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양정인)
(사진=양정인)

 

나는 무용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다. 현재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춤꾼도 아니다. 뒤늦게 우리춤에 푹 빠진 아마추어 춤꾼이다. 내가 존경하는 분이 무용가보다 춤꾼이라고 말하는 게 좋다고 했다. 무용가는 전문적인 직업 냄새가 나지만, 춤꾼은 춤이 좋아서 즐긴다는 의미도 있다는 이유다. 나도 무용가보다 춤꾼이라는 말이 정겹다. 내가 한국무용을 시작한 계기는 의도적이면서도 우연이었다.

30대 때, 나는 노년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방구석 지키는 노인이 아닌 활동적이고, 의미 있는 노년을 보내고 싶었다. 그런 삶을 살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했다.

고민하다 노인들을 위한 봉사를 생각했다. 취미 겸 즐겁게 할 수 있는 봉사가 무엇일까 고민하다 우연한 기회에 전통춤을 배우게 됐다.

어느 날 사무실에 아는 언니가 찾아왔다. 그는 몸집이 크고 수더분하게 생긴 동네 아줌마다. 언니는 문화센터에서 한국무용을 배운다며 그날 배운 동작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절제된 동작이 요염하기 그지없었다. 흘러내리는 팔과 손은 품위가 있었다. 예전에 전통춤에서 느껴보지 못한 매력이었다.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나는 전통춤에 대한 선입견을 품고 있었다. 나이 든 분들이나 배우는 별 볼 일 없는 고리타분한 춤이라고 여겼었다. 그런데  우리춤은 품격있고 고상할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춤보다도 요염함이 숨어 있었다. 나는 당장 무용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훌륭한 선생님을 만난 덕분에 지금은 ‘춤 좀 추네~’라는 욕먹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다. 작년에는 무용대회 입상까지도 했다. 올해도 나갈 것이다. 프로는 못 되더라도 준프로 정도는 되는 게 나의 목표다.

춤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춤에 대해서 글을 쓰면 욕먹을 수 있다. 천자문을 겨우 읽은 사람이 논어나 도덕경을 다 읽었다고 하는 꼴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알몸을 드러내는 거나 마찬가지여서 더욱 조심스럽다. 전문 무용가가 아니니 춤에 대한 이론을 펼치지는 않겠다. 춤동작을 체득하며 깨달은 이치를 우리의 일상과 연관 지어 풀어나가고자 한다.

사회적 직업은 독서 지도사이다. 독서 지도를 하면서 아이들과 겪는 이야기도 담고 싶다. 또한 주변의 이야기들을 춤과 버무린 '비빔춤' 글도 써 볼 요량이다.

양정인

뒤늦게 한국무용을 배우기 시작한 양정인씨는 전문 무용가가 아니라 춤을 즐기는 춤꾼이다. '방구석 노인'이 아니라 '푸릇한 숙인'이 되고 싶은 그에게 춤은 삶의 전환점이 됐다. 춤은 끝없이 익히는 과정이다. 그가 점점 겸손해지는 이유다. 춤에서 배운 이치를 가르치는 아이들과 나누기도 한다. 배움과 가르침이 뫼비우스의띠처럼 연결되는 세상은 이야기가 춤추는 교실같다. 독서지도사이기도 한 양정인의 '춤추는 교실'은 매달 마지막주 수요일 제주투데이 독자들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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