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개발사업에 무슨 공공성이 있나

중부공원과 오등봉공원을 대상으로 한 도시공원 민간특례 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제주시는 지난해 12월 22일 제일건설이 주도하는 제주중부공원개발주식회사, 호반건설이 주도하는 오등봉아트파크주식회사와 각각 MOU를 체결하고 사업의 고삐를 조이고 나섰다. 특히 이번 개발사업은 제주시가 공동사업자로 나서는 만큼 개발의 공공성과 공익성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제주시도 이를 의식했는지 공공성과 공익성에 부합하도록 개발사업의 관리와 감독에 철저히 나설 것을 약속했다.

그런데 이번 사업에 제주시가 호언장담한 공공성과 공익성이 갖추어져 있는지 의문이다. 먼저 공공성에 대한 문제부터 살펴보자. 일단 사업자와 사업허가권자가 같은 주체이다. 이번 사업은 민간사업자인 건설사와 제주시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즉 제주시도 사업자의 한 축인 셈이다. 심판이 선수 역할까지 하겠다는 상황인데 도대체 여기서 어떤 공공성을 찾을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번 사업은 공공성보다 최대한의 이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개발사업이다. 민간특례 개발방식은 건설사에게 막대한 개발특혜를 주고 공원의 일부를 기부채납 받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최대한의 이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대기업건설사가 추진하는 대규모 아파트개발사업에 과연 공공성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애초에 공공성이 끼어들 틈조차 없었던 것이다.

제주시 오등봉공원 민간특례 사업 단지 조감도(출처=제주환경운동연합)<br>
제주시 오등봉공원 민간특례 사업 단지 조감도(사진=제주투데이 DB)

이에 더해서 건설사도 아닌 제주시가 나서 환경영향평가 주민의견수렴 자체를 회피하려고 하고 있다. 이렇게 상당수준의 논란과 갈등이 불가피한 사업에 주민의견수렴을 생략하는 것이 합당한 일일까? 더군다나 이와 같이 굉장히 이례적이고 불합리한 상황을 공공성을 우선해야 할 제주시가 만들어내고 있는데 여기서 공공성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한술 더 떠 제주시는 언론 등을 통해 사업허가를 올해 7월까지 마치겠다며 각종 허가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천명했다. 제주시는 이번 사업에 공공성을 애초에 고려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녹지공간 축소해 도시공원 공익성 훼손

그렇다면 공익성은 어떨까? 도시공원의 공익성은 도시공원의 본질적 기능을 도민들이 향유하게 하고 도심녹지를 보전하는데 있다. 이에 더해서 공공의 자원을 이용하는 개발사업이니 만큼 개발이익의 환수와 그에 따른 시민이익의 실현이 전제 되어야 한다. 일단 이번 사업은 도시공원의 본질적 기능과 거리가 멀다. 도시공원의 본질적 기능을 법에서는 ‘도시지역에서 도시자연경관을 보호하고 시민의 건강ㆍ휴양 및 정서생활을 향상시키는 데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본질적으로 이번 사업은 도시자연경관을 보호하는 측면보다 파괴하는 측면이 크다. 제주도 최대 규모의 15층짜리 아파트를 짓는 사업의 특성상 도시자연경관의 파괴는 불가피하다. 게다가 지역주민의 생활환경과 인근의 자연환경,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부정적이다. 더욱이 시민의 건강과 휴양, 정서생활 향상을 위해 필요한 공원을 조성한다면서 도시공원을 개발하고 녹지공간을 축소하는 것이 도시공원의 기능과 취지에 부합하는 것일까?

기본적으로 도시공원은 도시민에게 도시숲과 녹지, 그에 따른 생태계를 제공함으로써 환경오염정화와 각종 자연재해를 저감하고 녹지를 통한 도시민의 건강증진과 휴양, 문화향유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중요한 목적이 있다. 그렇다면 공원부지 일부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공원으로서 이용할 수 있도록 조성하는 것이 옳은 정책이다.

