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산 일대 국유지에 설치된 설비. (사진=조수진 기자)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산 일대 국유지에 설치된 설비. (사진=조수진 기자)

정부가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를 설립하고 있는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산 일대. 국가정보원이 소유하고 있는 부지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나 정부는 사업 부지를 넓히기 위해 인근 도유지(덕천리 산 68-1)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지난해 12월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이상봉)가 ‘2021년도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행자위는 주민 수용성 미흡 등을 이유로 해당 안건을 심사보류했다. 

이후 환경단체인 곶자왈사람들과 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참여환경연대 등은 해당 도유지에 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생물로 지정한 제주고사리삼 서식지 등 곶자왈이 형성돼 있어 이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매각 중단을 촉구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도는 지난 2월 덕천리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매각 면적을 기존 62만여㎡에서 42만여㎡로 축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주고사리삼의 서식이 확인된 곶자왈 지역을 제외했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산 68-1 가운데에 나 있는 임도. (사진=조수진 기자)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산 68-1 가운데에 나 있는 임도. 제주도는 최근 길 왼편을 도유지 매각 대상 부지에서 제외했다. 길 오른편은 매각 대상 부지.(사진=조수진 기자)

도유지 가운데 나 있는 임도(林道·임산물의 운반 및 산림 관리를 위해 산림 내 설치한 도로)를 두고 왼쪽은 서식지, 오른쪽은 비서식지로 구분했다(사진 참조). 하지만 환경단체는 생태 환경이 인위적인 도로를 경계로 명확하게 구분된다는 설명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11일 제주투데이가 도유지 매각에 반대하는 시민들과 덕천리 산 일대를 찾아가 보니 매각 제외 부지는 물론 매각 부지에 포함된 곳에서도 곶자왈이 형성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11일 촬영한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일대 제주고사리삼. 왼쪽 사진 노란색 원은 제주고사리삼과 서식 환경이 비슷한 나도고사리삼, 붉은 원은 제주고사리삼.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11일 촬영한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일대 제주고사리삼. 왼쪽 사진 노란색 원은 제주고사리삼과 서식 환경이 비슷한 나도고사리삼, 붉은 원은 제주고사리삼. (사진=조수진 기자)

이날 동행한 김정순 곶자왈사람들 상임대표는 “제주고사리삼 서식지 분포를 보면 거문오름에서 흘러온 용암이 흐르는 라인이  보인다”며 “점성이 낮은 용암에서 수증기가 빠지면서 갈라진 틈으로 습기가 일정하게 유지돼 식물이 잘 자라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곳에 물이 서서히 빠지는 건습지가 만들어지면 제주고사리삼이 서식하는 환경이 된다. 매각 예정지에도 큰 규모의 제주고사리삼 서식지가 있다”며 “단순히 도로 하나를 기준으로 왼쪽은 제주고사리삼이 서식하는 환경이고 오른쪽은 서식하지 않는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산 일대 형성된 건습지. 제주고사리삼이 잘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다. (사진=조수진 기자)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산 일대 형성된 건습지. 물이 서서히 빠지고 반음지인 이곳은 제주고사리삼이 잘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다. (사진=조수진 기자)

그러면서 “건습지는 위성사진으로 확인이 되기도 해서 우리도 두 번 조사만에 제주고사리삼 자생지만 20여곳을 발견했다”며 “도유지 매각 대상 부지에서 제주고사리삼 서식지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관계자가 현장 확인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또 매각 부지에서 제외된 부분이 국정원 소유의 국유지와 매각 부지 사이에 끼어있는 점을 들며 “(매각 부지에서 제외된)지역을 보전한다고 해도 양옆에서 개발사업이 이뤄지면 결국 이곳 곶자왈도 생태적으로 고립돼 고유의 생태계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생태섬화’를 우려했다. 

정부가 국가위성통합센터로 검토하는 부지. 왼쪽 노란색 부분은 국가정보원이 소유한 국유지이고 오른쪽 보라색 부분은 도유지다. 도유지 가운데 파란색 선이 임도이고 제주도는 길 왼편을 도유지 매각 예정 부지에서 제외해 국가위성센터 사업 부지 양옆에 끼인 모양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정부가 국가위성통합센터로 검토하는 부지. 왼쪽 노란색 부분은 국가정보원이 소유한 국유지이고 오른쪽 보라색 부분은 도유지다. 도유지 가운데 파란색 선이 임도이고 제주도는 길 왼편을 도유지 매각 예정 부지에서 제외해 전체 사업 부지 한가운데 끼인 모양새다. 이때문에 김정순 곶자왈사람들 상임대표는 '생태섬화'를 우려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김 대표의 예상대로 제주도 소관부서는 지금까지 매각 대상 부지에 대해 제주고사리삼 서식 여부 현장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공유재산을 관리하는 부서는 해당 부지가 시설이 들어서기 적합한 곳인지 파악하기 위해 경사도와 인근 주택 여부를 확인하러 여러 차례 방문한 바 있다. 

