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한 비행기가 제주국제공항으로 착륙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박소희 기자)
18일 한 비행기가 제주국제공항으로 착륙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박소희 기자)

제주에 사는 사람들에게 ‘갈등’하면 떠올릴 그 이름. 제2공항. 제주도민들은 “반대”를 선택했다. 도저히 풀릴 것 같지 않았던 과제는 이제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의 손으로 넘어갔다. 

18일 오후 8시 제주도기자협회 소속 9개 언론사는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제2공항 건설을 두고 도민들에게 찬·반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여론조사를 의뢰받아 진행한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조사연구소과 엠브레인퍼블릭에서 모두 반대가 높게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의 경우 반대가 51.1%로 찬성(43.8%)보다 7.3%p 격차를 벌이며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한국갤럽의 경우 반대가 47.0%로 찬성(44.1%)보다 2.9%p 차이로 오차범위 내에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별도로 조사를 진행한 성산읍 주민의 경우 찬성(한국갤럽 64.9%·엠브레인퍼블릭 65.6%)이 반대(한국갤럽 31.4%·엠브레인퍼블릭 33.0%)보다 우세했다. 

제주도와 도의회는 오는 19일 오후 2시 열리는 여론조사 공정관리공동위원회 회의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검토한 뒤 국토부에 제출할 공문을 마련, 늦어도 다음 주초쯤 국토부에 이를 전달할 예정이다. 

#여론조사 결과로 기본계획 변경 가능하나

이에 국토부가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한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반영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제주도와 도의회 측에 여론조사를 통한 도민 의견수렴을 요청하며 “제주도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절차에 따라 도민 의견을 수렴할 시 그 결과를 정책 결정에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공항 건설 추진의 근거인 공항시설법에 따르면 공항개발 종합계획을 변경하기 위해선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의 의견을 들은 후 중앙 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제3조4항). 

이에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의견을 제시한다면 기본계획 변경 또는 철회까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제주도의회 제2공항 갈등해소 특별위원회 위원을 맡았던 홍명환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이도2동갑)은 이날 제주투데이와 통화에서 “국토부는 지난 2019년 2월 당·정·청 간 이뤄진 합의에서도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절차에 따라 도민 의견을 수렴하자는 데 그렇고 지난달에도 여론조사에 문제가 없다면 결과를 반영하겠다고 밝혀왔다”며 “공항시설법 제3조4항에 따라 반영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제주도와 도의회가 여론조사의 방식 및 문항 구성 등을 두고 협상하는 과정에서 국토부가 중재하며 ‘반대가 1%라도 높게 나올 경우 사업을 접겠다. 오차범위 내라고 해도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며 “당시 그런 입장까지 들었기 때문에 도의회 측이 여론조사와 관련해 양보를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강동원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단장은 “오는 19일 도의회와 여론조사 결과 자료를 충분히 검토한 뒤 가감 없이 국토부에 전달할 것이다. 오늘 도민들이 확인한 내용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어쨌든 제2공항 건설 사업을 추진하는 주체는 국토부이기 때문에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답했다. 

한정애 환경부장관은 지난달 인사청문회 당시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 구성 및 운영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국토부와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시 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참고할 계획”이라고 답한 바 있다. 

#제2공항 찬성 측 “여론조사 자체를 반대”

다만 제2공항 찬성단체에서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지역 내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날 오병관 제2공항 성산읍추진위원장은 제주투데이와 통화에서 “이전부터 여론조사 자체를 반대해왔기 때문에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여론조사 결과를 이유로 국책사업을 중단하는 건 말도 안 된다. 번복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없다”고 답했다. 

앞서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은 여론조사를 앞두고 “갈등과 반목을 종식하기 위해 찬성과 반대 측 모두 결과에 따라야 한다”며 “도민이 내려주신 엄중한 결과에 모두 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갤럽조사연구소는 제주지역 만 19세 이상 남녀 2019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면접조사(유선 20%·무선 80%)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2.2%p, 응답률은 35.5%, 신뢰수준 95%이다. 성산읍 주민의 경우 만 19세 이상 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면접조사(유선 20%·무선 80%)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4.4%p, 응답률은 43.6%, 신뢰수준 95%이다.

엠브레인퍼블릭은 제주지역 만 19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면접조사(유선 20%·무선 80%)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2.19%p, 응답률은 31.5%, 신뢰수준 95%이다. 성산읍 주민의 경우 만 19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면접조사(유선 20%·무선 80%)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4.38%p, 응답률은 46.5%, 신뢰수준 95%이다.

조사 결과 관련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과 엠브레인퍼블릭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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