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은 것은 국토부가 도민의견을 존중하는 것

결국 제주제2공항에 대한 도민의 선택은 반대였다. 지역 내 찬성과 반대를 아우르는 모든 단체가 치열한 홍보활동을 전개하며 찬성과 반대를 호소한 결과 도민의견이 최종적으로 제2공항 반대로 모인 것이다. 그만큼 제주도의 난개발 문제가 적지 않고 그에 따른 생활환경 악화가 극심하다는 것을 도민사회가 체감하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도민들이 더 이상 생활환경의 악화를 바라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번 도민여론조사 결과가 증명한 것이다.

이번 도민여론조사가 더욱 중요한 이유는 5년 동안 오랜 논의와 토론의 결과물이라는 점에 있다. 그만큼 주민투표에 버금가는 매우 숙의된 공론조사였던 셈이다. 그래서 이번 도민여론조사가 가지는 의미가 남다르다. 국책사업에서 늘 배제되어 왔던 지역주민의 자기결정권을 획득하며 지방자치 발전에 새로운 획을 그었기 때문이다. 이는 민주주의 발전과 시민사회 성장에도 큰 발판이 되는 역사적인 장면이었다.

2월 8일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쓰레기 매립장 풍경.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쓰레기 매립장에 적치된 압축쓰레기(사진=제주투데이 DB)

 

결국 제주도의 생활쓰레기 문제가 제2공항에 대한 도민들의 마음을 뒤바꾼 셈이다.

이렇게 제2공항 반대라는 기념비적인 결과물에 크게 기여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난개발과 생활환경 악화였다. 특히 도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생활환경 악화는 제2공항 추진에 있어 가장 큰 장벽이었다. 특히 2019년 제주도의 생활쓰레기가 필리핀으로 밀수출되었다는 사실이 폭로되며 전국적인 비난이 쏟아지던 당시부터 이미 제2공항에 대한 평가는 꺾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18년만 하더라도 찬성이 50% 초반 대를 유지했고 반대는 40% 초반 대를 유지했다. 그러던 것이 2019년으로 넘어서면서 반대가 찬성을 오차범위 내에서 추월하기 시작했다. 결국 제주도의 생활쓰레기 문제가 제2공항에 대한 도민들의 마음을 뒤바꾼 셈이다.

2019년 이후에도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코로나19 감염병이 창궐한 지난해 국가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만큼 소비감소가 뚜렷했지만 생활쓰레기는 그만큼 줄지 않았다. 일일 소각능력 500톤 규모의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소각장으로 반입되어 소각되는 쓰레기양은 지난해 기준 하루 약 481톤이다. 소각장 용량의 96.2%를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기존의 노후소각장인 서귀포시 남부광역환경관리센터 소각장과 제주시 북구광역환경관리센터 소각장에서도 하루에 약 137톤이 소각되고 있다. 제주도에서 하루에 618톤의 생활쓰레기를 태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지난해 이들 세 곳 소각장으로 반입된 생활쓰레기는 427톤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반입량보다 191톤이나 많은 618톤의 생활쓰레기가 태워지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 답은 압축쓰레기에 있다. 지난 2012년 제주도는 관광객 1천만 시대를 열며 관광객과 인구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각종 관광개발과 도시개발이 급증하면서 제주도는 생활쓰레기 처리난에 시달리게 된다. 소각장의 운영능력을 뛰어넘는 생활쓰레기가 발생하면서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 인해 생활쓰레기는 소각장 대신 매립장으로 반입 처리되었고 이 과정에서 매립장 포화 문제가 대두된다. 가뜩이나 개발급증으로 인한 건축폐기물 증가로 매립장의 포화가 앞당겨지고 있는 시점이었기에 문제는 더 커졌다.

2월 8일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쓰레기 매립장 풍경.(사진=김재훈 기자)
2월 8일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쓰레기 매립장 내 재활용품 선별장 부지에 적치된 플라스틱 더미.(사진=김재훈 기자)

결국 제주도가 고심해서 내놓은 방안은 일단 태울 수 없으니 쌓아두자는 것이었다. 그냥 쌓아두면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절단하고 압축해서 쌓아뒀다가 새로운 소각시설이 지어지면 그 때 태우자는 것이었다. 이런 결정에 따라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무려 개당 무게가 900킬로그램에서 1톤에 달하는 14만5461개의 압축쓰레기 더미가 생산됐다. 이들은 각각 제주시 봉개매립장과 서귀포시 색달매립장에 적치되었다.

