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삼다수 0.5L. (사진=제주삼다수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제주삼다수 0.5L. (사진=제주삼다수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먹는샘물을 판매하는 회사가 탈(脫) 플라스틱에 도전한다?”

일회용 플라스틱병에 음료를 담아 제조·판매하는 기업이 플라스틱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에 도전장을 내민 기업은 바로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사장 김정학)’. 우리가 잘 아는 생수 ‘제주삼다수’를 생산해 판매하는 제주도 산하 공기업이다. 

제주도개발공사는 지난 15일 올해를 ‘ESG 선도 공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원년으로 선포했다. 

ESG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기업이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윤리경영) 등을 고려해야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공사는 생산부터 수거, 재활용까지 모든 과정에 친환경 사업 모델을 적용하는 ‘그린 홀 프로세스(Green Whole Process)’ 경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우선 올 상반기 내 상품명이 적힌 비닐 라벨이 없는 ‘제주삼다수 그린 에디션(가칭)’ 출시를 위한 시설을 구축한다. 오는 6월부터 2ℓ제품 1억병을 내놓는 것이 목표다. 무라벨 제품은 가정배송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통해 판매될 예정이다. 

그린 홀 프로세스. (사진=제주도개발공사 제공)
그린 홀 프로세스. (자료=제주도개발공사 제공)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 약 64톤에 이르는 비닐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고 비닐을 따로 떼어내는 불편을 해소해 분리배출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도 높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음으로 2025년까지 2020년 대비 플라스틱 사용량을 25% 줄이고 2030년까지 50%를 줄이는 등 ‘플라스틱 프리(Plastic-Free)’에 도전한다. 

이를 위해 먹는샘물용 용기의 재사용과 바이오 페트(PET) 소재 개발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플라스틱 용기를 완전히 대체하는 탈 플라스틱 비전을 실현해 나갈 계획이다. 

실제로 공사는 최근 페트병 경량화를 추진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1000톤 이상 줄이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사진=제주도개발공사 제공)
(자료=제주도개발공사 제공)

공사는 또 제주삼다수 생산라인을 비롯, 모든 사업장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50%까지 늘려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적극 나선다. 

올해는 생산라인을 중심으로 에너지 진단을 거쳐 절감 방안을 도출하고 신재생에너지 도입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사업장 내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 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C)를 구매하는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공사는 지난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난 2017년 대비 9% 감축하는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다.

(사진=제주도개발공사 제공)
(자료=제주도개발공사 제공)

제주도개발공사의 환경친화적인 경영 노력이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건 아니다. 

공사는 지난해 국제 표준인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보고서에 근거해 ‘2020 JPDC 지속가능보고서’를 마련했다.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의 재무적, 비재무적 성과와 지속가능 경영 활동에 대한 성과를 담았다. 

‘지속가능한 제주의 미래가치 창출’이라는 슬로건 아래 고객·환경·상생·구성원 등 네 가지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10대 원칙과 UN이 채택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이행 현황도 담겼다. 

2020 JPDC 지속가능보고서. (사진=제주도개발공사 제공)
2020 JPDC 지속가능보고서. (자료=제주도개발공사 제공)

특히 청정환경이라는 핵심 가치 아래 제주지역의 청정자원과 환경가치를 보전하고 확장하는 방향을 설정했다. 

이를 위한 과제 첫 번째로 국제 수준의 친환경 생산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자원을 절약하기 위해 페트병 무게를 지속적으로 감량해왔으며 분리배출을 돕기 위해 상품명 라벨에 분리선을 넣어 제작했다. 

(사진=제주도개발공사 제공)
(자료=제주도개발공사 제공)

또 용수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설비를 도입하고 생산에 투입되는 자원과 에너지 절약을 위한 공정 혁신 등 다양한 시도를 꾀하고 있다. 

도민과 소비자의 친환경 의식을 높이기 위해 플라스틱 병뚜껑 모으기 캠페인과 분리수거함 보급 활동, 페트병 자동수거 보상기, 절수기기 설치를 통한 물 절약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엔 노형중학교 내 세면기와 양변기, 음수대 등 수도꼭지와 변기에 절수기를 설치했다. 아울러 ‘물 절약’ 스티커를 부착해 학생들이 일상에서 물을 절약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도모했다. 

그 결과 절수기 설치와 캠페인 이전과 비교해 물 사용량이 21.3% 감소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공사는 제주시 일도이동에 위치한 신천지아파트와 개인 주택 등에도 절수기 보급· 설치했다. 이후 물 사용량은 아파트의 경우 13.9%, 개인 주택의 경우 12.6%가 줄었다. 

추자초등학교에서 진행한 자원 재활용 교육. (사진=제주도개발공사 제공)
추자초등학교에서 진행한 자원 재활용 교육. (자료=제주도개발공사 제공)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자원 재활용 교육에도 열심이다. 지난해 11월엔 추자초등학교에서 플리츠마마와 함께 ‘페트병이 가방이 된다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난해 8월부터 추자도에서 배출되는 폐페트병을 활용해 출시한 ‘추자에디션’의 판매수익금으로 마련해 더욱 뜻깊은 의미가 담겼다. 

학생들은 플리츠마마 니트 플리츠백 바디와 스트랩 등으로 구성된 ‘페트병 나노 플리츠백 DIY 키트’를 받아 직접 가방을 제작했다. 또 제주삼다수의 비닐 라벨과 뚜껑을 분리하고 페트병이 가방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배우며 자원 순환의 중요성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밖에 공사는 도민을 비롯한 국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친환경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고 환경친화적인 소셜 벤처기업을 키우고 있다. 

또 감귤 농축액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까지 단미사료(다른 것과 섞지 않은 가축 사료)로 만들고,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 가스를 활용하여 부산물 처리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등 사회적가치 창출과 자원순환의 새로운 모델도 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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