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마지막날.
휴식년 통제전 마지막 새벽
안스러워 발길 끊었던 용눈이오름에 들었다.

오름 초입 반갑게 맞아주던 무덤도 
빈집 되어 새벽 여명에 스산하다.

부드러운 곡선의 실루엣 위로 
아침해 붉게 떠오른다. 

햇살에 드러난 능선 등짝 깊은 상처
선명한 수술자국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굼부리 안 무덤 하나
멀리 설산 눈길 아래 안온한데

오름 기슭 무덤 하나
포크레인 삽날 아래 위태롭다.

저 능선에 넘실대는 인파
잠시 쉰들 온전히 치유될까

돌아서던 발걸음 멈추고 
가만히 돌아본다.

어쩌면 지금은
화산섬 전체가 멈추고
돌아볼 때가 아닐는지.

 

김수오

제주 노형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수오 씨는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뒤늦게 한의학에 매료된 늦깍이 한의사다. 연어처럼 고향으로 회귀해 점차 사라져가는 제주의 풍광을 사진에 담고 있다. 낮에는 환자들을 진맥(診脈)하고 출퇴근 전후 이슬을 적시며 산야를 누빈다. 그대로가 아름다운 제주다움을 진맥(眞脈)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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