그렇다면 개발이익은 제대로 시민들에게 돌려 줄 수 있는 것일까? 이번 사업의 핵심은 공원의 일부(30% 이내)를 개발할 수 있게 내주고 나머지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 받아 기부채납 받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개발 부지를 제외한 땅과 시설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개발이익이 상당수준 보장되어야 가능한 사업이 바로 민간특례 개발사업이다. 그래서 기존 아파트 개발사업에서 불가능했던 15층이나 되는 높이가 가능했던 것이다.

게다가 이번 사업 전체 예산은 1조2천억원에 이른다. 이중 8천500억원이 비공원시설 즉 대규모 아파트개발사업에 투입된다. 전체 사업비의 71%가 아파트 건설에 쓰인다고 했을 때 이번사업의 방점이 어디에 찍혀있는지는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아파트 건설에 따른 분양가 마진이 상당하다고 알려져 있는 만큼 얼마나 막대한 수익이 건설사에게 돌아갈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시민의 공공자원인 도시공원을 개발해서 얻은 막대한 수익을 제주시가 공유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공유는 불가능하다. 그런 계약조건도 없을 뿐더러 법적 제도적 강제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렇게 조성되어 기부채납 받은 공원마저 실제적으로는 시민들을 위해 이용되기 보다는 민간특례 개발사업으로 지어진 아파트 주민들의 공간으로 이용될 여지가 더 많다. 이른바 팍세권, 숲세권 아파트로 프리미엄을 내세우게 되는 것이다. 실제 이런 이유로 분양가 대비 최소 얼마의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주변에서 돌기 시작했다. 결국 프리미엄까지 더해져 사업자의 배만 더 불리는 사업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인구증가가 정체되면서 제주시 내 미분양 주택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정책에 미칠 악영향도 막대하다. 누군가는 숲세권 아파트 프리미엄을 내걸고 분양사업을 열심히 해서 막대한 수익을 챙겨가겠지만 누군가는 정작 지어놓은 아파트와 주택이 팔리지 않아 도산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여기에 부동산 투기거품을 발생시켜 다음세대가 주택을 소유하는 것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든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결국 중부공원과 오등봉공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도시공원 민간특례 개발사업은 최소한의 사회적 공감대나 사회적 정의를 애초에 기대할 수 없었던 사업이다.

#무리한 민간특례 개발사업 중단...시민 위한 도시공원 조성 나서야 

결론적으로 이번 사업은 누가 봐도 공공성과 공익성을 애초부터 상실한 사업이다. 이런 사실을 제주시만 모르고 있는 듯하다. 그러면서 이번 사업이 공공성과 공익성이 있는 사업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심지어 도시공원 민간특례 개발사업이 아니어도 공원을 유지할 방법과 매입할 수단이 존재한다. 이미 육지부에서 이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고, 심지어 제주도도 이를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중부공원과 오등봉공원 민간특례 개발사업에서만 이런 내용을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고 불가능하다고 한다. 정말 기만이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일이다. 결국 지금 필요한 일은 이 사업을 멈추기 위해 시민의 반대여론을 모으는 일이다. 다행히도 최근 사업추진에 대한 주민반대가 시작되고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사업반대여론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제주시는 이런 여론을 무시하고 사업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도시민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이자 환경권리이다. 이를 박탈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를 무시하고 후퇴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당연히 이를 두고 볼 시민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민들은 옳은 선택으로 불의를 몰아내고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를 지켜내는 한 편, 제주의 자연환경과 생태계보전을 지탱해 왔다. 이런 점을 제주시도 잘 헤아려 사업 강행이 아닌 숙의와 대화를 통한 시민을 위한 도시공원 조성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 시작은 무리한 민간특례 개발사업의 중단이어야 한다. 그리고 시민들의 의견을 구하고 지혜를 모와 제대로 된 중부공원과 오등봉공원을 만드는 것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부디 제주시가 정의로운 판단을 통해 시민들의 요구에 제대로 응답하길 기대한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