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화 자료사진. (사진=유럽사막화 자료사진. (사진=유럽연합위원회 홈페이지)
사막화 자료사진. (사진=유럽사막화 자료사진. (사진=유럽연합위원회 홈페이지)

올해 유달리 꽃들이 일찍 피었다. 기상청에 의하면 2월이 평년보다 따뜻하였고, 지난 겨울기온 변동 폭이 심해서였다고 한다. 

지난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지구온난화 1.5℃특별보고서>에 따르면 2006∼2015년의 지구 평균온도는 1850∼1900년에 비해 섭씨 0.87도 상승하였고, 최근의 온난화 추세에 따르면 10년에 0.2도씩 상승하여 2030∼2052년에는 1.5도를 초과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또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제출된 국가별 감축목표를 이행하더라도 2030년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520∼580억톤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편집자)로 온도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는 데 필요한 배출량인 250∼350억톤CO2eq을 크게 초과하여 2100년에는 3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따라서 2100년까지 1.5도로 제한하려면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감축해야 하고, 2050년까지 지구 온실가스 총배출량이 net zero(탄소 중립·배출량을 줄이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방법을 토해 인간의 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을 ‘0’으로 만드는 것;편집자)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탄소배출이 없는 에너지에 기반한 운송 부문 확대, 농업관리의 개선과 산림벌채 중단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환경부가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세계 7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우리나라의 기후변화가 세계 평균보다 두 배가량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평균온도는 1912∼2017년 사이에 1.8도 상승하였다. 특히 겨울 평균기온은 2.5도 증가하였고, 봄의 시작일도 13일이나 빨라졌다. 
 

벚꽃. (사진=고기협 제공)
벚꽃. (사진=고기협 제공)

1980년대의 4월 3일은 꽃들로 넘쳐났었다. 대학교 진입로는 하얀 소복을 입은 벚나무들이 군무를 펼쳤고, 꽃병이 날아다녔으며, 최루탄에 눈이 매운 꽃잎들이 끊임없이 떨어졌다. 그리고 눈물이 줄줄 흐르는 눈에 담배 연기를 불어주며 치약을 발라주던 여학생의 가슴에도 목련이 피어 있었다.

지난 4월 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는 ‘돔박꼿이 활짝 피엇수다’라는 주제로 제주4·3 73년 추념식이 봉행되었다. 희생자 배보상과 수형인 명예회복을 담은 개정된 4·3 특별법이 공포된 후 치러지는 의미가 남다른 행사였다. 그러나 벚꽃은 없었다. 35년 전보다 벚꽃 개화 시기가 12일 정도 빨라 벚꽃이 모두 졌기 때문이었다.   

IPCC의 온실가스 배출경로를 기반으로 한 기상청의 기후전망에 따르면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2040년에는 한반도의 기온이 지금보다 1.8도 상승하고, 2100년에는 7도까지도 상승할 수 있다고 하였다. 

기후학자들은 지구의 온도가 2도 오르면 가뭄으로 사용가능한 물이 20∼30% 감소하고, 그린란드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7m나 상승하며, 15∼40%의 북극 생물이 멸종 위기에 처할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흡수되어 산호 등 바다생물이 죽어간다고 예측한다. 

또한 농산물 생산량이 크게 감소하고, 말라리아에 노출되는 인구가 6천만 명에 이르게 되는 등 질병 매개 곤충과 세균, 바이러스에 의해 신종질병이 만연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지 알 수 없다고 한다. 인류 생존의 갈림길이 바로 1.5도라는 것이다. 

2019년 50차 IPCC 총회에서 채택된 <기후변화와 토지 특별보고서>는 “2007∼2016년에 인간이 만들어낸 이산화탄소의 13%, 메탄가스의 44%, 아산화질소의 82% 등 온실가스의 23%가 농업과 기타 토지 사용을 통해 배출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2020년 12월에 기재부가 발표한 ‘탄소중립 3+1전략’과 원 도정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카본프리아일랜드(Carbon Free Island·탄소없는 섬)2030’에는 온실가스의 23%를 차지하는 토지 사용을 통해 배출되는 온실가스에 대한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사진=문용포 제공)
(사진=문용포 제공)

 

또한, 탄소 흡수원(Nature-Based Solution)을 확대하는 정책과 공유경제, 도보·자전거로 출퇴근하기, 친환경농업 실천 등 에너지 사용 자체를 감축하려는 정책이 미흡하다. 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전기·수소자동차 산업 육성, 신유망 저탄소 생태계 조성 등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와 제주도의 탄소중립 정책은 철저히 친기업적이며 신산업육성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환경부는 ‘2050 탄소중립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정교한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를 금년 6월까지 수립한다. 또한 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관계부처와 함께 ‘2050 탄소중립 10개 중점과제 추진전략’의 부문별 핵심 정책 추진전략도 연말까지 수립할 계획이다. 

따라서 시민사회는 탄소 배출을 억제한다면서 탄소 흡수원인 산림과 농경지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화석연료를 태워 만든 에너지를 충전하는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는 등의 정책 모순들이 변증법적으로 승화될 수 있도록 정책 수립단계부터 적극 참여해야 한다. 또한 산림·농지 보존 등 탄소 흡수원을 확대할 수 있는 정책과 탄소중립에 따른 취약 산업·계층 보호 정책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제주도정은 2023년도 개최될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제주에 유치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면서 ‘카본프리아일랜드2030’의 실적을 자랑하고 있다. 자본의 무한한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제주도민을 분열시키면서 제2공항 건설을 밀어붙이고, 제주도 허파인 중산간 지대에 온갖 명목을 붙여 개발을 허가하면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유치하려는 도정의 뻔뻔함에 존경을 표한다. 

“이화야, 할아버지의 첫사랑은 벚꽃이 만개한 4월에 찾아왔단다.” “할아버진 뻥쟁이야. 벚꽃은 3월 입학식 날 피어나는 3월의 꽃이란 말야.”라는 상상이 현실이 될까 두렵다. 필자는 미래의 손녀에게 뻥쟁이 할아버지가 되지 않기 위해 1.5도를 생활에 달고 살고 있다. 

고기협.<br><br><br>​​​​​​​
고기협.

 

쌀 증산왕의 아들로 태어나다. ‘농부만은 되지 말라’는 아버지의 소망을 뒤로 하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다. 대학에서 농사이론을 배우고 허브를 재배하다. 자폐아인 큰딸을 위해서 안정된 직업 농업공무원이 되다. 생명 파수꾼인 농업인을 꿈꾸는 필자. 건강한 먹거리와 지속가능한 농업을 연결하는 ‘말랑말랑’한 글을 매주 화요일 연재한다. 독자들에게 제주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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