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시설 손괴 등으로 재판 중인 평화운동가 송강호 박사(64) 등 활동가 4명에 대한 항소심이 기각되자 검찰과 활동가 양측 모두 결과에 불복해 상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평화활동가 송강호 박사(64)는 지난해 3월 7일 제주 강정마을에 세워진 해군기지 철조망을 뚫고 들어갔다가 '군용 시설 손괴' '군용 시설 침입'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구럼비 발파 8주기를 맞아 기지 내 남은 구럼비에서 기도를 드리기 위해서였지만 재판부는 1심에서 송 박사에게 징역 2년, 함께 들어간 평화활동가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방조 혐의로 기소된 활동가 B씨와 C씨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1심 결과에 검찰과 활동가들은 각각 양형 부당 등의 이유로 항소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왕정옥 부장판사)는 항소 내용을 모두 기각했다. 따라서 핵심 쟁점인 공동 정범과 디지털 증거 능력 인정 여부를 대법원에서 다시 다툴 것으로 보인다. 

활동가 측이 1심 판결에 항소한 이유는 A씨가 송 박사와 함께 해군기지 안으로 진입한 사실(군용 시설 침입)은 맞지만 군용 시설을 같이 파손한 정황은 없기에 사실상 '공동 정범'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변호인측은 이같은 이유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은 너무 무겁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송 박사는 항소심 최후 진술에서 "저는 (기지 내) 구럼비에 기도하러 들어가며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다. 전쟁 피해자를 도우며 살아온 존경하는 평화활동가 A씨가 저 때문에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에 죄송하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구럼비에 들어가 앞을 내다보면 범섬과 섭섬이 조각배처럼 떠 있고 한라산이 병풍처럼 서 있어 아름답다. 경관 1등급 명성에 걸맞다. 100마리 돌고래들은 상서롭기도 하다.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그런 구럼비를 폭파한 것은 광기다. 저는 지난해 3월 7일 해군기지로 들어가 이런 천혜의 자연을 폭파하고 콘크리트로 매장한 것에 깊이 애도하는 마음으로 비무장 평화의 섬 제주를 위해 기도했을 뿐"이라고 했다. 

항소심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툰 디지털 증거 능력 인정 여부도 대법원에서 다시 다룰 것으로 보인다. 

1심에서 활동가 B씨와 C씨에게 무죄가 선고된 까닭은 재판부가 검찰이 제시한 CCTV 영상과 캡처 사진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아서다. 

민사 재판과 다르게 형사 재판에서는 증거에 따라 죄의 유무가 갈라지기 때문에 증거 능력 인정 절차가 매우 엄격하다. 따라서 증거의 제출은 원본증거 제출을 원칙으로 하며 전자증거의 경우는 원본이 복수로 존재할 수 있어 내용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전자증거에 한해 원본으로 인정한다. 

전자 자료의 경우 생성 당시 지문에 해당하는 해쉬(Hash)값이 발생한다. 따라서 검사는 증거를 압수하거나 임의로 제출받을 당시 원본과 사본의 해쉬값을 반드시 비교해야 한다. 

재판부는 항소심에서도 검찰이 제출한 디지털 자료에 대한 원본 동일성과 무결성 증명이 어렵다는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검찰은 항소심 결과에 불복하며 사건을 대법원에 넘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대법원에서 디지털 증거 능력이 인정되면 이들 2명에게는 방조죄가 성립될 수 있다. 

2일 낮 12시 강정 해군기지 앞에서 진행한 5069번째 인간 띠 잇기(사진=문정현 신부)
2일 낮 12시 강정 해군기지 앞에서 진행한 5069번째 인간 띠 잇기(사진=문정현 신부)

 

항소심 결과를 개탄하는 시민들은 "누가 평화를 감옥에 가두냐"며 무죄를 주장했다. 

문정현 신부는 2일 오전 강정 해군기지 앞에서 시민들과 함께 100배 기도를 올리며 "선고공판 결과에 몹시 화가 난다"며 "이들은 무죄다! 강정해군기지에 대한 진실부터 규명하라!"고 호소했다. 

한편 송강호 박사는 이날로 구속 1년 째를 맞는다.  

기도를 위해 해군기지로 들어갔던 송강호 박사는 “군사기지 없는 평화의 섬” A씨는 “구럼비야 봄잠 잘 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 (당시 정황을 상세히 알고 싶다면 기고 : 저항 할 권리)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