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에서 제주 제2공항 철회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20일 오후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에서 제주 제2공항 철회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20일 오후 7시 제주시청 앞. 빗방울이 떨어지는 짙은 안개 속에서 촛불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두고 찬반을 묻는 도민 여론조사에서 민심은 ‘반대’로 나왔지만 이를 외면하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국토교통부에 분노한 시민들이 직접 거리로 나온 것. 

이날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이하 비상도민회의)는 ‘제2공항 반대! 도민결정 사수!촛불대회’를 열었다.

첫 발언자로 나선 박찬식 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은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도민 스스로 5년간 갈등을 끝내겠다고 결정했다”며 “원희룡 지사는 이러한 도민을 배반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했다”고 질타했다. 

20일 오후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에서 제주 제2공항 철회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20일 오후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철회를 촉구하는 촛불집회에서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이어 “국토부와 문재인 정부는 도민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왜 원 지사의 의견을 묻느냐”며 “도민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은 도민이 아닌 원 지사 개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냐”고 따졌다. 

또 “이러다가 제2공항 강행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도민분들이 계신다. 그에 대해 저는 단호하게 제2공항은 못한다고 단언할 수 있다”며 “정부는 도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제2공항을 접겠다고 했다. 제2공항을 찬성하는 여론은 계속해서 줄고 있고 더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까지 5년을 싸워왔다”며 “‘제2공항 철회’라는 최종 정책 결정이 있을 때까지 싸우는 건 어렵지 않다”고 외쳤다. 

20일 오후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에서 제주 제2공항 철회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20일 오후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철회를 촉구하는 촛불집회에서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다음으로 주민 발언자로 나선 배순옥 성산읍 신산교회 목사는 “원희룡 지사는 집사라는 분이 자꾸 거짓말을 한다”며 “도민들이 공항 필요없다고 하는데 머리 좋은 원 지사는 이에 대해 엉터리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얼마 전 찬성 단체 측 분이 ‘철새가 우선이냐, 사람이 우선이냐’고 외치더라”며 “철새가 살지 못하면 사람도 살지 못한다는 걸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제주도 섬을 도로로 다 포장하고 건물을 짓고 도시처럼 개발하면 관광객이 뭘 보러 오려하겠느냐”며  “제2공항을 막아내지 못하면 여러분의 삶이 위태롭다. 점점 뜨거워지는 비커 속 개구리가 삶아죽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20일 오후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에서 제주 제2공항 철회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20일 오후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철회를 촉구하는 촛불집회에서 배순옥 신산교회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다음으로 자유 발언에 나선 20대 청년은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는 걸 보며 우리 세대는 미래에 살 집을 평생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며 “집값이 올라가는 이유는 부동산투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게다가 지난해 국회가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한 것과 제2공항 건설은 전혀 맞지 않다”며 “탄소배출을 가장 많이 하는 운송수단이 비행기인데 공항을 짓겠다고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 “농지를 밀어버리고 공항을 짓는 것은 먹거리를 구할 수 있는 땅을 밀어버린다는 것과 같고 농민이 살 수 없는 땅에선 사람도 살 수 없다”며 “과연 제2공항이 청년들에게서 무엇을 빼앗아갈 것인지를 생각해 보라”고 강조했다. 

20일 오후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에서 제주 제2공항 철회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20일 오후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철회를 촉구하는 촛불집회에서 20대 청년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그러면서 “일자리 창출을 말하지만 공항과 에어시티에서 생겨날 일자리는 어떤 것이겠냐. 우리는 저임금서비스직으로 내몰리고 싶지 않다”며 “우리가 원하는 일자리를 갖고, 살고 싶은 곳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먹으며 지속가능한 삶을 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서귀포에서 왔다는 양윤녕씨는 “원희룡 지사가 도민을 기만한 행위에 참을 수가 없다”며 “도민은 공론화로 이뤄진 여론조사에서 제2공항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원 지사가 잘못된 판단을 거둘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외쳤다. 

20일 오후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에서 제주 제2공항 철회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20일 오후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철회를 촉구하는 촛불집회에서 양윤녕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시민들의 발언이 끝나고 제2공항이라 적힌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이후 비상도민회의는 ‘촛불대회 선언문’을 통해 “제주도민은 ‘제2공항 반대’를 선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의 약속과 당·정 협의 결과를 거역하는 국토부의 직무유기를 즉각 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20일 오후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에서 제주 제2공항 철회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20일 오후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철회를 촉구하는 촛불집회에서 제2공항이라 적힌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이어 “정부 여당은 국토부에 당·정 협의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 이행을 즉시 주문하고 국토부는 민의를 존중해 제2공항 백지화를 즉각 선언해야 한다”고, 원 지사를 상대로는 “민의를 배신하고 온갖 궤변과 거짓말로 도민을 기만하고 있다”며 “당장 지사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또 제주도의회와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원 지사가 도민 명령을 받아들이도록 엄중하게 규탄해야 한다”고, 경찰엔 “제2공항은 부동산투기 공항인만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집회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참여자를 99명 이내로 제한해 진행됐다.

20일 오후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에서 제주 제2공항 철회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20일 오후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에서 제주 제2공항 철회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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