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제주특별법 전부개정 의회 TF 출범워크숍이 열리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지난달 7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제주특별법 전부개정 의회 TF 출범워크숍이 열리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제주특별법 내 개정이 필요한 과제를 발굴하고 있는 가운데 영리병원 개설을 허용하는 조항의 일부 문구만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도의회는 “제주특별자치도가 더 이상 특별하지 않게 됐다”고 지적하며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 내 전부개정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도의회는 지난달 ‘도민의 복리증진을 위한 제주특별법 전부개정 의회 TF(단장 이상봉)’를 출범, 지난 9일 과제발굴 추진보고회도 열었다. 

이중 영리병원과 관련된 제307조(의료기관 개설 등에 관한 특례)와 제308조(외국인전용약국 개설 등에 관한 특례)도 포함됐다. 

두 조항은 사실상 영리병원의 개설을 허용하는 조항으로 시민사회 단체 측에선 꾸준히 ‘독소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촉구해 왔다. 

하지만 도의회는 해당 조항의 삭제가 아닌 일부 문구를 수정하는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는 모양새다.

해당 안에 따르면 제307조 1항의 경우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은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제주자치도에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는 내용 중 ‘의료기관’을 ‘외국인전용의료기관’으로 바꿨다. 

이 조항은 지난 2018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국내 1호 영리병원이 될 뻔했던 녹지국제병원에 ‘개설 허가’를 내줄 수 있었던 법적 근거이다. 원 지사는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불허’ 결정을 뒤집고 ‘내국인을 제외하고 외국인만 진료하는’ 조건으로 허가했다. 

▲제주도가 녹지국제병원 개원 허가를 결정했다. 앞으로 영리병원 논란이 다시금 거세질 전망이다.@자료사진 제주투데이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2018년 12월 국내 1호 영리병원이 될 뻔한 녹지국제병원에 조건부 개설 허가를 했다. (사진=제주투데이DB)

이에 녹지국제병원 측은 “‘내국인 진료금지’라는 조건은 의료법 제15조(진료거부 금지 등)에 위배된다”며 법원에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또 제308조의 경우 2항 중 단서(외국인전용약국에 종사하는 약사는 외국의료기관에서 처방전을 발급받은 내국인에게 그 처방전에 따른 의약품을 조제하거나 판매할 수 있다)를 삭제했다. 

제307조와 제308조의 삭제가 아닌 일부 문구 수정안을 검토하는 데 대해 도의회는 투자유치와 의료관광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7일 도의회 관계자는 제주투데이와 통화에서 “해당 상임위에서 ‘외국인전용의료기관’으로 수정한 안이 들어왔다”며 “의료관광과 관련이 있는 부분이라 삭제를 하려면 향후 추가적으로 공론 절차가 필요할 거 같고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상태에선 (삭제 대신)‘외국인전용의료기관’으로 정리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 조항을)아예 삭제하는 게 가치가 있을지, (영리병원 개설 가능성 등) 우려하는 사항들을 (방지할 수 있는) 전제조건으로 정비하는 식으로만 추진하는 게 가치가 있을지 의견 수렴을 거칠 예정”이라며 “도의회가 자체적으로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음 주부터 유관기관이나 단체에 별도 공문을 보내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19년 1월 민주노총 제주본부가 도청 앞에서 영리병원 철회를 개최하고 있다.(사진=김재훈 기자)
지난 2019년 1월 민주노총 제주본부가 도청 앞에서 영리병원 철회를 개최하고 있다.(사진=김재훈 기자)

이에 대해 시민사회 단체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오상원 의료영리화저지및의료공공성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 정책기획국장은 제주투데이와 통화에서 “관련 법 조항을 외국인만 한정하는 식으로 놔두겠다는 건 영리병원을 그대로 살려놓겠다는 것과 똑같다”며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처음 생겨났던 영리병원은 의료관광객이 아닌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을 위한 정말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이었다”며 “이게 의료관광산업과 매칭이 되면서 내국인도 이용이 가능한 영리병원으로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외국인전용의료기관으로 바꾼다고 하더라도 사실 내국인만 이용을 못 하게 하는 것이고 사업주의 경우 국내 의료법인도 50%까지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의료법인이 영리병원으로 진출하는 문제도 그대로 남게 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경제가 힘들다고 이야기하는데 오히려 코로나19 때문에 공공의료가 절실한 시점”이라며 “특히 제주도는 응급 상황이 생기면 심하면 육지로 이송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지역보다 응급 대응 체계가 절실한 환경”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돈을 벌기 위해 의료관광을 얘기하며 (영리병원 허용 조항을) 놔둔다면 영리병원을 계속 하자는 것”이라며 “제주도민은 의료 공공성을 위해 영리병원에 분명히 반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조항을 삭제하지 않는다면 도의회가 정면으로 반대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상봉 TF단장은 오는 22일 오전 제주특별법 전부 개정에 따른 초안 공개 및 관련 브리핑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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