이달 초 도 소관부서와 도의회 행자위는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까지 다녀왔으면서 정작 제주고사리삼 생태계 훼손 우려에 대해 확인하진 않았다. 그렇다면 제주고사리삼 서식지가 다수 분포돼 매각 예정지에서 제외했다는 도유지는 어떻게 확인한 걸까. 

19일 도 관계자에 따르면 변경된 매각 부지 경계는 지난 2015년 8월부터 진행되다가 중단된 ‘제주도 곶자왈지대 실태조사 및 보전관리방안 수립용역’ 자료를 바탕으로 설정됐다. 

도 관계자는 “아직 용역이 중단된 상태이고 확정된 내용이 아니라서 정확하게 답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매각 부지 제외 기준은 따로 없었지만 제주고사리삼이 자생하고 있는 곶자왈관리지역 예정지를 제척해야 한다는 의견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그에 대한 판단은 도의회의 의결 사항”이라고 답했다. 

이어 “실질적으로 제주고사리삼이 어디서 발견됐는지는 모르겠다”며 “자생지가 너무 광범위해서 아예 매각을 하지 말라는 건 환경단체의 과도한 요구”라고 덧붙였다. 

제주고사리삼이 발견됐던 곶자왈 지역. 이곳은 도유지 매각 대상 부지에 포함됐다. (사진=조수진 기자)
제주고사리삼이 발견됐던 곶자왈 지역. 이곳은 도유지 매각 대상 부지에 포함됐다. (사진=조수진 기자)

도 관계자는 또 환경단체가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성센터는 이미 국유지에서 공사를 하고 있고 도유지엔 인공위성 정보를 수신하는 안테나 5기 정도만 설치하는 것”이라며 “안테나 설비 특성상 충분히 이격거리를 두고 설치가 되기 때문에 모든 부지를 개발하는 골프장 같은 개발사업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매각한 도유지 일부가 곶자왈관리지역이 된다고 하더라도 사전에 (훼손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면 국가도 이곳을 마음대로 (개발)할 수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차라리 전체를 모두 매각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국가위성센터 도유지 매각을 반대하는 시민들과 김정순 곶자왈사람들 상임대표가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산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11일 국가위성센터 도유지 매각을 반대하는 시민들과 김정순 곶자왈사람들 상임대표가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산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가운데로 큰 트럭이 지나간 바퀴 자국이 보인다. (사진=조수진 기자)

그러면서 “우주산업 자체가 제주도에 유치하면 시너지 효과를 본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추진하는 것”이라며 “인공위성 정보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지 않나. (위성센터가 들어서서)인공위성 정보를 제주도와 공유하게 되면 실시간으로 기후변화와 태풍 이동경로 등을 파악할 수 있어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군사시설이라는 건 반대 단체의 억측”이라며 “미국의 나사 같은 시설을 보면 엄청난 고급인력이 들어오고 홍보의 장이 될 수 있으며 전국의 학생들이 견학을 올 수도 있다. 항공우주연구원에 다녀오고 나서 도의원들도 위성센터 설립은 국가산업이라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곶자왈사람들에서 확인한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산 일대 제주고사리삼 서식 분포도. 김정순 상임대표의 설명대로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김정순 곶자왈사람들 상임대표 제공)
곶자왈사람들에서 확인한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산 일대 제주고사리삼 서식 분포도. 김정순 상임대표의 설명대로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김정순 곶자왈사람들 상임대표 제공)

한편 지난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위성정보활용촉진위원회 등은 국가위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국가위성센터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2022년까지 센터 건물과 위성 안테나 등을 설치하고 추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당초 사업 검토부지 면적은 108만6306㎡(국유지 46만4542㎡·도유지 62만1764㎡)였으나 이중 도유지 20만여㎡를 축소해 변경할 예정이다. 

도유지 매각 안건은 오는 29일 열리는 제주도의회 제394회 임시회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에서 심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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