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동사무소 위쪽 부근(한천 고호우안 1지구)에서 한천 오라지구 지방하천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제공)
오라동사무소 위쪽 부근(한천 고호우안 1지구)에서 한천 오라지구 지방하천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제공)

제주특별자치도가 홍수피해 방지를 위해 진행하는 하천 정비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4일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성명서를 내고 “제주 하천 중 상당수가 하천 정비사업 때문에 원형이 상당 부분 파괴됐다”며 “이에 대해 논란이 일자 도는 친환경적 하천 정비 지침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기존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연합은 우선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한 제주시 오라동사무소 부근 한천(고후우안 1지구) 정비사업을 예로 들었다. 이 사업은 하천 양쪽에 석축을 쌓는 공사로 공사 구간 쪼개기를 하는 방식으로 인해 원형이 많이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한라산 국립공원 안 한천 최상류의 모습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생태계와 경관이 훌륭했으나 하류 부근에 이르러선 하천 정비사업에 의해 상실됐다”며 “도는 지난 2005년 8월 ‘자연 친화적 하천 정비사업 추진 방침’을 발표했지만 유명무실화됐다”고 주장했다. 

한천 정비공사 현장에서 남쪽으로 약 1Km 내 한라도서관 부근 한천의 모습.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제공)
한천 정비공사 현장에서 남쪽으로 약 1Km 내 한라도서관 부근 한천의 모습.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제공)

이어 “예전처럼 하상(河床·하천의 바닥)을 건드리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석축을 쌓기 위해서는 굴착기와 덤프트럭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제주 하천 고유의 모습이 속수무책으로 파괴되고 있다”며 “하천 정비가 지금까지 제주 하천 파괴의 가장 큰 주범”이라고 규탄했다. 

또 “하천 정비사업은 대부분 홍수 예방을 위한 사업이지만 몇몇 홍수피해 민원을 근거로 수십억, 수백억원의 공사를 벌이는 게 과연 타당한지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민원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정보공개 청구했지만 구체적인 사실 제시 없이 ‘태풍 시 인근 지역주민 등 유선을 통한 민원접수’라고 답하는 데 그쳤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한천 정비공사는 오는 4월이면 완료되지만 문제는 앞으로도 다른 구간 한천 정비공사가 쪼개기 방식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라며 “현재 사업구간의 하류인 동산교(제주시외버스터미널) 아래 부근 한천도 당장은 아니지만 하천 정비 기본계획에 포함돼 예산만 확보되면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동산교 아래 용천수 동산물. 이곳도 하천 정비 기본계획에 포함돼 있다.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제공)
동산교 아래 용천수 동산물. 이곳도 하천 정비 기본계획에 포함돼 있다.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제공)

환경연합은 “문제는 이곳이 ‘동산물’이라는 큰 용천수가 나는 곳인데 공사가 시작되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근거가 희박한 홍수피해를 근거로 제주 하천의 소중한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없애도 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침수피해가 있다면 지역 토지를 매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오히려 비용 측면에서는 하천 정비보다 훨씬 낫다. 현재 하천 정비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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