기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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