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 콜롬비아에서 열린 평화시위. (사진=류은헌 민주평통 워싱턴협의회 부회장)
지난 24일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 콜롬비아에서 열린 평화시위. (사진=류은헌 민주평통 워싱턴협의회 부회장)

지금 미국에선 조지아 총기 난사 사건이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3월 16일 한인여성 4명을 포함한 8명이 3곳의 마사지 샵(MASSAGE&SPA)에서 무차별 총격에 의해 어이없게 살해당했다. 범행을 저지른 에론 롱(Robert Aaron Long)은 미국 백인으로, 사냥꾼인 그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다고 한다. 

에론 롱은 범행전 SNS를 통해 코로나 팬더믹 원인이 중국에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인 50만 명이 죽었다는 글을 남겼다. 이를 조사하고 있는 애틀랜타 경찰은 인종 혐오 범죄가 아닌 '단순 성범죄자의 우발적 충동에 의한 총격사고'로 발표하면서 전미 지역의 아시안 커뮤니티로부터 맹비난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이 유독 주목을 받는 이유는 최근 미국에서 코로나 이후 행해지고 있는 아시안 대상 범죄율이 큰 폭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을 흔히 '인종의 용광로', 세계문화의 전시장,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국가라고 한다. 하지만 그 이면을 보면 미국 역시 모든 국가가 그러했듯 각종 차별에 대한 투쟁의 역사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라는 인종차별적 명제를 뒤로 하더라도 이미 아메리카 대륙에 2000만이 넘는 우리와 같은 아시안 인디언들이 나름의 문명을 가지고 살고 있었다. 이를 참혹하게 학살하고 파괴하면서 만들어진 국가가 미국이다. 아마 아시안에 대한 인종 차별이나 무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고 보인다. 역사는 승자의 역사라고 하지 않는가! 백인 중심인 미국 역사에서 인종에 대한 ‘일반화’ 과정’(고정관념화 과정)은 인종별로 대략 200년의 역사를 통해 형성됐다. 

흑인 인종에 대한 일반화는 노예제부터 시작됐다. 흑인은 게으르고, 성실하지 않으며, 범죄자이고, 세금을 축내는 복지 블랙홀 이미지로 일반화 된 것. 히스패닉(라티노) 경우도 미국-멕시코 전쟁에서 미국 남서부(캘리포니아, 텍사스) 땅을 빼앗긴 후 ‘불법체류자’로 일반화 돼 주로 백인과 아시안 비즈니스에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시아인에 대한 일반화 과정 즉 고정관념화 과정은 어떨까?

본격적인 아시안 미국 이민역사는 1800년대 초부터  서부에 철도가 놓이고, 골드러쉬가 유행하면서 다수의 중국인들이 서부로 이민을 가면서 시작이 된다.  중국 본토의 경제적, 정치적 상황이 너무 어려워진 탓에 중국인의 유입은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심지어 미국 캘리포니아 노동력의 20%를 차지하면서 아시안들에 대한 경계가 심해졌다. 일자리를 뺏긴다는 이유로 '아시안들의 시내 경계선 안 거주 금지' '백인들과 결혼금지' 급기야 '중국인 배제법(Chinese Exclusion Act 1882)'을 제정해 60년간 시민권 발급을 금하고 이민을 제한했다. 이러한 차별들은 1960년대 이르러서야 새로운 이민정책으로 인해 다시금 아시안 이민이 허락된다. 

미국 아시안 이민의 역사는 1960년대부터 라고 보면 된다. 약 60년이란 짧은 시간이다. 60년대 이후 아시안들은 주로 히스패닉처럼 저렴한 육체 노동자란 일반화 과정을 걷는다. 

하지만  아시안 이민이 여타 인종과 가장 큰 차이점은 나름 고등교육을 받은 지식인들이라는 아주 획기적이고 놀라운 사실이다. 하드웨어는 같게 보이지만 소프트 웨어가 차원이 다른 이민자 그룹인 것이다. 문화적, 언어적, 생김새까지 전혀 다른 아시안 인종 그룹은 놀랍게도 육체노동자라는 일반화 개념이 자리잡기 전에 '비즈니스 맨'들로 변신을 해 타고난 근면 성실함으로 지역 상권을 장악해 나아갔고, 자식교육에도 열과 성을 다해 백인 지위를 위협하는 유일한 인종이 된다. 하지만 인구대비 6%정도 밖에 안돼 ‘똑똑하며 돈은 있지만 힘 없는 인종’으로 일반화 된다.   

미국내 아시안들은 한국, 필리핀, 베트남을 비롯해 중국과 인도 출신 이민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한 해에 미국으로 오는 아시안 이민자 수는 2017년 기점으로 히스패닉을 추월한 상태다. 최근 기하학적인 아시안 인구 증가 추세와 더불어 중국과 인도 중심으로 행해지는 이민의 형태는 과거 단순 노무직 형태가 아닌 STEM(Science과학, Technology기술, Engineering공학, Math수학)에 집중된 고급인력들이다.

아시안 고급 인력들은 백인들의 기득권에 도전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을 배출하는 중국, 한국, 인도 등 아시안 국가들의 가파른 경제 성장은 상대적으로 성장이 더딘 유럽 선진국 뿐만 아니라 미국 입장에서도 긴장과 경계의 날을 세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을 필두로한 아시아 국가와 아시안에 대한 경계와 두려움이 현재 이뤄지는 아시안 상대 범죄의 원인인 것이다. 이런 상황을 정치적으로 잘 이용한 슬로건이 도널드 트럼프의 'Make America Great Again(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이다. 

MAGA는 미국이 외연적으로 보여온 국제사회와 관계 설정(협력과 유대, 보호와 지원)이 미국을 후퇴시키고 있으며, 군사력 압박을 통해 미국의 이익을 최대한 취해야 한다는 미국 우선주의의 외침이었다. 이 미국 우선주의 외침은 천천히 자라난 거대한 괴물의 모습이었다고나 할까. 중국과의 무역전쟁, 이민정책 제한, 국제기구 탈퇴, 미군 주둔지 방위비 분담요구 등등. 

이 괴물은 잠시 겨울잠을 자고 있는듯 보이지만 우월주의, 차별주의 괴물을 숭배하는 자들이 있는한 증오범죄는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다. 인종증오범죄는 큰 총격사건들이 아니라 폭행, 비웃음, 놀림, 무시와 같은 경범죄가 대부분이다. 이는 일상에서 너무나 흔히, 자주 발생한다. 인종혐오범죄로 판단되면 강력한 법적 처벌을 받게 해야 되지만 아직 아시안의 정치력은 너무 미약하기 그지 없다. 
 

양영준
제주 한경면이 고향인 양영준 한의사는 2000년 미국으로 이주, 새 삶을 꿈꾸다. 건설 노동자, 자동차 정비, 편의점 운영 등 온갖 일을 하다가 미 연방 우정사업부에 11년 몸담은 ‘어공’ 출신. 이민 16년차 돌연 침 놓는 한의사가 되다. 외가가 북촌 4.3 희생자다. 현재 미주제주4.3유족회준비위원장과 민주평통워싱턴협의회 일에 참여하고 있다. 제주투데이 칼럼 [워싱턴리포트]를 통해 미국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이방인의 시선으로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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