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 앞에 놓인 민주주의가 위태롭다. 원희룡 지사가 제주도민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또 한 번 꺾어버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원 지사가 정책에 대한 제주도민의 의견을 물어놓고서 막상 도민의견을 뒤집어 엎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한 전력이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지난 2018년 12월 원희룡 지사는 영리병원공론조사위원회의 공론조사 결과(불허)를 뒤집고 중국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한 바 있다. 공론조사 결과를 존중하겠다던 따르겠다고 말해온 터라, 원 지사에 대한 도민의 배신감은 더욱 컸다. 시민사회의 반발과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이때 원희룡 지사는 정책에 대한 주민의 의견을 구하는 민주주의적 절차를 밟은 뒤 막상 그 결과에 대해서는 따르지 않는 구시대적 관료-엘리트주의의 모습을 보였다. 대의민주주의의 보완장치인 숙의형 공론조사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민주주의라는 여린 나무의 가지 하나를 부러뜨려버렸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제주도에 여론조사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영리병원 때와 마찬가지로 도민의견과 상반된 답을 내놓지 않을지 우려된다.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우세한 도민의견 여론조사 결과를 번복하는 의견을 제출하는 경우 갈등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제2공항에 대한 도민의견 수렴을 위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여론조사 정상 추진 및 객관성 담보를 위해 제주지역 9개 언론사가 참여했다. 여론조사 목적은 그 무엇보다 제2공항 건설에 대한 도민의견을 알기 위함이다.

도민의견 여론조사 결과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두 여론조사 전문기관에서 진행했는데,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는 반대(51.1%)가 찬성(43.8%)보다 7.3%p 앞섰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반대’가 47%, ‘찬성’이 44.1%를 기록했다. 모두 반대가 많았다.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는 오차범위 밖에서,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오차범위 내에서 제2공항 건설 반대가 우세했다. 이것이 도민의견이다. 더 덧댈 것도, 더 붙일 것도 없다. 원 지사는 제2공항 반대 도민의견에 따른 공항인프라 확충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국토부에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원희룡 지사가 영리병원 공론조사에 이어, 제2공항 여론조사 결과마저 무시하고 왜곡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도민의견을 거스르는 의견을 국토부에 제출해 제2공항 갈등을 더 키워서는 안 된다. 민주적 절차에 따라 객관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도민과 손을 잡아야 한다. 구시대적 관료-엘리트주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날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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