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질연구소 강순석 박사가 14일 강정동 도순교 인근서 붕괴된 주상절리 절벽의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소희 기자)
제주지질연구소 강순석 박사가 14일 강정동 도순교 인근서 붕괴된 절벽의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소희 기자)

강정천 주상절리 절벽 붕괴가 제주 해군기지 진입도로(이하 해군 도로) 교각 공사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강정천을 지키는 사람들(이하 강지사)은 14일 오전 11시 강정동 도순교 인근에서 해군 도로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강정정수장에서 수돗물을 공급받는 이들로 구성된 ‘강지사’는 이날 “교각(다리) 설치를 위한 천공 작업 시 하천 전체가 심각한 지중 진동을 받았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공사 이후 주상절리가 급격하게 파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천공이란 파이프를 심기 위해 암반에 구멍을 뚫는 작업을 말한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제주지질연구소 강순석 박사에 따르면 강정천 수변은 조면안산암(트레키 안데사이트)으로 이뤄져 있다. 해당 암석의 경우 커다란 덩어리로 이뤄져 있어 주변에서 공사를 하게 되면 맞물려 있는 일대가 흔들릴 수 있다. 게다가 수직으로 틈이 벌어진 절리 형태의 암석이라 태풍 및 폭우 등에도 쉽게 무너진다. 

강순석 박사는 “절리라는 것이 풍화에 의해 벌어진 틈을 말하는 건데, 강전천 일대가 전부 수직절리다. 절리가 나 있는데 (진동이 심한) 천공을 하면 맞물려 있는 암반 전체가 흔들리니까 틈이 더 벌어지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절리 자체가 워낙 벌어지기 쉬운데, 인공적으로 건들면 암반 무너짐 현상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교각 공사로 인해 하천 폭이 좁아진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하천폭이 좁으면 많은 비가 내릴 때 하천 수위가 빠르게 높아진다. 이때 부력도 발생해 바닥에 있던 바위들이 강한 물살과 함께 절리벽을 내칠 확률도 늘어난다. 

교각 설치를 위해 천공작업 후 파이프를 심은 모습.(사진=강정천을 지키는 사람들)
강정 해군기지 진입도로의 교각 설치를 위해 천공 작업 후 파이프를 심은 모습.(사진=강정천을 지키는 사람들)

‘강지사’가 해군도로 공사가 이뤄지는 강전천 일대를 9차례 조사한 결과 공사 시작 이후 붕괴된 절벽은 3곳 이상이다. 눈으로 확인 한 결과 기자회견 장소 이외에도 당초 교각을 설치하려다 철회 한 위치의 주상절리도 상당히 붕괴된 상태였다. 정확한 요인은 조사를 해야 알 수 있겠지만, 이는 해군도로를 완공하더라도 이후 발생하는 진동이나 무게, 유속 등에 의해 절벽 붕괴가 계속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붕괴된 절벽 위로 감귤 농가 진입로 구간도 있어 인명 피해 우려도 제기된다.  

강 박사는 “이곳 절벽은 중간에 소프트한 흙으로 구성 돼 있어 굉장히 약하다. 공사장 주변 절벽이 계속 무너지고 있으니까, 환경적 요인일 수 있지만 공사 요인 가능성도 있으니, 어떤 요인이냐는 일단 (공사를 중지하고) 교각 공사 지점의 조면안산암이 어디까지 맞물려있는지 조사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사가 끼칠 영향력도 조사 안 하고 공사부터 하니, 환경영향평가는 전부 요식 행위"라고 덧붙였다.

그는 제주도 건천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건천이란 많은 양의 폭우가 내린 후에만 흐르는 하천으로 강전천 상류의 경우 평상시 건천이다.

강 박사는 “건천의 생태적 가치를 공무원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니까 강전천을 포함 도내 하천 공사를 마구잡이로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건천은 생태학적이나 지잘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박사에 따르면 여름철 한라산에는 1만㎜이상 비가 내리기도 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강우량이 발생하면 한라산 고지대에 발생한 우수를 빠르게 바다로 흘려보내야 한다. 건천이 그 역할을 하고 있는데 도로공사로 하천 폭이 좁아지면 지난해 여름처럼 범람하는 횟수가 잦아질 것이다. 강 박사는 “그렇게 되면 해안지대 사람들은 홍수 때문에 살기 힘들어 지고, 이곳 절벽은 (물살이) 내치는 힘에 의해 지금과 같은 붕괴 현상이 빈번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또 있다. 바로 식수원 오염이다. 

