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이었다.

공교롭게도 3월 10일이었다.

74년 전 모든 도민의 함성이 불타오르던 3월 10일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 3·1절 발포사건으로 6명이 사망하자, 제주는 함께 싸우는 길을 선택했다. 공무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모든 도민이 한목소리로 외친 저항의 순간이었다. 1947년 3월 10일. 그날은 불꽃 같은 목청으로 함께 했던 저항의 시작이었다.

그날로부터 74년이 지났다. 하필이면 그날 원희룡 지사는 제2공항 추진 강행을 선언했다. 어렵게 합의한 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부정했다. 성산읍 주민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수용성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말했다. 발표 내내 원희룡 지사의 목소리는 격앙되었다. 가덕도를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추궁했다.

4년 전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결정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법재판관 8명 전원의 결정이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날 우리는 헌법 정신을 똑똑히 보았다. 어떤 권력도 국민을 거스를 수 없다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확인했다.

하필이면 3월 10일 원희룡 도지사는 제2공항 추진을 강행하겠다고 했다. 74년 전의 3월 10일로부터도, 4년 전의 3월 10일로부터도 원희룡 지사는 배우지 못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현재의 욕망 앞에서 헌법 정신도, 민주주의 원칙도 모두 소용없었다.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원희룡 지사의 발언이다. 2월 실시된 도민 여론조사는 어렵게 합의한 최소한의 ‘절차적 민주주의’였다. 원희룡 지사가 언급한 ‘숫자’는 그 최소한의 정의를 상징한다.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자의적으로 계량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도민들의 엄중한 여론이다. 그 무게를 감당하는 것으로부터 정치가 시작된다.

원희룡 지사가 말한 그 '숫자'는 ‘민주주의’ 자체이자, ‘민주주의’의 오늘이다. '숫자'가 바로 사람이다. 그것을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순간 스스로 정치의 윤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자기 고백이나 다름없다. 윤리가 사라진 정치는 권력에 눈이 먼 인정 욕망일 뿐이다.

원희룡 지사가 그토록 되고 싶어하는 대통령은 자신의 인정 욕망을 이루기 위한 쟁탈전이 아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만을 목표로 했던 권력의 말로를 우리는 분명히 기억한다. 배를 움직이는 것은 선장이 아니다. 바다가 없으면 배는 출항조차 못한다. 민심의 바다는 자신을 선장이라고 생각했던 권력자를 어김없이 침몰시켰다. 이승만이, 박정희가, 전두환이, 그리고 이명박과 박근혜가 그렇게 권좌에서 쫓겨났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자는 역사로부터 외면당한다. 3월 10일 원희룡 지사의 결정은 앞으로 두고두고 그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2021년 3월 10일. 이날은 원희룡 지사의 정치 인생에 원죄로 남을 것이다.

발표를 마친 원희룡 지사는 득의양양하게 집무실로 향했다. 그의 웃음은 여기까지다. 바다는 이미 거대한 파도를 준비하고 있다. 2021년 3월 10일. 역사는 이날을 원희룡 지사가 스스로 정치적 사망선고를 내린 날로 기억할 것이다. 이제 당신의 시간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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