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하순.
꽃샘추위 지나간 저녁

오랜 염원 담긴
4·3특별법 개정안 통과 소식을 안고

겨울 기운 채 가시지 않은
중산간 들판으로 들었다.

긴 겨울 견디던 늙은 말 하나
꽃샘추위에 끝내 눈을 감고

어린 조랑말 하나
해맑은 눈망울로 가만히 마주한다.

겁이 많아 서서 잠자는 말들
서로 의지하며 긴 밤 지새다

건초 더미 여기저기에 
평안히 몸을 누인다.

제주 산야 여기저기 스러져간
칭원헌 넋들도

긴 세월 깊은 상흔 간직한
살아남은 이들도

저 말들처럼
이제 평안한 봄날이길.

 

김수오

제주 노형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수오 씨는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뒤늦게 한의학에 매료된 늦깍이 한의사다. 연어처럼 고향으로 회귀해 점차 사라져가는 제주의 풍광을 사진에 담고 있다. 낮에는 환자들을 진맥(診脈)하고 출퇴근 전후 이슬을 적시며 산야를 누빈다. 그대로가 아름다운 제주다움을 진맥(眞脈)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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