문제는 이렇게 엄청나게 만들어진 압축쓰레기를 마냥 쌓아둘 수 없다는 점이었다. 계속 쌓기에는 매립장의 공간이 부족한 탓이다. 결국 압축쓰레기는 육지부의 중간처리업체를 통해 반출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반출된 압축쓰레기는 건조과정을 거쳐 SRF발전소와 시멘트 소성로에 반입되기 시작했다. 제주도의 생활쓰레기 문제가 육지부에도 악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제주도의 생활쓰레기 처리난 만큼이나 육지부의 상황도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거대한 쓰레기산과 용량을 초과해 쓰레기를 태우는 민간소각장에 의한 환경오염 문제 등으로 육지부에서도 생활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었다. 

결국 탈이 나고야 말았다. 생활쓰레기를 수집해 이익을 챙겨온 중간처리업체가 생활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게 되자 해외로 그리고 물류창고로 농촌으로 생활쓰레기를 몰래 버리다 들통이 나버린 것이다. 이 와중에 제주도의 생활쓰레기가 필리핀으로 넘어간 사실도 폭로되었다. 게다가 막대한 생활쓰레기가 항만의 물류창고에 방치된 사실도 확인되었다. 이렇게 항만에 방치된 생활쓰레기만 무려 9천262톤이었고, 필리핀으로 넘어간 쓰레기는 1천600톤에 이르렀다. 제주도의 생활쓰레기가 국내를 넘어 국외에까지 영향을 주는 말도 안 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만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괜찮은 걸까? 전혀 그렇지 않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제주도에 남아 있는 압축쓰레기는 약 4만7천톤에 이른다. 이들을 태우기 위해 걸릴 시간은 어림잡아 빨라야 3년 이상으로 예측되고 있다. 원래는 노후시설로 폐쇄 예정이던 서귀포시와 제주시의 소각장 2곳이 3년간 연장 운영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노후소각시설의 특성상 잦은 고장과 그에 따른 비계획적 오염물질 유출 등의 우려를 생각해 본다면 제주도의 압축쓰레기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매립장 문제도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도내 매립장은 이미 문을 닫은 상태이거나 턱밑까지 매립된 상태로 여유가 거의 없는 상태다. 유일하게 정상 운영되는 곳은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내 매립장뿐이다. 문제는 기존 매립장의 종료 등에 따른 부하가 그대로 신규매립장에 전가되고 있는 사실이다. 현재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매립장의 운영기한은 2054년 12월까지로 35년간 매립장을 운영하도록 설계되었다. 하지만 현재 매립되는 추이를 검토해 봤을 때 이미 연간 매립할 수 있는 용량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 8일 제주시 봉개에 위치한 쓰레기 매립장 모습. (사진=김재훈 기자)
지난 8일 제주시 봉개에 위치한 쓰레기 매립장에 적치된 폐목재. (사진=김재훈 기자)

지난 2019년 2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23개월 동안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매립장의 매립가능량은 약 5%가 감소했다. 2019년에 반입된 매립쓰레기 총량이 3만8125톤이고 지난해 6만5436톤이 매립되었다. 약 1.7배 증가한 셈인데 이는 기존 매립장 포화에 따른 당연한 결과다. 문제는 35년간 무리 없이 매립장을 운영하려면 연간 2.85% 정도만 매립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지난해 3.15% 정도 매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감염증 사태로 소각과 매립쓰레기가 줄었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지금도 매립 정량을 넘어서는 매립이 이뤄지고 있는데 여기에 제2공항이 개발된다고 한다면 당연히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제주도가 2020년 4월에 발표한 ‘제주특별자치도 자원순환시행계획’에 따르면 제2공항 건설사업이 추진될 경우 건설폐기물은 3년 동안 매년 2만6098톤씩 총 7만8294톤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3층 건물 1500채를 건설해야 나오는 막대한 폐기물 양이다. 적어도 제주도 내에서 1년 동안 배출되는 매립량을 능가하는 건설폐기물이 배출된다는 것인데 당연히 매립장 포화시기를 앞당기는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는 부차적으로 발생하는 개발관련 사업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양은 뺀 것이다. 이를 더한다면 매립장 포화는 상당 부분 빨라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도민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제주의 지속가능한 생활환경을 위해서는 제2공항을 절대 지을 수 없었다. 이를 도민사회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고 이런 도민의 민의가 제2공항 반대로 모아진 것이다. 이렇듯 오랜 기간 난개발과 생활환경 악화에 따른 피로감을 도민사회는 격렬하게 느끼고 있다. 그래서 도민사회는 더 이상의 환경파괴와 오염, 생활환경 악화가 아닌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제주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국토부가 도민사회에 약속했던 공정하게 수렴된 도민의견을 존중하는 것 뿐이다. 최근 국토부는 결정을 미루면서 환경부와 제주도의 의견을 묻는다고 한다. 이는 국토부의 약속과 큰 괴리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도민의 민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그것이 도민이 바라는 미래이고 희망이다. 부디 국토부가 책임을 회피하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길 바란다. 반드시 국토부가 책임지고 지속가능한 섬 제주를 열어주길 기대한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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