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씨가 ‘문재인 정부가 바다를 메워 가덕도 신공항 짓는다고 깽판 치는데 우리 제주도 같이 깽판 좀 치면 어때, 거기에 몇조 좀 쓰면 어때’ 하였지요. 이 사람 대통령 하겠다면서요. 그런 이가 어찌 대통령 자리를 넘볼 수 있나요. ‘깽판치면 안돼, 나라의 백년대계를 위한 것이 아니야’ 크게 꾸짖고 ‘너거는 깽판쳐도 우리 제주는 제대로 할 거야. 제주민들의 뜻을 받들어 올바른 길로 나아갈거야’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지난달부터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주 제2공항 관련 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찬성’ 입장을 표명하자 절박한 심정으로 거리로 나섰다. 지난달 25일부터 낮12시에서 오후 2시까지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오가는 시민들에게 제주의 위기 상황을 알리고 있다. 혼자 시작했으나 뜻있는 분들의 동참을 기대하며 연설 원고를 올린다. 

제주 서귀포 가시리 주민 이성홍씨가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제주의 위기상황을 알리는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정미숙 작가)
제주 서귀포 가시리 주민 이성홍씨가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제주의 위기상황을 알리는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정미숙 작가)

저는 가시리에 사는 촌사람으로서 제주민의 모아진 뜻에 반하는 도지사 원씨의 행태를 대하면서 지금 제주와 제주민들은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는 절박한 심정을 호소하기 위하여 낯설고 떨리는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제2공항 건설 찬반 여론조사가 어떤 성격입니까. 그냥 언론이나 방송사에서 시도 때도 없이 하는 일회성 조사가 아니잖아요. 제주도정과 도의회가 대상과 항목 설문내용을 꼼꼼히 따져 합의를 해야 주민투표를 갈음할만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지요. 무엇보다 조사 결과에 대하여 제주민들의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는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을 것임을 문서로 박아 합의하지 않았나요.

제2공항 건설 찬반을 떠나 정당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제주민들의 뜻을 물은 것은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제주도정의 입장으로 정하기 위함 아닌가요. 이에 제주민은 2015년 제2공항 건설부지 발표 당시 70% 이상의 찬성의견에서 6년이 지난 지금 과잉개발과 난개발에 따른 제주의 자연생태 수용력이 포화상태임을 의식하고 더 이상의 개발 대신에 보전을 선택한 것이지요.

그럼에도 제주민의 민의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제멋대로 해석하고 제 뜻대로 왜곡하여 도지사 개인의 의견을 제주도정의 입장이라고 발표하지 않았나요. 벌건 대낮에 제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여론조사 결과를 손바닥 뒤집듯 하지 않았나요.

이는 우리 제주민을 깔아뭉개고 장기판의 쫄로도 보지 않는 ‘내가 이러면 너거가 어쩔건데’, ‘배째라’ 식의 제주민을 깔보고 업신여기고 철저하게 무시하면서 하는 꼴을 보고 여러분들은 화가 나지 않나요, 분통이 터지지 않나요, 아니 슬프지 않나요, 울고 싶지 않나요.

원씨가 그랬지요.
제2공항 건설은 문재인 정부 공약이니 청와대가 책임지라고요. 설사 그런 공약했다 칩시다. 그것이 공약 아니라 공약 할아비라도 제주의 일생에 도움이 안되고 제주민의 뜻에 반하는 거라면 앞장서서 죽기살기로 반대하는 것이 제주도지사의 할 일 아닌가요. 

생각해보세요. 청와대가 무슨 책임을 집니까. 잘못된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제주민이 입고 고통을 겪어야 되지 않나요. 하기는 도지사 원씨인들 무슨 책임을 지겠어요. 지난 선거 때 다시 뽑아만 주면 제주도민만 바라보고 제주도정에 전념하겠다고 열 번, 백번 다짐해놓고 제주도와 제주민의 일이야 내 알 바 아니라며 중앙정치에 대권놀음에 한 눈이 아니라 두 눈 다 팔고 있으면서 무슨 책임을 어떻게 질 수 있겠나요.

