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사진=김재훈 기자)
원희룡 제주도지사(사진=김재훈 기자)

카페주인은 임대사업자(건물주)의 고충과 사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원희룡 지사는 자영업자에게 임대사업자 즉, 건물주들의 고충과 사정을 이해하라는 취지의 게시물을 지난 2일 오후 페이스북에 올렸다. 게시물에는 “임대인 여러분 힘내세요”라는 문구도 담았다. 게시물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는 카페를 운영합니다. 그리고 내 친구는 임대사업자입니다. 100% 서로를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이야기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자영업자에게도 임대료 상승이 두려운 것처럼. 임대사업자에게도 나름의 고충과 사정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서로 많이 다르지만 누구보다 단단하게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사진=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사진=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코로나19 사태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휴·폐업한 자영업자들도 많다. 이런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정치인이라면 자영업자에게 임대인의 고충과 사정을 이해하라는 메시지를 던질 수 없다.

원 지사의 이번 게시물에서 특히나 고약한 부분은 “나는 카페를 운영합니다”라면서 화자를 카페 운영자로 설정해 자영업자의 시각을 왜곡하려 든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궁지에 몰린 쥐더러 고양이를 생각해달라는 주문이자 암시이다.

원 지사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게시물은 누가 만든 것인가? 원희룡 지사 자신이 만들었는가? 제주도 공무원인가? 아니면 원희룡 지사의 대선을 위한 사조직의 구성원이 만든 것인가? 어찌됐든 결국은 원 지사가 최종적으로 승인하고 올린 게시물이다.

하단에 “연결과 섞임의 정치, 원희룡이 소리없이 하나되는 대한민국을 이야기합니다”라는 문구가 떡하니 박혀있다. 대선 도전을 거론한 후, 원 지사가 시리즈로 만들어 올리고 있는 게시물 중 하나다. 대선용 캠페인 게시물인 셈이다.

대선에 눈이 팔려 자영업자들의 고충과 사정을 제대로 보고 듣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원 지사는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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