해군도로 공사가 이뤄지는 곳은 바로 상수원보호구역이다. 지난해 10월 강정정수장에서 수돗물을 고급받는 한 가정집에서 깔따구로 추정되는 유충이 발견됐다.

즉각 조사에 나선 제주도는 "하천 범람에 의한 농경지 토사 유입"으로 결론 냈다. 수돗물 유충이 해군도로 공사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또 다시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다. 2차 유충은 해군도로 공사를 위해 송수관을 이동 설치할 때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유지를 관통하던 송수관을 도유지로 빼내는 과정에서 높은 수압으로 연결 불량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강 박사는 “강정천 상류는 건천이지만 하류는 화산 용천수가 나온다. 그 물이 너무 좋으니까 서귀포 일부 시민들의 식수가 된거다. 지하수 보호구역(상수원보호구역)에서 하천을 가로지르는 교각 공사라니 (이건) 말도 안 된다. 취수원 주변은 건들면 안 된다.”고 손사래를 쳤다.    

강정정수장은 시설용량 하루 2만5천톤으로, 서귀포시 동지역 약 3만1천여명의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 

이에 ‘강지사’는 지난 1월 식수권 침해를 골자로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낸 상태다. 현재 1차 심리를 마치고 준비서면을 보완하고 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안녕하십니까? 우리는 '강정천을 지키는 사람들' 입니다. 강정천을 파괴하는 해군기지진입도로의 문제점에 질문하며 공사를 감시했고, 그 내용을 근거로 주민 생명 위협하는 공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공사중지가처분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전원 강정 정수장의 물을 먹는 사람들입니다. 

강정천은 제주에서 두 번째 넓은 ‘상수원보호구역’입니다. ‘절대보전지역’이고, ‘문화재보호구역’이 있습니다. 그래서 ‘공장설립제한구역’이고 ‘가축사육금지구역’입니다. 무엇보다 ‘지하수특별관리구역’입니다. 이런 곳에다 대형 도로를 만들고 있습니다. 강정천을 따라 일주도로로 확장 가능한 길이 있는데도 기어이 화산섬 제주의 상시하천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강정천의 배를 가르고 있습니다. 

환경영향평가서상 <평가항목과 환경요소와의 관계>를 보면, 15개 평가항목 중에서 <운영시 차량통행> 항목 단 하나만 빼고 모두 환경에 악영향이 있다고 나옵니다. <공사시 토사유출과 수질오염>이 악화된다고 나왔습니다. <수질오염>은 8개 항목에서 <악영향>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이 지경입니다.

이 사건 공사 이전엔 수십 년 간 한번도 없었던 일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가을에 수돗물에서 4급수 서식생물 깔따구 유충이 나왔습니다. 돈 들여 고쳤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겨울 끝나기도 전에 또 나왔습니다. 환경영향평가서상 가장 중요한 항목인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의 위치를 허위로 기재해서 공사를 시작해놓고 시민이 증거를 대니 <행정명령이행요청>이라는 말로 책임에서 도망쳤습니다. 대체 그것이 몸이 반쪽 떨어져 나간 천연기념물과, 범람하고 쪼개지는 주상절리에 붙어있는 멸종위기종에게 어떤 대책이 됩니까? 

2007년 강정에 해군기지 문제가 불거졌을 때, 그 7월에 생명평화마을 선포식을 하면서 냈던 성명서 첫 문장에 등장하고, 2013년 해군참모총장에게 보내는 서한에도 등장하고, 각종 논문에도 등장하고 관광정보에도 등장하는 강정천 원앙은 누락되었습니다. 그러다 현재 문제가 되고있는 강정2교 옆 교각 설치 공사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원앙 십수 마리가 떼 죽음을 당했습니다. 강정천 원앙은 비극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습니다. 

네. 이것도 우연의 일치라고 칩시다. 총탄은 맞았으나 사인은 전깃줄이라고 합니다. 사인이 전깃줄이라고 칩시다. 그런데, 총탄 문제는 밝혀졌습니까? 그 원앙 죽음으로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와서 재조사했고, 주민이 발견한 것보다 훨씬 정확한 집계로 1,500여 마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원앙이 이듬해인 지난겨울에 아무리 뒤져도 500마리가 되지 않는데 이건 왜 그러는겁니까? 그나마도 그 원앙이 용천수 나오는 하천 암석 바닥에다 구멍 160개 내는 사이 자취를 감추었는데도, ‘원앙이 있다. 잘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네. 원앙은 있습니다. 아직 강정천에 있습니다. 그 수가 왕창 줄었지만, 낮에는 관광객 많은 천지연에 가 있지만, 강정천에 원앙이 있기는 있습니다.

