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수오)

입춘 갓지난 주말
여느 해 같으면 오름 기슭 잔설 사이 피어난 
노란 복수초 만나러 갈텐데
올해 봄기운은 섬의 동쪽 성산에서 맞이한다.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깃발과 머리띠도
땅땅거리는 부동산 팻말도
입춘 햇살에 노랗게 빛난다.

(사진=김수오)

뻥뚫린 도로위로 허허호호 렌트카 무심히 질주하고
두 손 모은 사람들 차가운 아스팔트 위로 묵묵히 절한다

"성산을 살려줍서"
"반대로 지켜줍써"
절뚝이는 걸음마다 간절함 배인다.

(사진=김수오)

성산읍 도배한 새 현수막들 
콘크리트에 점령당한 섭지코지 배경으로 번들거리는데

수년의 세월에 타들어간 노란 깃발 
애처로이 바람에 펄럭인다.

묵묵히 하루의 순례를 마친 아름다운 사람들
한 장의 사진에 담는다.

일출봉과 섭지코지를 배경으로 
콘크리트 흉물들은 피켓으로 가리고
최대한 아름답게 담는다.

어쩌면 봄은
복수초처럼 긴 겨울을 견뎌낸
낡은 깃발에서 피어날런지도

설명절 직후 여론조사에서
제주의 봄 맞이하길 기원해본다.

 

김수오

제주 노형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수오 씨는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뒤늦게 한의학에 매료된 늦깍이 한의사다. 연어처럼 고향으로 회귀해 점차 사라져가는 제주의 풍광을 사진에 담고 있다. 낮에는 환자들을 진맥(診脈)하고 출퇴근 전후 이슬을 적시며 산야를 누빈다. 그대로가 아름다운 제주다움을 진맥(眞脈)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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