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도내 유명 해수욕장 편의시설 운영권을 둘러싸고 마을 주민들간 법적 다툼이 한창이다. 제주시내에서 멀지 않은 한 해수욕장.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여파에도 관광객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이 마을은 해수욕장 편의시설 운영권을 두고 마을 이장과 주민들 사이에 법정 다툼 중이다. 도대체 아름다운 해변 마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제주 도내 유명 해수욕장 편의시설 운영권을 둘러싸고 마을 주민들간 법정 다툼이 한창이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독자 제공)

사태는 3년 전인 2018년으로 거슬러 간다. 2018년 마을 정기총회에서 해수욕장 편의시설 운영권을 현직 이장이 지인에게 넘겼다면서 마을 주민들 사이에 분쟁이 시작됐다.

원래 샤워장과 탈의시설 등 해수욕장 편의시설은 2016년부터 마을 청년회가 맡아왔다. 수익 중 800만원을 마을회에 납부하고 나머지는 청년회 수입으로 삼았다. 하지만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편의시설 운영이 그야말로 ‘돈’이 되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41만명이었던 해수욕장 이용객도 2016년에 99만 명을 넘었다. 편의시설 운영 수익도 덩달아 늘었다. 마을회 운영에 정통한 주민에 따르면 샤워장, 탈의시설 운영 이익이 수천만 원이라는 것. 이렇다보니 편의시설 운영권을 두고 현직 이장과 마을 주민들간 갈등이 시작됐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현직 이장인 A씨는 2018년 탈의·샤워장 운영권을 마을회로 가져와 그 수익을 직접 관리한다는 명분으로 관련 내용을 정기총회에서 통과시켰다. 그런데 사실을 따지고보니 운영권을 자신의 측근에게 맡긴 정황이 포착됐다. 기존 편의시설을 운영해왔던 청년회 간부 모 씨는 제주투데이와 전화 인터뷰에서 “당연히 마을회에서 운영하는 줄 알았는데, 확인을 해보니 개인이 운영하고 있었다”면서 “마을에서 직접 운영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고 전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마을회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다는 A씨의 말뿐이었다. 편의시설 운영, 회계가 불투명하다며 다른 주민들이 문제 제기를 했다. 이들은 “임대료 800만원 이외의 수익과 지출 내역이 공개되지 않았다”면서 “인건비 지출조차 없었다”고 설명했다. 

해수욕장 편의시설을 마을회가 직접 운영했다면 수익은 그대로 마을 공공 재정이 돼야 하는데, 운영권이 변동되고 난 이후 순이익 오히려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는 마을회 감사를 맡고 있는 C씨가 문제 제기를 하면서 드러났다. 2016년 4700여만 원, 2017년 6000여만 원 이었던 운영 수익이 2018년에는 800만원에 불과했다는 것. C씨는 감사 자격으로 마을회에 2018년 회계자료 공개를 요구했지만 마을회는 C씨의 의견을 묵살했다. 

2020년 여름 제주도내 한 해수욕장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박소희 기자) 
2020년 여름 제주도내 한 해수욕장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박소희 기자)

결국 C씨는 탈의·샤워장 입출금 통장, 지출 영수증, 근무 기록표 등의 열람권 등을 주장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마을회 측은 2019년 10월 23일 임시총회를 열고 C씨 해임건을 통과시키며 맞섰다. 그러자 C씨는 해임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해수욕장 편의시설 운영권과 마을회 회계 공개를 둘러싸고 주민들간 법적 다툼이 시작된 것이다. 

현재까지 법적 판단은 C씨의 승리. 지난해 1월 법원은 C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C씨에 대한 징계 절차가 위법하다”고 판단해 그의 감사해임결의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고 회계장부 열람과 등사도 허용했다. 

법원의 결정이 내려진 후 C씨는 더 구체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마을회 통장 입출금 내역을 살펴봤더니 자기앞 수표로 입금된 800만 원 1건이 거래내역의 전부로 수입·지출 내역을 증빙할 자료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C씨는 A씨를 또 다시 경찰에 업무상 횡령 등으로 고소했다. 6월 검찰은 A씨에 대해 불기소 판단을 내렸다. “(해당 편의시설) 운영권을 측근에게 임대하는 조건으로 임대료 800만 원을 마을회에 지급하기로 했었다”는 A씨의 진술 때문이었다. 제3자에게 운영권을 넘겼기 때문에 마을회 통장에서 관리 될 필요가 없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 주장은 사뭇 달랐다. 복수의 마을 주민에 따르면 “(이장이) 마을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며 여러차례 주민들에게 말한 바 있다는 것. 관련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A씨와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할말 없다” 뿐이었다. 게다가 전화마저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C씨는 지난해 9월 경찰 진술을 근거로 다시 A씨를 업무상 배임으로 고소했다. 마을회 향약에 따르면 총회의 승인을 받은 사업을 시행 도중 변경할 시 개발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고소의 이유. 관련 절차를 거치지 않고 편의시설 운영권을 제3자에게 임대할 수 없다는 의미다.

C씨는 “이장이 탈의 샤워장 운영을 제3자에게 넘겨 마을이 직접 운영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얻지 못했다"다며 고소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경찰은 A씨를 업무상배임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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