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싸움은 계속되어야 하며 싸움은 다시 시작인 것이다. 언제나처럼.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왼쪽)과 찬성하는 기자회견(오른쪽). (사진=제주투데이DB)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왼쪽)과 찬성하는 기자회견(오른쪽). (사진=제주투데이DB)

설 연휴 이후 제2공항 건설 찬·반을 묻는 여론조사가 진행됐다. 이 글이 실릴 즈음이면 두어 시간 뒤 그 결과가 발표되겠다. 반대 측은 신문광고와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한 여론전과 피켓팅, 현수막 설치, 삼보일배 등 거리선전전을 통해 절박한 심정으로 참여 독려를 하며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한 안간힘을 쏟았다.

승리를 낙관하면서 되도록 큰 차이로 이기길 바라는 모양새지만 그리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압도적으로 이기지 않는다면 어차피 찬반 양측이 이를 수긍하기는 어려워 보이는데 (거기에 성산지역주민들의 별도조사는 또 다른 빌미를 제공하고 있고) 이후 찬반 주민간 대립과 갈등의 골은 더 깊고 커질 것임에 자명하다.

말 그대로 우리 제주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며 건설 강행 시 재앙이 될 것임이 뻔한데 여론조사의 결과에 따라 개발이건 보존이건 결정되는 일, 이를 따를 수 없지 않은가.

또 공론화가 제대로 진행되려면 찬반 양측의 주장과 논리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주민들끼리 소통하는 판(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과연 공론화의 마당을 빌어 공항 반대의 논리와 주장을 상식과 합리에 기대어 되도록 많은 주민들에게 전하는 일, 이를 통하여 말 그대로 범도민의 의견을 모아내고 조직하는 판을 제대로 만들었는가, 생각해 보면 참 아프다.

어쨌든 결과에 대한 여러 가지 변수를 상정할 수 있는데 (홍명환 의원이 페이스북에 이를 언급하기도 하였다) 무엇보다 여론조사 결과 발표 이후 여러 경우에 대하여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그림이 시급해 보인다. 지금으로서는 반대 싸움의 주체가 어딘지도 모호해 보이는데 아직 이후 싸움에 대한 얼개가 마련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면 여론조사 이후 싸움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까. 이는 총체적이고 시급한 제주의 위기 상황을 알리는 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그 위기를 대표하는 제2공항 반대싸움이 자리할 것이다. 아울러 화산섬 제주를 망가뜨리고 주민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제반 문제와 맞서야 할 것이다.

여론조사를 앞두고 최병성 목사의 제주도 쓰레기 실상을 고발한 포토뉴스는 아주 인상적이었다. 이후 쓰레기와 관련해 생생한 포토뉴스들이 이어지면서 효과적으로 반대 여론에 큰 기여를 하였다고 여긴다. (이런 포인트가 중요하다.)

살펴보면 그토록 막고 싶었고 막고자 했던 오랜 강정싸움 이후 제주의 운동역량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강정싸움에서 무엇을 반성할 것인가. 그 싸움을 통하여 맷집을 길렀는가 조직적으로 나아지거나 힘이 세졌는가. 새로운 싸움에 대한 노하우와 자신감을 얻었는가. 아울러 제2공항 반대싸움을 통하여 우리는 무엇을 얻었으며 무엇으로 새로운 싸움의 동력을 얻을 것인가, 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제주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생태적 재앙과 아울러 이런 위기를 감지한 끼 있고 재능있고 열정적인 젊은 이주민들이 제주를 떠나고 있음도 눈여겨 보아야 한다. 대개 3년에서 5년 정도 살면 정착했다고 본다는데 많은 이들이 그 이후에 떠나는 사정이 더 심각해 보인다. 어쩌면 제주의 생태자연환경도 끝내 사람들과 어우러져야 하는 것이라면 사람이 빠져버린 제주의 위기는 더욱 가속화하지 않겠는가.

어떤 이가 지난번 올린 내 글에 댓글로 “나라에서 5조원을 준다는데 그거 받아 나누어 쓸 궁리하는 게 맞다”고 한다. 참 딱하다. 5000억원도 아니고 5조원씩이나 들여서 숨골을 막고 오름을 자르고 철새도래지를 파헤치며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칠갑을 하고 천혜의 자연경관을 뒤엎어 도륙을 내겠다는데 이를 ‘얼씨구나’ 하란 말인가. 대신 그 돈으로 자연 경관을 보존하고 재능있고 창의적인 문화예술인들 지원하면 낙원 같은 봄섬 제주를 만들지 않겠는가.

당장의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할 이유며 제2공항 반대싸움이 보다 큰 전망을 가지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이유며 제주의 운동역량이 여기로 집중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제주민 생존을 위한 비상회의’ 같은 이름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이를 위해서 네트워크 수준에서라도 시급하고 당면한 과제를 정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갖고 일을 나누며 조직을 꾸려 운동역량을 모으고 집중하는 일이 중요하겠다. 기존의 틀이라도 무방하겠는데 제주의 위기 상황을 인식하고 시급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개인과 단체의 참여가 필요할 것이다.

제주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싸움은 계속되어야 하며 싸움은 다시 시작인 것이다. 언제나처럼.

이성홍.<br>
이성홍.

제주에 살러온 8년차 가시리주민이다. '살러오다', 한 때의 자연을 벗삼고 풍광을 즐기고자 함이 아니라 끼니를 챙기고 텃밭을 일구고 호롱불 아니라도 저녁무렵 은근한 난롯가에서 콩꼬투리를 까고 일찌감치 곤한 잠들어 내일의 노동을 준비하는 생.활.자, 그리 살고싶다, 그리 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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