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시계방향). (사진=제주투데이DB)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우리공화당 제주도당 현수막,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철, 홍명환 제주도의원,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국민의힘당 제주도당 피켓 시위. (사진=제주투데이DB)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두고 찬·반 의견을 묻는 도민 여론조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제2공항 예정지가 서귀포시 성산읍으로 결정된 지난 2015년 11월 이후, 성산지역은 물론 제주도 섬 전체가 5년이 넘도록 찬성과 반대 측으로 나뉘어 대립각을 세워왔다. 

지난해 국토부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수렴된 도민 의견을 정책 결정에 반영하겠다고 합의함에 따라 이번에 실시되는 여론조사가 오랜 갈등을 해소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이에 찬성단체와 반대단체는 여론조사를 앞두고 각종 미디어 광고와 현수막 설치, 거리 홍보전 등을 통해 “제주의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진보정당·우리공화당 “제2공항 반대”

그렇다면 각 정당의 입장은 어떨까. 국민의힘당과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나머지 도당은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진보정당 계열인 제주녹색당과 노동당·진보당·정의당 제주도당은 지난 지방선거와 총선거에서 제2공항 건설 반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왔고 제2공항 반대 집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과 한국환경회의는 1일 오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에 신공항 건설 철회 및 관련 예산 삭감을 요구했다.(사진=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제공)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과 한국환경회의는 1일 오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에 신공항 건설 철회 및 관련 예산 삭감을 요구했다. (사진=제주투데이DB)

눈에 띄는 점은 보수정당인 우리공화당 제주도당이 국힘당과 반대로 ‘제2공항 반대’를 당론으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현수막 설치와 차량을 동원한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공화당 도당은 지난 13일 제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2공항 건설은) 주민이 망하고 토지재벌은 폭리를 취하는 사회적 불의의 문제이며 공항도시 개발을 통해 외지 자본이 제주의 주인이 되게 하는 식민지의 길”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산에 ‘에어시티’를 만들면 제주시와 서귀포시 내 기존 상권은 무너지고 외지자본 특히 중국자본의 거점이 돼 제주의 주인이 바뀌고 식민지로 떨어지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도민 여러분이 이번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으로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5년 전 20대 총선에서 강창일, 오영훈, 위성곤 등 민주당 후보자들은 ‘제2공항 조기 완공’ 공약을 내세웠다가 반대 여론이 강해지자 책임을 미룬 채 입을 다물고 있다”고, 국힘당을 상대로 “찬성 당론을 발표한 것은 한 마디로 도민 배신이다. 주민을 버리고 토지재벌을 편들고 외지 자본과 대기업에 편드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우리공화당 제주도당은 제주 제2공항 반대를 당론으로 결정한 뒤 현수막 설치와 차량 동원 홍보를 벌이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우리공화당 제주도당은 제주 제2공항 반대를 당론으로 결정한 뒤 현수막 설치와 차량 동원 홍보를 벌이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국힘당 제주, ‘찬성’ 당론으로 결정

국민의힘당 제주도당은 지난 3일 ‘제2공항 찬성’을 당론으로 결정, 피켓 시위 등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또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제주지역 국회의원 3명은 물론 도의원들 모두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입장이 모호하다며 도민사회에 관련 입장을 표명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국힘당 도당은 논평을 통해 “민감한 지역 현안에 대해 결정권은 도민에게 있다는 명분을 앞세우고 선출직 국회의원들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뒤로 물러선다면 무책임의 정치”라며 “제2공항 여론조사를 앞두고 여론조사 결과만을 쫓아가는 행태를 보인다면 갈등을 재생산할 수도 있다”고 강도높게 지적했다. 

4일 오후 제주도의회 기자실에서 국민의힘당 소속 도의원들이 ‘제2공항 건설 찬·반 여론조사 실시결정에 즈음하여 제주도민 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경용·오영희·강연호·김황국 의원.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4일 오후 제주도의회 기자실에서 국민의힘당 소속 도의원들이 ‘제2공항 건설 찬·반 여론조사 실시결정에 즈음하여 제주도민 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경용·오영희·강연호·김황국 의원.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민주당 제주, “찬·반 밝히는 행위는 도민 갈등 조장”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도민 여론조사를 앞두고 당 차원에서 ‘찬성’ 또는 ‘반대’ 입장을 밝히는 행위 자체가 도민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라고 맞받아치며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제2공항 갈등해소 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박원철 도의원과 위원을 맡았던 홍명환 도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당 소속 도지사와 민주당 소속 도의회 의장이 갈등유발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합의한 뒤 진행되는 여론조사”라며 “찬성으로 (당론을) 결정한다는 건 반대하는 도민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냐. (국힘당은)자당 소속 도지사의 발표를 벌써 파기하려는가”라고 따지기도 했다. 

한편 제2공항 여론조사는 제주도기자협회 소속 9개 언론사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해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실시한다. 국내 여론조사 전문업체 2곳에서 제주도민 2000명, 성산읍 주민 500명 별도 조사를 진행한다. 조사 결과는 오는 18일 오후 8시 일제히 보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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