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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비밥] 시간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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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비밥] 시간이 별로 없다!
  • 안혜경
  • 승인 2021.03.1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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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건설 전 연산호 모습 (사진=녹색연합)
제주해군기지 건설 전 연산호 모습 (사진=녹색연합)

우리는 탯줄을 통해 모체로부터 영양분을 전달받아 성장하고 태어나기에 모체 건강의 소중함을 잘 안다. 그러나 우리가 생태계라는 탯줄로 지구에 연결되어 살고 있다는 건 종종 잊히거나 무시당한다. 

광고계에서 10년을 일해 온 리처드 비버스는 항상 바다의 마법에 끌렸고 16살부터 잠수를 했다. 그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바다 생물인 풀잎해룡이 어느 날 다 사라지자 ‘바다가 병들면 우리도 병든다’는 마음으로 홍보회사를 그만두고 의미 있는 삶을 찾아 ‘생명의 근원이자 날씨와 산소를 조절’해주는 바다 탐험에 나선다. 지구 온난화로 순식간에 거대한 빙하가 부서져내리는 현실을 보여준 다큐 <빙하를 따라서>의 제프 올롭스키 감독과 함께 <산호초를 찾아서>라는 다큐를 만들게 된 사유이다. 

온갖 신비한 색채와 모양의 폴립들이 오므렸다 펼치며 뻗어 나와 물결을 따라 춤추듯 흔들리는 아름다운 산호초의 군무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러나 일단 산호에 백화 현상이 나타나면 산호초 군락에 모여 살던 찬란한 색채의 물고기들이 2개월 만에 사라진다. 아름답던 산호초가 백화되어 조류들로 서서히 덮이다 검게 굳어가는 돌무덤으로 죽음의 세계가 되어 고요히 화면을 가득 채운다. 거대한 열기가 지구를 돌아다니며 산호를 죽이고 있는 현실을 추적하는 카메라에 담긴 모습이다. 생태계의 기반이자 해양 생명 25%가 의존하고 있으며 암 치료를 위한 신약도 찾아낼 수 있는 귀중한 산호초도 지난 30년 간 50%가 지상에서 사라졌다. 수온 변화로 벌어진 이 끔찍한 현상을 우리의 체온 변화에 비유해 설명하는데, 집단으로 고열에 시달리며 방치되어 죽어가는 끔찍한 모습이 연상되었다. 최근 뉴스에서 자주 본 장면이 아닌가!

강정 연산호 군락은 어떻게 되었을지 갑자기 간담이 서늘해졌다. <강정 연산호 모니터링단>이 구성되어 꾸준히 기록되고 있었고 역시 백화현상이 관찰되고 있다고 한다. ‘제주 연산호의 아름다움과 해군기지 준공 이후 강정 바다의 변화’를 전하려고 <강정친구들>의 최혜영사무국장은「코랄 불루」라는 기록사진집을 이미 발간했다(문의 070-4129-6179). 올해에는 이소정 감독의 <코랄 러브>라는 다큐멘터리도 소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간 해안생명과 평화를 지키려던 많은 평화활동가들과 마을주민들은 반복되는 재판과 벌금에다 심지어 감옥형으로 여전히 고통 받고 있다. 이들도 처벌이 아니라 관심과 지지를 받아야할 연산호 군락이다.

심각한 지구온난화에도 희망을 갖게 하는 <대지에 입맞춤을>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소가 식물을 통해 땅으로 흡수돼서 미생물과 잘 반응하게 되면 땅을 사막화에서 막고 비옥하게 만들어 식량 증산과 지구 환경 지키기가 다 가능할 수 있다는 해법이 되었다. 탄소를 흡수할 식물이 자라는 땅이 있어야 한다! 그러고 보니 대대로 농사지어온 땅과 집과 오름과 동굴을 품고 있는 땅을 시멘트와 골타르로 덮고 하필 교통수단 중 가장 많은 탄소를 발생하는 비행기의 이착륙을 증가시키는 제2공항건설은 삶에 역행하는 심각한 문제임이 명백하다.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제주도민들의 뜻을 무시하고 당장 눈앞의 돈을 벌겠다는 성산읍 일부 사람들의 의견을 받들겠다는 도지사는 이제 성산읍장이 되려는 걸까?

수중촬영 전문가로서 어려서부터 산호에 관심이 많아 이 다큐에 참여해 하루에만 20번 넘게 바다에 들어가 산호의 변화를 기록했던 잭이 산호의 백화와 일련의 죽음의 현장을 사진기록으로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하는 장면! 충격 받은 연구자들의 표정과 심지어 눈물 흘리는 모습도 포착된다. 그 중 한 연구자는 자신도 이미 1999년에 산호초백화의 심각성을 발표했지만 당시에는 전문가들에게서 조차도 난리를 떤다고 공격받았다며 “아무리 열심히 알리려했지만 공허한 외침 같았다” 고 술회한다. 이대로 가면 향후 30년 내에 모든 산호가 소멸될 수 있다는데 이는 생태계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변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여전히 그 파괴속도를 줄일 수 있다며 리차드는 ‘디 오션’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산호초 발견과 보호에 애쓰고 있으며 잭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환경 교육에 적극적이다. 이들은 세계 각지의 해양연구자들로부터 산호 상태를 보고 받아 기록하며 구글맵처럼 문서화하고 있다. 30년이면 겨우 한 세대이다. 시간이 별로 없다. 

안혜경

안혜경 아트스페이스·씨 대표

예술은 뜬구름 잡는 이들의 영역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포착해 굳어진 뇌를 두드리는 감동의 영역이다. 안혜경 대표가 매월 셋째주 금요일마다 연재하는 '예술비밥'은 예술이란 투명한 창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사회를 엿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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