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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교실] 온고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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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교실] 온고지신
  • 양정인
  • 승인 2021.03.31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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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作 '무동(舞童)', 18세기 후반, 종이에 먹과 옅은 채색, 27cm×22.7cm, 보물 제527호, 《단원풍속도첩》,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김홍도作 '무동(舞童)', 18세기 후반, 종이에 먹과 옅은 채색, 27cm×22.7cm, 보물 제527호, 《단원풍속도첩》,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오래전, 춤은 생존 그 자체였다. 극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인간들은 자연은 두려움의 대상이자 숭배의 대상이었다. 특히 농경문화였던 우리 민족은 질풍, 신뢰, 폭우 등 자연재해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고 생명을 유지해야 했다. 자연에 정령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여 자연물을 숭배하고, 제의로서 굿을 하면서 노래와 춤으로 초월적 존재와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행위는 문명의 발달과 함께 인간이 자연을 도구로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서서히 유희적 가치로 발전하여 예술화되었다.

조선 시대에 전통춤은 궁중 무용(정재)과 민속무용으로 구분되었다. 정재는 중국의 악론(樂論)에 바탕을 두며 유교적 사상이 들어간 지배층에서 행하는 국가의 안녕과 체제 유지, 왕의 힘을 과시하는 상징적인 성격이 강했다. 그래서 화려하고 근엄하며, 동작은 느리고 정중하였다. 민속춤은 민간에서 즐기던 춤으로 힘들고 척박한 삶을 살아야 했던 개인의 정서와 마음이 내포되어 있어 정재와는 다른 거칠고 억센 면도 있다.

조선 시대 왕궁문화의 중추적 기관이었던 장악원은 대한제국 이후 신문화 유입과 일제 강점기라는 정치적 상황에 의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신무용 창시자 최승희의 스승이며, 일본 현대무용의 선구자 이시이 바쿠이가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사람들의 관심은 새로운 문화로 옮겨갔고, 일본은 조선 왕조의 맥을 끊고 우리 민족의 혼을 없애기 위해 정재 공연을 축소 시켜버렸다. 김홍도 그림에 등장하는 어린 남자아이인 무동이 추는 무동정재가 제한적으로 이루어졌고, 기생들이 췄던 여령정재는 권번에서 교육하면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게 되었다. 권번은 영화 <헤어화>에도 나오듯이 기생들이 기예를 배우는 곳이며 기생을 양성하는 장소이다.

일제 강점기 시기, 여기저기 흩어진 전통춤에 대한 자료를 모아 재구성하고 집대성한 사람은 한성준이었다. 판소리 고수이자 무용가 한성준은 대한제국 말기에 민중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남사당패 같은 예인집단들과 전국을 떠돌아다니는 생활을 하면서 기생들에게 민속춤을 가르쳐 주고, 기생들에게서 정재를 배우기도 했다. 그는 전국을 돌아다니는 동안 궁중무용(정재)와 민속춤의 자료들을 모았다. 그의 노력으로 정재와 민속춤은 근대 전통춤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해방 후 전통춤의 주류는 경기류와 호남류이다. 경기류는 전통춤을 집대성한 한성준을 시작으로 형성되었고, 호남류는 전라도 지역의 목포권번을 중심으로 형성된 기방 예술의 계보를 잇는다. 그래서인지 두 기류의 춤은 각각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경기류는 궁중 무용의 영향으로 우아하고 단아하면서도 절제된 느낌이 나는 것 같고, 호남류는 호남 지역 기방 예술 특유의 미학이 담겨 있어 기교가 세련되며 요염한 여성적 교태 미가 매력인 것 같다.

그런데 최근에 전통춤의 원형이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통을 제대로 익히고 체득하여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다. 독서 수업 시간에 간혹 읽기가 안 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수업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고, 내용 정리, 주제, 말하기, 쓰기 활동 등 전 분야의 활동을 하기 힘들어한다. 독서는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내면화시켜 말과 글로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까지 포함된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읽기가 안 되면 이런 활동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사고와 글쓰기가 나올 수 없다. 즉, 자기주도적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전통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원형을 제대로 익히고 체득한 후 새로운 것을 창작해 내야 전통은 전통대로 유지되고 또 다른 형태의 창작도 가능하지 않을까?

전통춤은 암울한 시기에도 그것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맥을 이어 왔다. 그 맥을 이어나가는 것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나처럼 뒤늦게 시작하는 무용인 중엔 욕심이 지나쳐 전통무용 춤사위가 제대로 잡히기도 전에 창작무용까지 하거나, 순서만 배우고 공연을 하다 보니 춤사위가 모호해져 버린 사람도 있다. 배우는 학(學)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몸으로 익히는 습(習)도 중요하다. 전통춤의 원리를 제대로 습득하고 체득하는 것이 새롭게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라고 생각한다.
 

양정인

뒤늦게 한국무용을 배우기 시작한 양정인씨는 전문 무용가가 아니라 춤을 즐기는 춤꾼이다. '방구석 노인'이 아니라 '푸릇한 숙인'이 되고 싶은 그에게 춤은 삶의 전환점이 됐다. 춤은 끝없이 익히는 과정이다. 그가 점점 겸손해지는 이유다. 춤에서 배운 이치를 가르치는 아이들과 나누기도 한다. 배움과 가르침이 뫼비우스의띠처럼 연결되는 세상은 이야기가 춤추는 교실같다. 독서지도사이기도 한 양정인의 '춤추는 교실'은 매달 마지막주 수요일 제주투데이 독자들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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