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제2공항여론조사 결과를 듣고 들판에 들었다

멀리 한라산에 채 스러지지 않은 잔설 희끗해도
별빛 가득 찬 밤하늘 아래 봄기운 물씬하였다

한 달 후
벚꽃 만발한 주말 저녁
봄비 맞으며 사람들 다시 촛불을 든다
어린아이는 촛불에 시린 손 녹이며 마냥 즐겁다

홀로 제주산야 누비며 풍광을 찍다
간혹 사람이 든다
오늘 주인공은 제주 여성 농민들

어미들에 보호받는 아이를 중심으로 담는다
먼 훗날 아이가 자라서 추억의 사진이 되길

다음날 저녁
비 그치고 세찬 바람 불어온다

중산간 들판은 살을 에는 칼바람 난무하고
먹장구름에 뒤덮인 한라산은 다시 겨울이다

칼바람에도 꿋꿋이 밤지새는 어미말 곁에
망아지 한 마리 편히 누워 쉰다

그래, 꽃샘추위가 심술 부린들
오는 봄 어찌 막으랴
한양바라기 탐관오리 심술쯤이야
상고대마냥 봄날 햇살에 금세 스러지겠지

아이 같은 망아지의 눈망울 마주하며
겨울 같은 봄밤 시나브로 깊어간다

 

김수오

제주 노형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수오 씨는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뒤늦게 한의학에 매료된 늦깍이 한의사다. 연어처럼 고향으로 회귀해 점차 사라져가는 제주의 풍광을 사진에 담고 있다. 낮에는 환자들을 진맥(診脈)하고 출퇴근 전후 이슬을 적시며 산야를 누빈다. 그대로가 아름다운 제주다움을 진맥(眞脈)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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