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이들을 추모하는 시민들이 5일 오전 11시 도의회 앞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박소희 기자)
제주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이들을 추모하는 시민들이 5일 오전 11시 도의회 앞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박소희 기자)

 

퀴어활동가 김기홍씨에 이어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전 하사가 비극적인 선택으로 삶을 마감하자 이들을 추모하는 시민단체 등이 성소수자를 위한 조례 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제주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이들을 추모하는 시민들은 5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의회는 동료 시민들이 죽음을 강요받지 않도록 책임을 다하라"며 차별금지와 성평등 조례 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 낭독에 앞서 구호 대신 묵념으로 앞서 떠난 성소수자들을 추모했다. 

김승섭 고려대 교수의 2017년 연구에 따르면 한국 트랜스젠더 중 40% 이상이 ‘자살을 시도한 적 있다’고 답했다.

트랜스젠더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성소수자들의 자살 시도율 또한 마찬가지이다. 한국청소년개발원의 2006년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 성소수자 77.4%가 자살을 생각하고, 47.4%가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 이는 자해행위나 자살을 기도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에 비해 거의 다섯 배가 높은 수준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소수자를 차별하고 배제하고 혐오해도 되는 이 사회에서 소수자들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며 "그들의 생명은 벼랑 끝에 간신히 매달려 있다"고 개탄했다. 

최근 국민의당 소속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는 후보 토론회 과정에서 '퀴어 축제를 거부할 권리'를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상진 서울시의원 역시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개인적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다'는 발언과 함께 정상과 비정상의 범주를 나누기도 했다.

제주도도 성수소자에게 안전한 공동체는 아니다. 진통을 겪다 지난해 겨우 제정된 제주학생인권조례는 반대측 단체로 인해 성적지향을 포함한 차별금지 사유를 대폭 삭제했다. 그뿐만 아니라 강충룡 도의원은 공식 석상에서 "동성애를 싫어한다"는 혐오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제주가 고향인 고 김기홍씨는 2018년 지방선거에 트랜스젠더 당사자로 출마(녹색당 비례후보)해 아무도 차별받지 않는 평등한 제주를 꿈꿨다. 그는 후보 당시 △차별금지·성평등 조례 제정 △성중립 공공화장실 설치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하지만 고 김기홍씨 자신의 꿈과 점점 더 멀어져가는 사회에서 안타까운 선택을 하며 "동지들이 있고, 애인이 있고, 가족이 있어도 친구 동료가 있어도 계속 고립되어 있어요. 그래서 떠나요. 지켜주는 사람이 있어도 난 갈곳이 아니 막아주는 곳이 없어요"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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