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일 제주학사에 내려온 첫날 장작 패는 연습을 하고 있는 받침반 (사진=볍씨학교)
지난 3월 2일 제주학사에 내려온 첫날 장작 패는 연습을 하고 있는 받침반 (사진=볍씨학교)

나는 요즘에 쉬는 시간마다 도끼로 장작을 패러간다. 아직 시작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는 꾸준히, 또 열심히 해오고 있다. 처음 제주학사에 왔을 때 도끼질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동희쌤에게 장작 패는 방법을 배웠다.

처음 배운 동작은 기마자세를 하고 도끼 손잡이를 있는 힘껏 잡아서 원형을 그리며 내려치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시범을 보여주셨을 때는 나무를 반으로 가르며 “쫘작” 소리와 함께 시원하게 쪼개지는 모습을 보고 나도 해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때는 힘과 요령도 부족했다. 또 손목과 아귀힘이 부족해 도끼날의 옆면으로 나무를 때렸다. 그래서 그런지 나와 내 친구들이 아무리 때려도 나무하나를 쪼갤까 말까 했다. 아무리 해도 되지 않아 그냥 앉아서 보거나 쉬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도 안되는지 의욕을 상실해 어느 날부터는 아무도 도끼를 들지 않았다.

그러다 한 2주 뒤에 재현이와 밭일 알바를 다녀오니 장작이 없어서 오랜만에 다시 도끼를 잡게 되었다. 저번에 배웠던 기본자세를 잡고 힘껏 내려쳤다. 그 순간 뭔가 저번과 다르다는 것이 느껴졌다. 저번과 비교해보니 도끼가 내려가는 속도, 도끼가 나무에 찍히는 소리, 또 팔에 전해지는 진동이 많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힘도 약하고 조준력도 부족해서 나무에 안 박히는 바람에 소리는 “툭” 하는 소리가 나고 자잘한 진동만 느껴졌다. 그런데 재현이와 할 때는 “둥” 하는 굵직한 소리와 한 번에 전해지는 묵직하게 진동이 내 몸에 전해졌다. 그동안 힘도 길러져서 나 혼자서도 나무를 쪼갤 수 있게 되었고 장작을 패는 시간도 짧아졌다. 하지만 이때도 한 번에 쪼개지는 시원함을 느끼지 못해서 다음날부터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생활하면서 한 번에 쪼개는 시원함을 느끼지 못한 미련이 생겼다. 장작도 많이 필요해서 다시금 그 시원함을 느끼겠다는 다짐을 하고 도끼를 힘껏 들었다. 역시 기본자세로 힘껏 도끼질했다. 역시 저번보다는 힘이 더 붙어 있었고 도끼질 자세도 많이 정돈되어 있었다. 또 조준력도 올라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2~3번 만에 쪼개지는 나무들도 있었다. 나는 나무들이 꽤 빨리 쪼개지자 한번 만에 쪼갤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그래서 내 안에서 열정이 불타올랐다. 또 옆에서는 현우가 자기는 하지도 않으면서 “내가 하면 한 번에 할 수 있는데, 너무 느리다, 그게 아니지”라고 하며 옆에서 도발 아닌 도발을 하고 있어서 ‘두고 보자’ 하는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했다. 그렇게 내가 하겠다고 꺼내놓은 나무들을 다하지 못했지만 거의 다 끝냈다! 라는 희열감에 장작 패기에 중독이 되었다.

오늘도 아주 많은 장작을 팼다. 일하러 가기 전, 저녁 먹기 전 또 저녁 먹은 후에도 도끼질했다. 당연히 오늘도 전과 다르지 않게 기본자세로 장작을 팼다. 하지만 속이 꽉 찬 나무나 마르지 않은 나무에는 어림도 없었다.

그래서 동희쌤의 친구분의 도끼질 방식을 동희쌤에게 배웠다. 그분의 도끼질 방식은 아주 간단했다. 그냥 온몸을 다 써서 아주 강하게 때리는 것이었다. 도끼를 머리 위로 넘긴 뒤 허리를 젖혔다, 뒤꿈치를 들었다 숙이는 반동으로 체중과 힘을 동시에 도끼에 싣는 방법이었다. 저번에 동희쌤이 이 방식으로 하시는 것을 보고 따라 해 보았지만, 이 동작이 보기보다 어려워 나무 말고 바닥을 치거나 손잡이로 나무를 치거나 도끼면으로 치기만 했다.

이번에는 동희쌤의 동작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 덕분인지 그때 같은 실수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힘을 완전히 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계속 연습하다 보니 힘은 점점 더 실렸고, 그냥 나무들은 한방에 쪼개졌고, 잘 안 쪼개지는 나무들도 몇 번이면 쪼갤 수 있었다. 한 번에 쪼개지는 시원함도 있었지만, 도끼질하며 내 몸이 날아가 정확히 나무에 도끼를 박는 것도 너무 시원했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해서 도끼질했다. 그러다 쉬는 시간이 끝났고, 더 많이 도끼질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도끼질하며 나와 같이하는 사람이 없어서 더욱더 아쉬웠다. 서로 경쟁하며 도끼질을 더 재밌게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말이다. 같이 하지 않아도 현우처럼 나를 자극해줄 사람이 있으면 1년 안에 그 많은 통나무를 장작으로 만들 수 있을 거 같다. 최대한 빨리 다른 아이들도 힘들고 재밌는 장작 패기에 그 맛을 느껴서 다 같이 놀면서 장작을 패고 싶다. 내일도 쉬는 시간에 장작을 패러 가자.

김민찬

안녕하세요. 저는 3월에 제주도에 내려와 볍씨학교 제주학사에서 지내고 있는 김민찬입니다. 저는 제주학사에서 친구들과 지내며 같이 일도 하고 같이 밥도 만들기도 하며 서로에게 보이는 문제점들을 고쳐주고 진정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 과정 중 하나가 매일 저녁 함께하는 하루나눔입니다. 하루나눔에서는 하루를 지내며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서로의 모습, 불편한 것들, 문제점, 공유해야 하는 것 등을 같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모두가 빠짐없이 그날 있었던 일들을 나누고 자신이 느낀 것을 이야기하는 자리입니다. 그중 하루를 정리하는 글을 쓰고 나누는 시간이 있습니다. 이 글은 제가 가장 재미있었고 가장 뿌듯했던 일 하나를 주제로 삼았습니다. 그때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왜 그렇게 행동을 했는지 담은 하루나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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