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10월 17일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와 제주4·3희생자유족회,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가 공동으로 ‘10만인 서명 운동 선포식’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제주투데이DB)
지난 2017년 10월 1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와 제주4·3희생자유족회,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가 공동으로 ‘10만인 서명 운동 선포식’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제주투데이DB)

20일 (현지시간) 출범한 미국 바이든 정부에 제주4·3단체가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21일 제주4·3범국민위원회(이사장 정연순)와 재일본제주4·3유족회(회장 오광현), 미주제주4·3유족회(준)(위원장 양영준), 그리고 제주4·3단체와 시민사회단체 연대기구인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등은 미 바이든 정부 측에 공개 서한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서한문을 통해 “46대 미국 대통령으로서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 시대를 향해 전진하기를 기원한다”며 “3만명 이상이 희생당한 제주4·3 당시 벌어진 학살은 이승만 정부와 당시 대한민국 군과 경찰의 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던 미군이 경찰 폭력과 분단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심각하게 탄압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작 책임을 져야 할 미국 정부는 70년 넘는 긴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까지 방관자적 태도로 아무런 말이 없었다”며 “미국은 제주 4·3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지고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지난 2005년 UN(국제연합) 총회에서 채택한 국제인권법의 중대한 위반행위와 국제인도법의 심각한 위반 행위의 피해자의 구제와 배상에 대한 권리에 관한 기본원칙과 가이드라인에 근거해 민간인 학살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 회복할 수 없을 정도가 된 ‘지연된 정의’를 바이든 정부가 바로 세워야 한다”며 “동북아의 작은 섬에서 일어났지만 대비극에 대해서 책임 있는 모습을 통해 새로운 인권과 평화의 시대를 열어 줄 것을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다음은 공개 서한문 전문. 

제주 4·3 학살에 대해 미국 정부는 공식 사과하고 그 책무를 다해야 합니다. 

2021년 1월 20일 바이든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위기에 처한 미국 민주주의가 다시 회복되기를 세계인들과 함께 소망합니다.  

바이든 정부의 출범은 새로운 세계를 만들 책무가 있다고 봅니다. 세계 최강대국으로서 미국 제일주의가 아니라 인권과 평화의 인류를 만들 소명이 있습니다. 46대 미국 대통령으로서 민주주의, 인권과 평화 시대를 향해 전진하기를 기원합니다. 

제주 4·3은 1947년부터 1954년까지 대한민국 남쪽에 위치한 제주도에서 당시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3만명 이상이 학살당한 사건입니다.  이승만 정부와 당시 대한민국 군과 경찰의 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던 미군이 경찰 폭력과 분단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심각하게 탄압한 결과입니다.
 

2000년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는 국무총리실 산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고 2003년 진상조사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제주 4·3 대학살의 책임은 이승만 대통령이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대학살은 미군정 하에 이뤄진 일인 만큼 미국은 4·3 대학살과 인권 유린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대학살의 주요 시기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라는 것도 미국에게는 변명거리는 되지 못합니다.

1948년 8월 24일에 체결된 한미군사협정에 따라 미군사고문단이 한국군에 대한 작전권을 보유했습니다. 실제 진압작전 을 위해 미군의 무기와 정찰기 등을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책임을 져야 할 미국 정부는 70년 넘는 긴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방관자적 태도로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그러는 사이 4·3을 온몸으로 겪으며 고통 속에 한 생을 살아야 했던 생존자들이 대부분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살아남은 80~90대의 생존자들도 앞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4·3의 아픈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은 도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일본계 미국인 12만 명을 수용소로 강제 이주시킨 사건에 대해 44년 만에 사과하고 보상한 경험이 있습니다. 또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은 100년도 더 지난 선주민 학살에 대해 사과하는 결의안이 포함된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세계 평화 시민의 이름으로 바이든 정부에 요구합니다. 미국은 제주 4·3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지고 공식 사과해야 합니다. 지난 2005년 UN(국제연합) 총회에서 채택한 “국제인권법의 중대한 위반행위와 국제인도법의 심각한 위반 행위의 피해자의 구제와 배상에 대한 권리에 관한 기본원칙과 가이드라인”에 근거해 민간인 학살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는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4·3 당시 미군정의 책임 규명을 위한 진상조사 등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이미 회복할 수 없을 정도가 된 ‘지연된 정의’를 바이든 정부가 바로 세워야 합니다.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는데 공소시효는 없습니다.  

바이든 정부가 동북아의 작은 섬에서 일어났지만, 대비극에 대해서 책임있는 모습을 통해 새로운 인권과 평화의 시대를 열어 줄 것을 요청합니다. 

2021년 1월 21일 

■제주4·3범국민위원회■재일본제주4·3유족회■미주제주4·3유족회(준)■제주4·3기념사업위원회(소속단체=제주4·3희생자유족회, 제주4·3연구소, 제주민예총, 제주4·3도민연대, (사)진아영할머니삶터보전회, (사)제주다크투어, 제주4·3문화해설사회, 제주민주화운동사료연구소, 곶자왈사람들, 서귀포시민연대, 서귀포여성회,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제주여성인권연대,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제주주민자치연대,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평화인권센터, 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YMCA, 제주YWCA, 제주흥사단, 제주장애인연맹DPI,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제주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 제주여민회, 노무현재단제주위원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제주도연합,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제주지역본부, 전국농민회총연맹제주도연맹, 김동도열사정신계승사업회, 제주생태관광, 제주통일청년회, 한살림제주생산자연합회, (사)한국청년센터제주지부, 제주청년협동조합, 마중물, 전교조 제주지부, 공공정책연구소 나눔,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제주대학교 민주동문회, 제주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 ㈜평화여행자, 제주생태관광협회, 사단법인 제주문화예술공동체. 세월호제주기억관. 노동자역사 한내 제주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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