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 겨울 찬 하늘~

하얀색 풍광이 한라산을 덮어버린 갑작스러운 폭설과 

매서운 눈바람까지 강추위 속에 봄을 부르는 한라산의 전령사 

여기저기서 차가운 눈 위로 노란 얼굴을 내민다.

앙상한 숲 속,

나뭇잎이 그늘을 만들기 전 낙엽 수림대 아래 얼음새꽃 '세복수초'

꾸미지 않아도 자연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자태 

시간이 멈춰 버린 듯 마법 같은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내며 

자연스레 마음의 문을 열게 한다.

공기가 느슨해지고 바람이 머무는 곳 

숲 속은 조용한 듯 하지만 햇빛과의 전쟁을 치른다.

초록잎을 만들기 전이라 앙상한 나무는 삭막하고 쓸쓸하게 보이지만 

황금빛 융단을 깔아 놓은 듯 초록 치마에 샛노란 저고리로 갈아입은 '세복수초' 

한라산 중산간을 시작으로 봄의 전령사는 일찍 기지개를 켠다.

언 땅을 뚫고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세복수초' 

눈을 뚫고 나와 꽃이 피면 그 주위가 동그랗게 녹아 구멍이 난다고 해서 '눈색이꽃' 

얼음 사이에서 핀다고 해서 '얼음새꽃'이라는 고운 이름을 가지고 있다.

축축한 나뭇잎 위로 첫인사를 나눴던 봄의 전령사 

꽁꽁 얼어버린 얼음을 뚫고 차가운 눈 위에서 희망을 전한다.

세복수초는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잎은 새의 깃처럼 가늘고 길게 갈라져서 '세복수초(細福壽草)'라 부르는데 

꽃과 잎이 거의 동시에 나오고, 잎 위로 꽃봉오리가 올라온다.

복수초(福壽草)라는 한글 이름과 달리

노란색 꽃이 부와 영광, 행복을 상징하는 황금색이라 '복수초'라 불린다.

제주에서 볼 수 있는 세복수초(細福壽草)는 

잎은 새의 깃처럼 가늘고 길게 갈라지고 꽃과 잎이 동시에 나오지만 

꽃이 먼저 피면서 잎이 나오는 복수초와 비교된다.

[세복수초]

꽃샘추위와 자주 내리는 차가운 봄비보다는 따스한 햇살을

보고파하는 햇빛을 좋아하는 세복수초 

옥 받침에 금잔을 올려놓은 듯 

봄의 전령사 '세복수초'가 샛노란 꽃잎을 활짝 열어젖혔다.

[변산바람꽃, 세복수초, 산쪽풀]

세복수초에 가려 보이지 않던 자세히 보아야  

더 아름다운 키 작은 들꽃들은 이름을 불러주면 환하게 웃어준다.

바람도 멈춘 따뜻하고 포근한 햇살 

나무 잎새가 아침마다 색을 달리하고 소박하지만 찬란한 이 계절의 풍광 

앙상한 가지 위로 파란 하늘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차가운 바닥을 하얗게 수놓는 변산 아씨 '변산바람꽃' 

잠시 피었다가 봄바람 타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지만 

아직은 수줍은 듯 차가운 눈 위로 하얀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렸다.

[변산바람꽃]

간밤의 추위를 견디고 움츠린 모습으로 

봄비와 나뭇잎을 이불 삼아 보송보송 솜털을 단 앙증맞은 '새끼노루귀'

남들보다 먼저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켠다.

[새끼노루귀]
[(분홍)새끼노루귀]
[중의무릇]
[산쪽풀]
[낙엽 수림대]

깊고 어두운 땅 속에서 한줄기 빛을 찾아 

어김없이 찾아와 주는 마음씨 고운 작고 여린 봄꽃들 

잠시 머물다 설렘만 남기고 봄바람 타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지만 

아름다운 새 생명을 탄생시키며 감동과 희망을 안겨주며 봄의 기운을 불어넣는다.

자연의 사랑을 먹고 자란 찬란한 봄의 전령사들 

봄의 두근거림이 느껴진다.

 

고은희
고은희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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