환경영향평가법의 취지와 목적을 고려할 때, 환경영향평가를 거쳤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적법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 내용 역시 사실과 부합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뿐입니까? 강정천이 주상절리대 하천인건 알고 공사를 시작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그 주상절리가 최근 급격히 부서집니다. 공사 때문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면 주상절리는 왜 무너집니까? 말대로 주상절리는 여러 환경적 요인으로 부서집니다. 그래서 문제입니다. 그런 지질대에다 대형 공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것입니다. 공사 후에 계속 발생할 진동에 대한 대책은 무엇입니까? 애초 첫 설계 도면상 교각이 걸릴 위치의 절벽이 무너졌던 건 알고 있습니까? 

무너진 주상절리 절벽 위에 사람이 살고 차가 다니고 농장이 있는데도 녹나무 자생지, 천연기념물이라 함부로 보수 못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렇게나 중요한 문화재를 도로공사로부터 지켰습니까? 이 공사로 인해 ‘지하수특별관리구역’에서 수십 년간 일어나지 않던 10월 말 상시 냇길이소 폭포는 어떻게 설명할겁니까? 우리에게 증거 대라고 하기 전에 이 사건 공사 책임기관이 먼저 공사로 인한 피해가 아니라는 증거를 대십시오. 왜? 공사 후에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는지? 하천 폭 줄여서 물 범람 시키고, 그 이유는 태풍 탓으로 돌리고, 그 범람으로 공사장 하류 낮은 언덕에 있는 천연기념물 몸이 물에 불어서 반 떨어져 나가는 사이 당신들은 어디서 무엇을 했습니까?

<제주해군기지진입도로공사중지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이미 제주도에 공사 시행을 넘겼으니 발생한 모든 문제는 제주도에 물으라는 해군은 이 공사와 정녕 아무런 상관도 없습니까? 2016년에 이행했다는데, 2019년 실시설계변경고시에 왜 시행자가 왜 국방부인지는 밝혀졌습니까? 현 해군참모총장 부석종이 민군복합사업단장으로 있을 때, 강정천 공사예정지 구간 국가지정문화재 현상 변경을 집요하게 요구해서 결국 녹나무가 가장 헐거운 지대에 녹나무 뿌리 뽑아 옮기고 공사하는 거 아닙니까?

공동체회복사업이라는 미명 아래 마을을 해안에서부터 하천까지 파괴해서라도 2km 조금 넘는 기세등등한 길, 나갈 때 한라산이 아름답고 기지로 복귀할 때 바다가 눈부신 그런 자랑스러운 길 하나 가지려고 이 모든 것을 빼앗습니까? 그래놓고 뻔뻔하게 우리가 주장하는 생명권이 추상적이라고 법적 소송 답변문에 기재했습니까? 제주도는 이런 사업을 해군으로부터 넘겨받아 자신들의 생명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으니, 한심해서 눈물이 납니다.

1999년 조사 당시 용천수는 911개로 나타났습니다. 20여 년 사이 그 3분의 1이 사라졌습니다. 제주특별법에서 조차 용천수 보전근거는 없는 실정에 제주도 지하수 관리 조례에도 용천수로부터 반경 50m 이내 지역에서 지하수 개발 및 이용허가를 제한하고 있을 뿐, 개발 및 건축 등 행위제한 내용은 없습니다. 그런 용천샘 서귀포 상수원 머리 위에서 공사하는 것이 평가항목상 <차량통행>만 못한 일입니까? 물보다 소중한 것이 무엇입니까? 생명보다 소중한 것이 뭡니까?

우리는 이 강정천에 깃들어 살고 있습니다. 이곳을 파괴하는 건 우릴 죽이는 일입니다. 그런데 잊지마십시오. 이 모든 파괴의 종착지는 바로 파괴자 당신들입니다. 당신들도 이 파괴가 만드는 죽음의 연결고리 안에 있습니다. 잊지 마십시오. 안타까운 진실, 이 세상에 작동하는 유일한 진실은,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2021년 3월 14일

강정천을 지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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