제주 서귀포 가시리 주민 이성홍씨가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제주의 위기상황을 알리는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정미숙 작가)
제주 서귀포 가시리 주민 이성홍씨가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제주의 위기상황을 알리는 연설을 하고 있다. 몇몇 시민들이 시위에 함께 하고 있다. (사진=정미숙 작가)

원씨가 또 그랬지요.
문재인 정부가 바다를 메워 가덕도 신공항 짓는다고 깽판 치는데 우리 제주도 같이 깽판 좀 치면 어때, 거기에 몇조 좀 쓰면 어때, 하였지요. 이 사람 대통령 하겠다면서요. 그런 이가 어찌 대통령 자리를 넘볼 수 있나요. ‘깽판치면 안돼, 나라의 백년대계를 위한 것이 아니야’ 크게 꾸짖고 ‘너거는 깽판쳐도 우리 제주는 제대로 할 거야. 제주민들의 뜻을 받들어 올바른 길로 나아갈거야’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도지사 원씨가 그랬지요.
여론의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성산주민은 찬성하지 않느냐, 서쪽 사람들은 멀어서 그러는 것이며 제 밥그릇 빼앗긴다고 그런다. 이게 말입니까 빵굽니까. 지난번 국무총리가 제주에 와서 그랬죠. 제2공항 건설 때문에 강정사태 같은 일이 일어나서는 절대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그런데 도지사라는 사람이 찬반간 제주도민의 갈등과 대립을 앞장서서 부추기는 꼴이 뭡니까. 이런 지경에 그 양반은 방앗간에 쥐빵구리 드나들듯 서울나들이 바쁘고 테레비에서 얼라들 손잡고 쎄쎄쎄나 하고있고.

제주민 여러분 이제 곧 4·3이 다가옵니다. 우리 제주민에게 4·3이 어떤 의미입니까. 4·3을 맞아 제주도청 현수막에는 큼지막하게 ‘앞으로도’ 당한 분의 억울한 희생자, 유족이 없도록 하겠다,하였네요. 앞으로도,라면 이전에도 그랬다는 말인데 그랬나요. 도지사 이전 원씨가 4·3위령제에 코빼기 한번 보인 적 있나요. 나랏일 중앙정치 하느라 바빴다고 하지요. 지난 2008년 ‘4·3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 폐지법안’ 발의한 게 나랏일인가요 중앙정친가요

원씬지 원쑨지 욕할 일도 아니에요. 우리 손으로 한 번도 아니고 거푸 찍어줬잖아요. 그러니 제주민들을 장기판에 쫄로도 안보잖아요. 그리고 우리 제주민 손으로 뽑아준 이들이 도지사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도 있고 도의원도 있지요. 이 사람들은 제대로 밥값하고 있는지요. 국회의원이고 도의원들이고 대부분 시민들이 늦은 밤 바로 이곳 시청 앞에서 촛불 들고 수구꼴통 박근혜자매정권 뒤집어 적폐청산하라고 밥상 차려준 현 정권 의원들이잖아요. 

그런 거 다 떠나 제주도정과 도의회가 문서로 합의한 사항을 보는 앞에서 손바닥 뒤집듯 뒤엎는데 도의회 의장은 가오도 없나요? 하다못해 개인들끼리 문서로 박아 합의하고 이를 어기면 죽일 놈 살릴 놈, 니 죽고 나 살자 하면서 멱살이라도 잡을 텐데 제주도정과 도의회가 벌건 대낮에 언론방송사 불러놓고 합의한 사항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데 잠자코 있습니까? 또 국회의원들은 이런 지경에 나몰라라 뒷짐지고 있습니까? 제주도의회 의장은 쪽팔리지 않나요? 도의원들은 밸도 없습니까? 국회의원들은 가오도 없나요?

제주 서귀포 가시리 주민 이성홍씨가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제주의 위기상황을 알리는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정미숙 작가)
제주 서귀포 가시리 주민 이성홍씨가 거리 시위를 하는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 몇몇 시민들이 제작한 피켓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정미숙 작가)

결의문 채택하지 않았느냐고요. 그깟 종이쪼가리, 원씨가 아 뜨거, 아이고 무서버라 하겠네요 그리고 청와대가 책임지고 빨리 결정하라니요. 청와대가 무슨 책임을 집니까? 그 책임 고스란히 제주민이 지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생존이 달린 문제를 누가 남에게 맡깁니까.

제주민 여러분 한 토박이 도의원이 그랬다면서요. ‘이주민들은 제주를 떠나라’고. 뒤에 말썽이 생기자 말을 바꿨지요. 2015년 이후에 이주한 이들 떠나랍니다. 다행히 2013년에 들어온 나는 아싸 재수,하며 가슴을 쓸어내려야 하나요. 그러면 나는 말석이나마 제주사람이 된 건가요.대체 제주사람이 뭔가요. 제주토박이면 제주사람이고 아니면 육짓것인가요.

