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11시 제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제주세월호생존자와 그들을 지지하는 모임’과 생존자들이 국가손해배상소송 청구 진행상황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13일 오전 11시 제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제주세월호생존자와 그들을 지지하는 모임’과 생존자들이 국가손해배상소송 청구 진행상황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7년 전 진도 앞바다에서 476명을 태운 배가 가라앉았다. 295명은 그 이후로 뭍을 밟지 못했고 유해마저 찾지 못한 이들만 9명이다. 그리고 살아남은 172명. 이들은 지금도 매일을 세월호 안에서 갇힌 채 지옥 같은 악몽 속에서 살고 있다.  

13일 제주지역 세월호 생존자 15명이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이날 오전 11시 제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제주세월호생존자와 그들을 지지하는 모임(이하 제생지)’이 이 과정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

기자회견에 함께 한 생존자들은 지난 7년간 마치 죄인처럼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심정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이들이 원하는 건 예전의 삶을 되찾는 것 단 하나였다. 

윤길옥씨는 “매일 트라우마로 인해서 정신과약을 먹으면서 고통 속에서 보내고 있다”며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범죄 사실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공소시효가 거의 끝나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진상규명이 빨리 돼서 저희 가족들과 모든 사람들의 정신적 피해를 입은 데 대해 확실하게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화물차 운전일을 했던 김영천씨는 “사고 직후 집에 도움이 되려고 나라에서 보조해주는 걸 가지고 화물차를 탔는데 나중엔 이것도 여의치 않아서 차도 팔게 됐고 지금은 저 혼자 여기저기 전전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선생님(생존자)들이 가족들하고 등을 지고 살고 있다”며 “이 기자회견이 멀리 국회와 청와대로 전달이 돼서 모든 게 규명되고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장은복씨는 “현실적으로 살아가면서 위태위태하다. 마음속에서 다 적응이 되고 살아가는 데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세월호뿐만 아니라 대구 참사, 삼풍백화점, 특히 제주4·3으로 희생되신 모든 분들이 마음적으로 치유를 받고 평온한 삶을 살아나갔으면 좋겠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민들이 공감해주고 위로해주시면 저희들도 열심히 살아나가는 방향을 잘 잡아서 살아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누가 생존자를 죄인으로 만들었는가”

세월호 참사 당시 승객들 20여명을 구한 김동수씨의 아내 김형숙씨는 죄인처럼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남편의 삶에 대해 말했다. 

김씨는 “남편이 그저께 정신과약 16일치인 30~40알을 먹고 쓰러져 어제 응급실에 갔다”며 “병원에서 그 사람이 ‘죽으려고 약을 먹었냐’고 묻는데 그 사람은 살려고 약을 먹은 것이다. 나중에 약을 먹은 이유를 물어보니 눈을 뜨고 16일을 맞이할 용기가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 병원에선 남편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트라우마센터를 원한다. 그냥 누워만 있더라도 언제든 필요할 때 갈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며 “생존자분들이 모두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누가 생존자를 죄인으로 만들었느냐”고 토로했다. 

또 “세월호 참사 주기가 다가오면 다들 우리한테 뭘 할거냐고 묻는다. 많은 분들이 희생됐기 때문에 추모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 생존자와 생존자의 고통에도 집중해 달라”며 “제주는 단일 지역으로는 전국에서 단원고를 제외하곤 생존자(24명)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제 바람은 생존자를 위한 음악회나 위로 공연이 있어서 거기서만큼이라도 생존자들끼리 마음껏 있을 수 있는 그런 자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편과 마음 편히 4월16일을 맞이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며 “어떤 분은 오해할 수도 있지만 남편이 예전의 김동수로 돌아온다면 소송도 다 필요없다. 그때 그사람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 섰다”고 호소했다. 

지난 12일 제주세월호생존자와 그들을 지지하는 모임이 세월호 참사 6주기를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제주세월호생존자와 그들을 지지하는 모임 제공)
지난해 4월 12일 제주세월호생존자와 그들을 지지하는 모임이 세월호 참사 6주기를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제주세월호생존자와 그들을 지지하는 모임 제공)

#“국가, 살아남은 사람들이 죄인처럼 살지 않도록 무한 책임져야”

이날 기자회견에선 생존자들과 함께 하는 이들도 연대발언에 나섰다. 

수상한 집 광보네를 운영하는 변상철씨는 “생존자들은 살아나온 게 죄인 것처럼 살고 있다”며 “많은 생존자들이 구하지 못한 아이들 모습이 떠올라서 4월16일만 되면 잠들어버리고 싶다,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싶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생계 때문에 화물선을 타고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이분들은 매일 같은 세월호 안에서 싸워가야 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며 “정부는 살아나온 사람들이 죄인처럼 살지 않도록 무한한 책임을 져야 한다.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 기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고 책임있는 자세로 끝까지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월호제주기억관을 운영하는 김명완씨는 “촛불정권이라 불리는 정부에 묻고 싶다”며 “7년간 정부가 한 게 무엇인가. 진실규명을 하면 하고 못하겠으면 못하겠다고 확실히 말해달라. 위험한 배를 허가하게 한 장본인인 공무원부터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7년 동안 4월만 되면 이 얘기를 반복해야 한다”며 “어떤 분들은 아직도 세월호냐고 묻는다. 세월호는 진행형이다.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정원이 제주세월호피해상담소 팀장은 “생존자 가족들이 심리적으로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생존자나 유가족, 가족들에게 지원이 원활히 이뤄져서 위로와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후유장애, 불완전한 평가 전제로 이뤄져”

제생지 공동대표인 최정규 변호사는 생존자들이 지금까지도 정상적인 삶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지만 국가가 책임을 지지 않는 데 대해 규탄하며 손해배상소송의 배경을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정부는 ‘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세월호피해지원법)’을 제정해 지난 2015년 3월 시행하면서 6개월 내 배상금 등의 지급신청을 하도록 정했다”며 “생존자들이 이를 위해 정신과 전문의에게 후유장애진단서를 발급받아야 했지만 전문의들은 ‘재난 후 발생한 트라우마는 최소 2년이 경과된 후에 평가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사실을 정부 측에 알렸지만 ‘법에 예외를 둘 수 없다. 그 기간 내 신청을 하지 않으면 배상금 등의 지급은 없다’고 못박았다”며 “결국 피해자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받았던 진단서엔 ‘현 시점은 외상 후 1년 4개월이 지난 시점이라 적절하지 못함’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비판했다. 

최 변호사는 “국가는 4년에서 5년까지만 소득의 30%정도만 보전하는 것으로 결정했고 생계에 어려움을 겪던 피해자는 그 결정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며 “또 정부는 피해자의 동의를 얻었다는 근거(세월호피해지원법 제16조 지급결정 동의의 효력)로 더 이상의 배상은 원천적으로 차단시켰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5년 이뤄진 배상 결정 동의의 효력은 피해자 장애에 대한 불완전한 평가를 전제로 이뤄졌기 때문에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본다”며 “국민의 기본권 보장 의무를 진 국가가 자신의 잘못으로 발생한 세월호 참사 트라우마 피해자들에게 최소한의 장애 평가를 위해 소요되는 2년이라는 시간이 경과되기 전에 위 같은 절차를 진행하고 재판상 화해의 효력을 부여한 법률 조항은 헌법에 위반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에 대해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금액과 관련해서 최 변호사는 “생존자 15명의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금액은 소송 절차를 통해서 재평가가 이뤄져야 산출될 것”이라며 “일단은 한 분당 2000만원(1000만원은 위자료, 1000만원은 일시 이익에 대한 추가분)으로 모두 3억원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