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함덕 앞바다. (사진=제주투데이DB)
제주 함덕 앞바다. (사진=제주투데이DB)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음악은 많지만, 그중 가장 대표적인 음악을 꼽으라면 바로 <제주도의 푸른밤>일 것이다. 한국 대중음악 역사에 길이 남을 전설의 밴드 ‘들국화’의 메인 작곡가이자 베이시스트인 최성원이 작곡과 작사를 했다. 1988년에 발매한 그의 솔로 1집에 수록된 이 곡은 30년이 넘게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곡이자, ‘제주도’하면 가장 먼저 생각 나는 곡임에 틀림이 없다. 오죽하면 이 제목을 빌린 소주까지 만들었을까.

제주도의 푸른 밤. 잔잔히 들려오는 바다의 파도 소리와 함께 빛나는 한치잡이 배의 밝은 불빛. 여기에 상쾌한 공기로 가득 덮인 제주 밤의 정취는, 고층 아파트와 빌딩 그리고 자동차의 소음으로 가득한 육지의 어느 맑은 날보다도 푸르다는 걸 우리는 알 수 있다. 더하여, 함께하는 연인과 같이 있는 시간은 이를 더더욱 푸르게 할 것이며, 그 감성은 오롯이 이 곡에 담겨있다.

곡의 가사처럼 제주도라는 공간은 돈과 시간과 사람에 얽매였던 우리를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며, 돌담 너머 열매를 맺는 감귤나무와 마당이 있는 아늑한 집을 보면 자연히 제주도로 내려와 살고 싶은 감정이 잠시나마 들게 한다. 비행기를 타면 고작 한 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위치하면서도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이 곡을 사랑하고, 제주도를 대표하는 곡으로 꼽는 것이리라.

이 곡은 우리에겐 익숙한 많은 뮤지션을 통해서 재해석되고 불렸다. 각자가 가진 감성과 표현하고 싶은 이미지를 담았겠지만, 최성원의 원곡(1988)과 한국 대표 발라드 가수인 성시경(2004), 그리고 소녀시대 태연(2016)의 버전 이 세 곡에 담긴 제주의 각기 다른 이미지를 얘기하고자 한다.

최성원 솔로 1집 앨범 재킷.
최성원 솔로 1집 앨범 재킷.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와 사회적 부조리를 감춘 채, 급격한 경제적 성장을 이루고 올림픽까지 개최한 1988년은 그 어느 시기보다 시끌벅적했던 시기였다. ‘놀토’라는 개념도 없이 바쁘게 살아왔던 현대사회를 벗어나, 오직 제주도에만 느낄 수 있는 정취와 여유를 담은 곡이 최성원의 <제주도의 푸른밤>이다. 

제주도가 대표적인 신혼여행지로 꼽히던 이 시기에 발매된 버전은 과하지 않은 사운드와 잔잔한 보컬의 매력으로 분위기를 더한다. 현재의 바쁨을 잠시 뒤로하고 미래의 단란함을 꿈꾸며 듣는 이 곡은, 막 가정을 이루고 사랑이 가득한 사람들에게 더 낭만적으로 다가왔음에 틀림없다.

1998년 IMF 위기를 극적으로 이겨냈고, 2002년 월드컵을 개최하고 4강에 오르는 역사를 쓰며 우리는 대한민국인이라는 자부심과 더불어 경제적 여유를 다시 갖게 되었다. 그리고 2004년 성시경의 버전이 사람들의 귀에 들려지게 된다. 

성시경의 제주도의 푸른밤.
성시경의 제주도의 푸른 밤.

원곡과는 달리 다양한 악기들이 가미되고 말끔히 다듬어진 사운드와 재즈적 요소들 위로 원숙한 성시경의 보컬이 우아하게 얹어지는 이 버전은, 이전에 비해 발전되고 고급스러워진 제주의 모습을 담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제주도는 당시 경제적인 여유를 누리게 되었으며, 아파트 단지를 비롯한 여러 주거단지와 상업지구가 활성화되기 시작한다.

2016년 발매된 태연 버전의 <제주도의 푸른 밤>의 가장 큰 특징은, 앞서 얘기한 두곡의 인트로에 담겨졌던 파도 소리는 없어지고 그 자리에 펑키한 기타와 상쾌한 전자음이 대신 채우고 있다. 해안가에 재탄생된 다양한 모습들의 건물들을 옆으로 두고 렌터카를 운전하며 듣기 좋은 사운드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젊은 층들이 쉽게 접근하고 소비할 수 있는 제주도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으며 이는 뮤직비디오에 담긴 영상에도 나타난다. 활기가 더해진 제주도의 모습을 표현한 사운드와 구성, 그리고 청량한 태연의 보컬은 청춘의 제주도를 아주 잘 표현하였다. 

태연의 제주도의 푸른 밤.
태연의 제주도의 푸른 밤.

그 사이 제주도는 어떻게 되었을까? 해안가마다 건물을 지어졌고, 한치잡이 배 불빛보다 더욱 빛나는 건물들의 불빛들이 제주의 밤을 덮게 되었다. 마치, 인트로의 파도 소리와 같이 우리가 자라오고 느낀 제주의 밤도 사라지는 듯하다.

<제주도의 푸른 밤> 세 가지 버전 중 가장 먼저 떠올릴 곡은 제주를 경험했던 시기와 각자의 에피소드 그리고 함께한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이 곡 모두 같은 가사와 멜로디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의 모습과 감명받은 부분은 위 곡들의 구성과 사운드처럼 각각 다르겠지만, 그것 모두 제주도의 매력이며 우리는 그것에 감동을 받고 또다시 제주를 찾게 된다는 점이다. 

앞으로 내가 듣고 느끼는 제주도의 푸른 밤은 또 어떤 모습을 담고 어떤 사운드를 품을지 궁금하지만, 그래도 나에겐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오리지날 버전보다 더욱 취향에 맞는 곡은 없을 것이다.

강영글.
강영글.

잡식성 음악 애호가이자 음반 수집가. 중학생 시절 영화 <School Of Rock(스쿨 오브 락)>과 작은누나 mp3 속 영국 밴드 ‘Oasis’ 음악을 통해 ‘로큰롤 월드’에 입성했다. 컴퓨터 앞에 있으면 음악을 계속 들을 수 있다는 이유로 컴퓨터과학과 입학 후 개발자로 취직했다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기획자로 전향. 평생 제주도에서 음악과 영화로 가득한 삶을 꿈꾸는 사람. 

 

한 달에 한 번 제주와 관련된 음악을 이야기합니다. 가끔은 음식, 술, 영화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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