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2공항건설 찬반을 묻는 도민 여론조사를 앞두고 반대를 호소하는 움직임이 전국에서 불고 있다. 전국 300여개의 시민단체가 서울 광화문에 모여 제2공항 반대를 호소하는가 하면 제주 청년들은 제2공항은 제주의 미래가 아니라며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결정한다"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이상 유네스코 3관왕을 석권한 제주도에 필요한 것은 두 개의 공항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제주라는 시민들. 이들이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이유가 뭔지 7가지로 살펴봤다. 

지난 8일 봉개 쓰레기 매립장 모습. (사진=김재훈 기자)
지난 8일 제주시 봉개에 위치한 쓰레기 매립장 모습. (사진=김재훈 기자)

△ 제2공항 말고 쓰레기처리 먼저 
지난 6일 제주투데이가 찾아간 봉개동 쓰레기매립장에는 당장 처리가 어려워 방치된 압축 쓰레기로 가득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2019 제주도 매립장 전수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이곳에 쌓아둔 쓰레기양만 약 6만5000톤이다. 제주도 전체 적체량은 8만톤을 넘는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9년 제주도 생활폐기물 배출량은 약 1240톤으로 2009년 622톤 대비 2배 정도 늘었다. 주민 한 사람이 하루동안 배출하는 쓰레기 양은 2kg으로 전국 1위다. 박찬식 제주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은 이를 “2000년대 이후 외자 유치 중심의 대규모 관광 개발 결과”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도내 봉개·동부·서부·우도 등 일부 매립장은 수용치를 넘은 지 오래다. 본래 2019년 3월 종료 예정이던 봉개매립장은 미루고 미뤄 오는 10월 31일 문을 닫는다. 쓰레기 처리에 대한 제주도의 뾰족한 방안은 아직 없다.

찬성측은 최근 '제주공항이 포화상태라 새로운 공항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찬성 독려 TV광고를 냈다. 이는 향후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45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국토부의 수요예측에서 비롯된 주장이다. 

이에대해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은 10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항이 아니라 제주가 포화”라며 “제주도 환경이 연간 4500만 명의 관광객을 감당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2019년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했다 되돌아온 쓰레기 출처가 제주도로 밝혀지며 국제망신을 사기도 했다.

6일 성산읍에서 진행된 제2공항 반대 삼보일배. (사진=이길훈)
6일 성산읍에서 진행된 제2공항 반대 삼보일배. (사진=이길훈)

△ 농민권리 침해하는 제2공항 건설
끝이 아니다. 쌓아둔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침출수는 악취와 토양·수질오염으로 이어진다.

침출수란 쓰레기가 썩어 흘러내리는 물을 말한다. 이는 유기물 부하가 매우 높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인근지역 농작물 등에 피해를 입힌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침출수 사고 현황을 조사한 결과 봉개에서만 총 120㎥ 가량이 유출됐다.

행정안전부는 제2공항이 지어지면 건설 예정지인 신낙천지구와 온평천지구에 큰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를 국토교통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공항 건설로 인한 농경지 침수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오염, 재해 피해뿐 아니라 공사로 사라질 농지만 586만 1000㎡다. UN의 '농민과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선언'을 살펴보면 생존권, 식량권, 토지권 등을 보장하고 있지만 공사로 농지가 강제수용되면 생산수단을 잃을 농민은 모두 2672명이다.

이에 채호진 성산읍 농민은 “제2공항 건설은 농민 생명을 빼앗는 행위”라며 "농지를 농민에게 돌려달라"는 삼보일배에 나서기도 했다. 

 

제주 동부지역의 토양은 투수성이 타 지역보다 높다. 지표면이 오염될 경우 지하수 수질도 빠르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지도=제주연구원 제공)
제주 동부지역의 토양은 투수성이 타 지역보다 높다. 지표면이 오염될 경우 지하수 수질도 빠르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동부는 제2공항 건설 예정지이기도 하다. (지도=제주연구원 제공)

△ 관광객 증가는 지하수 오염으로 이어지고
정부가 가장 최근에 발표한 ‘2017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제주 지역 일일 급수량은 2009년 195㎥에서 2019년 464㎥로 늘었다. 동년과 비교해 인구는 57만명에서 68만명으로 0.2배 밖에 늘지 않았는데 급수량은  약 2.4배 늘어났다. 요인은 관광객과 관광시설 증가가 가장 크다. 

1970년대 124공이었던 지하수공은 50년이 지난 현재 5000여개로 늘었다. 이렇게 늘어난 지하수공은 수질오염의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한다. 

오버투어리즘이 야기 할 문제 (제주다크투어 홈페이지 갈무리)
오버투어리즘이 야기 할 문제 (제주다크투어 홈페이지 갈무리)

△ 집값 상승으로 쫓겨나는 도민들
관광객 유입이 수용 한계치를 넘으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은 환영오염 뿐만이 아니다.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정영신 교수는 국회에서 열린 제2공항 관련 쟁점 토론회에서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한 투어리스트피케이션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투어리스트피게이션이란 관광지화와 젠트리피케이션의 합성어로 주거지역이 관광지화되면서 거주민들이 이주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투어리스트피케이션을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는 이렇다. 과잉관광은 지가상승을, 지가 상승은 주택가격•상가임대료•세금 상승을 낳는다. 불어난 세금을 감당할 길 없는 농민들은 농지를 팔아야 하고, 상승한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도민들은 거주지를 떠나야 한다. 영세 상인은 몰락하고 이익은 거대 자본에 집중된다. 농업 기반을 잃은 성산읍은 관광에 더 의존하게 되고, 이로 인한 난개발은 더욱 심각해진다.

