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귀포시 강정동 도순교 인근 붕괴된 현벽을 발견했다.(사진=박소희 기자)
19일 서귀포시 강정동 도순교 인근에서 발견한 붕괴된 현벽.(사진=박소희 기자)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 도순교 인근 현벽이 붕괴돼 복구가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벽 위로 마을길이 나 있어 인명 사고 우려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서귀포시는 해당 구역이 천연기념물 군락지라 문화재청 허가가 필요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붕괴한 곳은 도순교로부터 남쪽으로 100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현벽이다. 폭우로 인해 붕괴된 현벽에는 뿌리를 드러낸 녹나무가 그대로 방치돼 있다. 붕괴 지점 위를 지나는 길 옆에 설치된 펜스엔 발이 빠질 정도로 깊은 틈이 생겼다. 토양이 유실되며 지중화한 콘크리트 구조물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19일 강정동 도순교 인근 폭우로 인해 붕괴된 현벽에는 뿌리를 드러낸 녹나무가 그대로 방치돼 있다. (사진=박소희 기자)
19일 폭우로 인해 붕괴된 현벽에는 뿌리를 드러낸 녹나무가 그대로 방치돼 있다. (사진=박소희 기자)

19일 현장에서 만난 주민은 “지난해 가을까지도 해당 지역은 멀쩡했다”고 전했다. 제주지질연구소의 강순석 박사는 “지난해 발생한 세 차례 태풍과 역대 최장 장마로 인해 하천이 범람하면서 붕괴된 곳이 많다”고 했다. 갑작스럽게 불어난 물로 강의 흐름이 빨라지면서 침식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본지가 취재에 들어가자 하루 뒤인 20일 서귀포시가 현장 답사에 나섰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보수의 시급성은 인정하나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해당 지역은 천연기념물 제162호인 ‘제주 도순리 녹나무 자생지’다.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까닭에 문화재청 허가가 나야 공사를 벌일 수 있다. 시 관계자는 하천기본계획에 따라 자연 존치가 우선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면서 “일단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문제는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현벽 위로 마을길이 뚫려 있기에 통행 차량이 불미스러운 사고를 겪을 수 있다. 이곳을 오가는 주민의 안전도 담보할 수 없다. 실제로 한 주민은 “올 여름에도 비가 많이 내리면 더 무너지는 것 아니냐”라며 우려하기도 했다. 

강순석 박사는 “녹나무 자생지라 허가가 필요한 건 맞지만 인명피해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데 문화재청이 설마 공사를 반대하겠느냐”라며 “집중호우 당시 붕괴지역을 파악해 신속히 수해복구를 진행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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