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나눔에서 자신의 하루를 글로 정리하고 있는 볍씨학교 친구들.(사진=볍씨학교)
하루나눔에서 자신의 하루를 글로 정리하고 있는 볍씨학교 친구들.(사진=볍씨학교)

제주학사에서는 매일매일 함께 산다. 함께 살며 많은 일을 함께한다.

일상을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서로의 부족한 부분들, 성장이 필요한 부분들을 보게 되고 서로 코멘트를 주고받는다. 나에게 온 수많은 코멘트를 수용하고, 바뀌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성장해 간다. 

나는 지금까지 코멘트를 듣고도 계속 행동이 바뀌지 않았다. 나를 위한 코멘트라고 느끼지 않아서다. 그냥 나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불편한 게 있어서 하는 건 줄 알았다. 그래서 내가 코멘트를 듣고 바뀌어야 할 이유는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무시당해도 상관없다고 했다.

그런데 그동안 나에게 해줬던 코멘트들은 나를 위한 코멘트였다고 했다. 그땐 조금 혼란스러웠다. 왜 나를 위해서 코멘트를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됐기 때문이다.

요즘 두려운 게 많아졌다. 코멘트를 받는 게 두렵다.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도 두렵다. 실패하는 것이 두렵고, 솔직한 나를 마주하는 것이 두렵다.

걱정도 많아졌다. 나에 대한 확신이 생기지 않는다. 나를 믿지 못하고, 객관적이지 않은 시선으로 나를 보게 되었다. 나는 주변에서 오는 평가와 비교로 점점 자신감이 떨어진다.

특히 한국의 문화는 더 공격적이고, 어떻게든 남을 깎아내리려고 한다. 남들이 하는 평가의 99%는 가짜니까 너무 믿으면 안 된다. 이런 문화는 두려움과 수치심을 준다. 그로 인해 나는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세상엔 어두운 면은 없고, 밝은 면만 있다. 그런데도 내가 느꼈던 두려움들은 다 무엇일까? 그것은 아까 말했듯 가짜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문화일 뿐이다.

나 같은 건 무시당해도 된다고, 무시당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무시당하면 화도 나고, 속상하다. 자존심도 상한다. 세상에 무시당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거고, 나도 무시당하는 것을 엄청 싫어한다. 하지만 그것조차 무시하려고 했다. 그걸 인정하지 않고 나는 무시당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를 위해서, 내가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성장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자격이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실 그런 생각들은 내가 바뀌고, 성장하는 것이 두렵고, 무서워서 일부러 하는 생각일 수 있다. 사실 나는 무시당하는 것은 괜찮지 않다. 그래서 나에게 오는 모든 코멘트는 나를 위한 것임을 알았고, 나를 위해, 내가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용기를 내어 성장해야겠다고 느꼈다.

나는 이제 나를 위해 성장하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더 잘하고 싶은 것들을 최선을 다해서 하기로 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누구보다 잘했나, 못했나가 아니라 노력했는지, 안 했는지, 바뀌었는지, 안 바뀌었는지다. 무엇보다 나의 태도가 중요하다.

찾아보니 지금까지 내가 아예 달라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제주학사에 오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나는 지금보다도 확신이 없었고, 솔직하지 않았다. 자신감이 부족했고, 그래서 목소리도 작았다. 걱정도 엄청 많이 했다.

지금은 달라졌다. 확신이 없고, 솔직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확 바뀐 건 아니지만 많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확신을 갖고 말을 하려고 하고, 숨기고 싶은 나의 실수와 잘못을 용기 내어 고백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감도 생기고 목소리가 커졌다. 항상 목소리가 크지는 않고, 물론 아직도 작은 목소리로 자신 없이 얘기하기도 한다.

이제 필요할 때는 주변 사람들이 “쟤 목소리 작은 줄만 알았는데 커서 놀랐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크게 얘기를 할 수 있다. 그리고 걱정도 많이 줄었다. 제주학사에 와서 제일 걱정했던 것은 하루 동안의 밥과 반찬, 국을 책임져야만 하는 밥 지기였다. 나는 걱정을 줄이기 위해 한 달 동안 매일 아침밥 지기를 지켜보면서 배우고, 나 혼자서 해보기도 하면서 노력했다.

우리는 밝은 세상에서 작은 것도 사랑하고, 작은 것에도, 고마움을 느낀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나는 이제 나에게 오는 나를 위한 모든 코멘트들에 감사하며 지내겠다.

또 뭐든지 최선을 다해서 할 것이다.

박주하

저는 1학년 때부터 볍씨에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중간에 제주학사가 너무 힘들 것 같고, 공부도 너무 늦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일반 학교에 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제주학사라는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이 싫어서 다시 볍씨로 돌아와 제주를 선택했습니다. 잠깐 나를 위해 성장할 생각이 없다고 착각도 했지만 이번에 많은 이야기도 듣고, 생각해보면서 나를 위해서 성장하고 싶어서 온 것이었다고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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