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익축구 우익축구 니시베 겐지 지음, 이지호 옮김, 한스미디어
《좌익축구 우익축구》
니시베 겐지 지음, 이지호 옮김, 한스미디어

운동을 좋아한다. 조깅, 헬스, 스쿼시, 골프, 복싱…. 제일 재미가 덜 했던 것은 헬스와 조깅이고, 가장 짧게 한 것은 복싱이다. 스쿼시, 골프는 몹시 재미있었다. 비록 작은 규모이긴 했지만, 친선대회에 참가할 정도로 스쿼시는 열심히 했다. 발목 부상만 아니었다면 아마 지금까지도 하고 있지 않았을까. 골프는 싱글로 막 접어들 무렵 그만두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내가 휘두르는 골프채를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골프에 전념하는 날, 아내는 육아와 살림에 치였기 때문이다. 골프를 그만둔 뒤 한동안 ‘운동 백수’로 지냈다.

그리고 지금은 축구에 ‘취직’했다.

성국아, 창진아, 동규야! 패스 좀 해라.

매주 일요일 아침. 축구장으로 출근한다. 30대부터 60대까지 20여 명이 모여 공을 찬다. 내가 나이로는 넘버2다. 60까지는 지금처럼 공을 찰 수 있기를 내심 바란다. 하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팀에 민폐다 싶으면 언제든 은퇴할 작정이다. 그때까지 잘 버틸 수 있을까? 무사히 ‘운동 정년’을 맞을 수 있을까? 그래서 ‘보험’용으로 일주일 전쯤 피트니스클럽에 등록했다.

책 제목이 《좌익축구 우익축구》다. '빨갱이'가, '보수꼴통'이 축구를 한다? 빨갱이와 보수꼴통이 축구로 맞붙는다? 아니다. 그런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좌익/우익축구는 특정 축구팀이 구사하고 있는 특징으로서의 스타일 혹은 전술전략을 지칭하기 위해 만든 말이다. 그야말로 ‘순진한’ 축구책이다. 축구를 한번쯤 ‘머리’로 이해하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책이다. 책 뒤표지 정리된 도표를 보완하고 정리하면 이렇다.  

좌익축구는, 이상주의/어떻게 이기느냐에 대한 집착/공격적/테크닉 중시/세련/열광적인 팬덤으로 요약된다.

우익축구는 승리 지상주의/지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수비 중심/피지컬 중시/투박/재미없다는 혹평을 받는다.

손흥민의 영국 프리미어 리그 토트넘을 놓고 저자의 기준에 따라 설명해볼 수 있다.

토트넘과 맨체스터 시티가 경기를 한다면, 곧 우익 vs 좌익의 가상의 시나리오는 이렇다.

시종일관 맨체스터 시티가 공격을 하고 토트넘은 전원 수비는 기본이고 육탄방어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쩌다 찾아온 단 한 번의 역습 기회에 토트넘이 골을 넣는다. 경기는 1:0으로 끝이 난다. 승리한 토트넘의 무리뉴 감독은 말할 것이다.

“나는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불굴의 투지로 버텼고, 승리는 우리 것이다.”

패장 과르디올라 감독은 말할 것이다.

“저들은 축구를 망치고 있다. 게임은 없었고 오직 수비만 했다. 저들은 탐욕만을 목표로 했고 결국 그 탐욕을 채웠을 뿐이다.”

프로 스포츠는 승패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구단의 입장에서 승패는 돈의 문제와 직결된다. 많은 승리는 많은 수익을 뜻한다. 선수 역시 마찬가지다. 이길수록 자신의 몸값이 오른다. 팬 역시 승패에 울고 웃는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지는 걸 원하는 팬은 없다. 경기장을 메운 모든 것들이 승리를 가리킨다. 승리 하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 Winner takes it All!

그런데 그 승리가 전부는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그 승부에 그 어떤 고유의 아름다움이나 역동성, 상상력 같은 것을 부여하고자 한다. 혹은 그것들을 통해 이기고자 한다. 그런 시도들이 축구의 표정을 새롭게 만든다. 그 새로움에 저자는 ‘좌익’이라는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거듭 말하지만 오해는 마시라! 현실상의, 정치적인 의미의 좌익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축구를, 스포츠를 이데올로기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일 것이다. 나의 축구는 그렇게 멀리 가지 못한다.

일요일의 축구는 참 거시기 하다. 나의 몸이 나의 마음을 배신하고, 동료가 동료를 믿지 못해 패스를 하지 않는다. 전술 운운하는 자는 ‘듣보잡’이 되고 이기려 드는 자는 절로 뻘쭘해진다. 이른바 ‘똥뽈축구’다. 일요일에는 이데올로기나 담론이라는 게 부질없는 게 된다. 아, 나이가 드나? 이번 일요일에는 골을 좀 넣어봐야겠다. 골 넣어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좌익의 메시든, 우익의 호날두든 무슨 상관있으랴. 네트를 출렁이는 골, 골이 필요하다. 성국아, 창진아, 동규야! 패스 좀 해라. 이 형님이 골문 앞에서 패스를 기다리고 있다!

‘똥뽈축구’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제주시 이도2동에서 '금요일의 아침_조금, 한뼘책방'을 운영하는 노지와 삐리용.
제주시 이도2동에서 '금요일의 아침_조금, 한뼘책방'을 운영하는 노지와 삐리용.

'한뼘읽기'는 제주시에서 ‘금요일의 아침_조금, 한뼘책방’을 운영하는 노지와 삐리용이 한권 혹은 한뼘의 책 속 세상을 거닐며 겪은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다. 사전적 의미의 서평 즉, 책에 대한 비평보다는 필자들이 책 속 혹은 책 변두리로 산책을 다녀온 후 들려주는 일종의 '산책담'을 지향한다. 두 필자가 번갈아가며 매주 금요일 게재한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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