생각해보세요. 2015년 이후면 하루가 다르게 땅값이 뛰고 집세가 오르던 때인데 집 팔고 직장 관두고 하던 일 접고 삶터 버리고 그나마 자연을 벗하고 소박하게 이웃들과 어울려 사는 제주사람이 되고 싶어 어렵사리 살러 온 이들 아닌가요.

제주민 여러분. 요즘 LH땅투기사건 이후 전국의 땅투기문제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는데요. 역시나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관련 공무원들의 비리가 속속들이 보도되고 있지요. 당연히 성산제2공항부지를 둘러싼 땅투기 정황도 드러나고 있는데 며칠 전 지역방송 취재보도에 의하면 당시 국토부 관계자가 땅투기를 권유하는 정황이 그대로 드러나는데요.

성산지역 공항 예정부지 투기의혹은 2015년 11월 10일 제2공항 부지선정 발표한 같은 해 성산읍 전체 필지의 3분의 1이 거래되고 전년 동월대비 2배가량 11월 4배가량이 증가했지요. (제2공항 찬성집회에서 사회자가 ‘육지에서 비행기 타고 많이 참석해주셔서 고맙다’는 발언과는 물론 아무 상관이 없겠지요.)

제주 서귀포 가시리 주민 이성홍씨가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제주의 위기상황을 알리는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정미숙 작가)
제주 서귀포 가시리 주민 이성홍씨가 시위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만든 웹자보. (사진=이성홍 제공)

제2공항 찬성하는 어떤 이가 나라에서 5조원을 준다는데 그걸 발로 차버리느냐, 제정신이냐, 고 했더군요. 한해 제주도 예산에 버금가는 엄청난 액순데요. 그런데 이거 우리 제주민들에게 나눠주나요? 그 돈으로 오름 깎고, 숨골 메우고, 철새들 내쫓고, 아스팔트에 콘크리트로 칠갑을 하여 멀쩡한 자연경관 도륙 내는 데 쓰지 않나요? 며칠 전 KBS 환경스페셜 보신 분들 많으시죠. 제주의 하늘, 땅, 땅속, 바다 어느 하나 아름답지 않은 곳이 있나요. 이처럼 수려한 산들을 아작 낸다는데 정신 똑바로 박힌 제주사람이라면 발길질 아니라 내동댕이쳐야지요.

강의원인가 말대로 전문데모꾼이라 칩시다. 전문데모꾼이 나빠요? 전문투기꾼이 나빠요? 이주민들이 오름 깎고, 숨골 메우고, 철새들 쫓아내고 자연경관 망가뜨리나요? 그거 보러 그게 좋아서 터붙이고 살러 온 사람들 아닌가요. 그거 망가뜨리지 말라고 역부러 나서서 싸우는 고마운 사람들 아닌가요. 떠나라고 윽박지르지 않아도 치솟는 땅값과 집값 집세 임대료에 꿈도 버리고 희망도 접고 쫓겨나고 있잖아요.

지금 제주에 잘못된 거 지적하고 바로잡자고 입바른 소리 하고 나서 싸우는 사람 꼭 필요한 이들 아닌가요. 또 국회의원처럼 도의원처럼 원씨 뒤에 숨어서 눈치나 보고 제 잇속 챙기려는 이들보다 백배는 더 제주사람이지요. 정작 쫓아내고 몰아낼 사람들 누군가요. 정작 제주를 떠나야할 이들이 누군가요. 

성산 공항부지 땅투기 일삼는 육짓것, 제주잡것, 투기꾼들 아닌가요? 지역 토호들 땅이고 건물이고 좀 가졌다면요. 이주민들 덕분에 땅값 올랐겠다, 임대료 올랐겠다, 마이 무따 아입니까. 이제 그만 제주를 못살게 굴고 떠나주시지요.

[이어짐]

이성홍.<br>
이성홍.

제주에 살러온 8년차 가시리주민이다. '살러오다', 한 때의 자연을 벗삼고 풍광을 즐기고자 함이 아니라 끼니를 챙기고 텃밭을 일구고 호롱불 아니라도 저녁무렵 은근한 난롯가에서 콩꼬투리를 까고 일찌감치 곤한 잠들어 내일의 노동을 준비하는 생.활.자, 그리 살고싶다, 그리 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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