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지만 제주도가 나서서 새벽배송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어 빈축이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노사간 합의를 위해 정부 여당, 택배업계, 택배노동자,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출범시켜 과로사 대책 방안을 내놨지만 택배 노동자들은 "현장 개선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여전히 과로사 대책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제주도가 운영하는 '이제주몰'은 다음달 1일부터 제주를 비롯해 전 지역을 대상으로 제주상품 '새벽배송'을 시작한다고 29일 밝혔다. 

<제주경제통상진흥원, 차세대 유니콘 '새벽시장'에 뛰어들다> 제목으로 이날 배포된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평범한 일상 문 앞에 놓여진 택배박스는 활력을 불러오는 ‘소확행’이 된지 오래'라며 서울 제주 전 지역 새벽배송을 오픈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해 도민들에게 신속하게 행복을 전달할 예정"이라며 "상품과 기쁨을 함께 드리는 착한 서비스가 되었으면 한다”고도 적혀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배송물량 증가로 택배노동자의 죽음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 24일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가 뇌출혈로 쓰러져 현재 의식불명상태며, 그에 앞서 15일에는 로젠택배 노동자가 뇌출혈로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특히 심야·새벽배송을 담당하는 쿠팡 택배노동자의 잇달은 사망소식에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는 "처참한 심야·새벽배송이 부른 예고된 과로사"라며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공공기관이 '소확행' '행복' '착한 서비스' 운운하며 '새벽배송'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제주경제통상진흥원 관계자는 "물량이 많지 않아 현재 문제가 되는 과로사 등 배송 노동자 업무가 가중되는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시범운영 결과 새벽배송 물량이 1~2건 밖에 되지 않고, 새백배송 협력업체가 기존 택배업체가 아니라 업무가 가중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정관상 경제통상진흥원은 중소기업의 경영여건 개선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판로개척 하라 만든 기관이고 (그러한) 도민 수요가 있다는 파악하에 진행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깊이 들여다보면 근로자 처우를 개선해나가는 대기업이 많다"고 부연했다. 

경제통상진흥원은 자금, 수출, 판로, 인증, 창업지원 등 경제통상을 담당하는 전문기관이지만 그 이전에 도 산하 공공기관이다. 상생과 연대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야 하는 공공기관에서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라는 취지의 발언은 '사회적 문제'를 외면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에 김경희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은 "새벽배송이 누군가에게는 소확행일 수 있지만 누구에게는 생사가 달린 문제"라며 "다른 지역에서 과로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이 새벽배송을 나서서 홍보하는 것은 상황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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