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와 제2공항 도민의견을 따라 제2공항 즉각 철회를 촉구하는 피해지역 주민과 단체 관계자들.(사진=제주투데이 DB)

대의민주주의의 한계 극복을 위해 실시한 제2공항 도민의견 여론조사를 결과를 원희룡 제주지사는 끝내 외면했다. 제주도의회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렵게 모아낸 도민의견과 ‘더 많은 민주주의’를 위한 시도가 원희룡 지사에 의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제주 제2공항 입지 선정 후 5년여에 걸쳐 제주도민은 용역에 대한 검증, 숱한 토론회를 진행했다. 제주도민은 그 지난한 과정을 감수해왔다. 공항 건설로 인한 영향은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제주의 미래를 위해, 충분한 논의의 시간이 필요했다.

도민은 각자의 자리에서 제주의 미래와 제2공항을 두고 고민하고 토론했다. 그렇게 자신의 입장을 정리했다. 제2공항 건설에 대한 도민의 뜻을 묻는 여론조사가 지난달 시행됐다. 정책 결정을 함에 있어 주권자인 도민의 뜻을 반영하기 위해 실시한 여론조사다. 

여론조사 결과 도민의견은 최종적으로 제2공항 건설 반대로 결론이 났다. 5년이 걸려, 모아낸 의견이다. 귀하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 하더라도 그 결과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절차적 민주주의’라는 최소한의 합의를 뒤엎어서는 안 된다. 

10일 원희룡 지사는 그 최소한의 선을 넘었다. 명분은 여론 조사로 정책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성산읍 주민들의 여론 조사결과를 두고 수용성 문제가 해결되었다고까지 했다. 자의적이고 편의적인 해석이다. 피해주민의 목소리는 없었다. 동쪽과 서쪽의 여론이 다르다면서 지역 감정을 부추기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원희룡 지사의 ‘불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원희룡 지사는 2018년 영리병원 도민공론조사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바 있다. 제2공항 도민 여론조사 결과마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정도면 상습적이다. ‘민주적 의견 수렴’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정치인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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