박찬식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황회실장은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야기하는 지역사회 해체는 어쩌면 교통난이나 쓰레기 처리난보다 더욱 심각할 수 있다”며 “지역주민의 삶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수준의 관광객 유치는 ‘관광이 아니라 침공’"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류인플루엔자 방역 중이라 접근이 어려웠던 '하도리 철새도래지 생태습지원']<br>
하도리 철새도래지 생태습지원 (제주투데이 DB)

△ 조류충돌 가능성
조류충돌 위험성 문제도 제기된다. 

허술한 조사로 환경부 문턱에서 두 번이나 좌절한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이를 믿지 못한 성산읍 주민들이 18개월동안 해당지역 야생동물 서식실태를 조사해 지난 9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성산환경을지키는사람들’은 이날 "직접 촬영·녹음한 법적보호종 및 천연기념물에 해당하는 조류만 성산읍에서 40종이 넘게 발견됐다"며 모든 자료를 환경부에 보내겠다고 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기준에 따르면 공항 주변 13km 이내 조류를 유인할 수 있는 음식물쓰레기 매립장을 설치할 수 없고 3km 이내에는 양돈장과 과수원, 승마연습장 등도 설치할 수 없다. 그러나 제2공항 건설 예정 부지 인근에는 철새도래지 벨트인 하도리와 종달리, 오조리, 성남-남원 해안이 예정지로부터 약 4~8㎞ 이내에 있다. 

환경생태연구재단 최진우 상임이사는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평가 무엇이 쟁점인가’ 국회 토론회에서 “조류를 유인하는 시설인 양식장과 과수원, 양돈장도 다수가 있다”며 조류충돌 위험성을 경고했다. 

조류충돌은 한번의 사고로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영국은 템스강 하구에 신공항을 지으려다가 이 문제가 제기돼 중단하기도 했다. 

제2공항 건설 반대측 훼손된 현수막 (사진=독자제공)
제2공항 건설 반대측 훼손된 현수막 (사진=독자제공)

△ 공동체 붕괴와 분열하는 주민들
제2공항 건설예정지에 포함된 온평리는 2015년 우수공동체 마을로 선정돼 공동체글로벌행정자치부장관상을 받았다. 장관상을 받는 당시 이승이 마을이장은 온평리가 제2공항 건설지로 선정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런 온평리 마을은 제2공항이 건설되면 제주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성산읍에 거주하는 고 모씨는 마을뿐 아니라 이웃도 잃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제2공항 건설 사업 발표 이후 동네 친한 형과 술자리를 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마을 내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나뉘다 보니 ‘어제의 이웃이 오늘의 적’이 되고 만 것이다. 그는 “제2공항 논의가 마무리돼도 주민 간 분열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 같다”며 착잡해 했다. 

제2공항을 둘러싼 주민갈등이 극에 달하자 제주도의회는 ‘제2공항 건설갈등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조직했다. 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제주도와 제2공항 건설 찬반을 묻는 도민 대상 여론조사를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제2공항 건설 여부를 묻는 이번 여론조사는 5년 넘게 지속한 도민사회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해석되지만 조사를 앞두고 가열된 ‘찬반 전쟁’은 양측 현수막을 훼손하는 등 또 다른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제주도민들이 7일 제주 성산읍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을 진행했다.&nbsp; (사진=독자 제공)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제주도민들이 7일 제주 성산읍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을 진행했다.&nbsp; (사진=독자 제공)

△ 코로나 이후 제주 관광 모델은 제2공항과 어울리지 않아
코로나19라는 미증유 사태는 효율과 비용절감을 우선하는 물질만능 사회를 의심하게 했다. 국제사회 시계보다 느리게 작동하던 한국판 그린뉴딜에 속도를 붙인 것도 코로나19다.

관광객 증가가 가져올 수많은 환경문제를 제껴두고서라도 제주도는 관광산업에 관한 계산기를 다시 두드려 볼 필요가 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이사)은 10일 제주투데이와 전화통화에서 "난개발 관광 정책은 또다른 인수공통감염병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며 "코로나19 메시지를 인류가 잘 새겨들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저탄소 여행 등 지속가능한 관광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에서 제2공항 건설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여행업계는 일년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다. 문화체육관광부 집계 결과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관광업계 직접 피해 추산액만 약 10조원이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를 다녀간 관광객 수는 총 62만 6000명이다. 이는 전년도보다 51% 감소한 수치다. 제주도 상반기 피해액만 1조 5000억원. 일 년 치 추산액은 아직 공식 보고되지도 않았다. 

생존 자체가 어려워지자 문화관광계는 ‘관광객 유치’라는 경제적 관점을 폐기하고 '청정•안전•치유'와 같은 생태적 관점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따라서 관광이 기간산업인 지방자치단체들은 '웰니스 관광' 전략을 짜기 바쁘다.

이에 ‘성산읍의 진정한 발전을 바라는 청년들’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청정농업과 생태·웰니스 관광 모델로 나아가는 것이 제주의 미래”라고 호소했다. 

웰니스는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의 합성어로 신체와 정신은 물론 사회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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