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소희 기자)
 24일 오후 7시 제주시청 조형물 일대에서 진행된 '제주를 지키는 촛불광장, 제2공항 너머를 생각한다' 게스트로 출연한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임대표와 사회를 맡은 이길주 제주대학교 교수.(사진=박소희 기자)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2공항 건설로 창출될 일자리 숫자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촛불을 든 시민들이 분개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이후 제주 도내 고용불안이 심각해 진 상황에서 또 다시 일자리 미끼로 절박한 청년들을 우롱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원 지사는 "큰 기업이 없어 일자리 창출이 어려운 제주에 제2공항 건설사업으로 좋은 일자리 5만 개가 생겨나면 희망에 목마른 청년과 미래세대를 위한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정상 추진 건의문'을 국무총리에게 건넸다. 

이에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임공동대표는 24일 오후 7시 제주시청 조형물 일대에서 열린 '촛불 광장 시민 토론회'에서 “5만 명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며 “명백한 사기”라고 주장했다.

게스트로 출연한 박찬식 대표는 “제2공항 사전타당성조사에서 추산한 일자리 숫자는 2만5000명 정도다. 이도 운영기간을 30년을 잡았을 때 수치인데 이를 두 배 부풀린 것”이라며 “계산해보면 실제 1년 평균 800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800명의 일자리 역시 "300명 정도는 보안 관련 업무를 맡는 경찰, 국정원 등 국가공무원이고, 공항에서 일하는 항공사 직원 등이 100명 안팎일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제주 사람으로 새롭게 뽑을 수 있는 일자리는 200명 남짓 할 것"으로 봤다

대규모 개발사업이 시작되면 언제나 제시되는 '지역 일자리 창출'. 이날 고용불안을 겪고 있는 시민들은 "지역주민 고용은 낚시에 불과"하다며 원 지사의 '제2공항 5만 일자리 창출' 주장에 분개했다. 기존 행사와 달리 거리 토론회 형식으로 진행된 만큼 각자의 자리에서 시민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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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항으로 인해 5만 명 일자리 창출 가능하다고 주장한 원희룡 도지사의 현실성 없는 주장에 뿔난 도민들이 24일 '촛불광장 시민토론회'에서 성토하고 있다. (사진=박소희 기자)

자신을 ‘취준생 엄마’로 소개한 한 시민은 “대규모 개발사업이 진행될 때마다 도민 일자리 창출한다고 낚시를 하는데, (제2공항 건설로 인한) 원 지사의 5만 개 일자리 창출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주 안덕면에 조성된 신화역사공원을 예로 들며 “개장 당시 마을 청년회 수십명이 좋아서 갔다. 그분들 마을로 다시 다 돌아왔다. 모두 3개월, 6개월 그런 일자리였다. 이게 일자리냐 아르바이트냐”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고용 불안으로 힘들어하는 청년들 대상으로 장난치면 안된다. 현재 평균임금은 제주도가 289만원으로 전국 꼴찌다. 육지와 비교해 100만원이나 차이가 난다. 10년 후 집도 사고, 인생도 설계해야 하는데, 공공일자리도 보면 비정규직이다. 자식이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데, 제주에 미래를 맡기고 살 수 있겠냐. 5만 일자리 보도 보며 분노했다.”고 덧붙였다. 

제주도 고용지표를 살펴보면 전국에서 임금 소득이 제일 낮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2020년 시도별 임금·근로시간 조사 및 지역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상용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289만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적었다. 이는 전국 평균 임금 378만8000원의 76.3% 수준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도 43.8%로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다.

30년 간 관광업계에서 일했다는 한 시민은 “코로나 19로 직장이 폐업 수순에 들어갔다. 30년 근무했지만 실업급여 6개월 받은 게 전부다. 관광업계에서 일하면서 퇴직금 받는 사람 아마 드물 것”이라며 관광·서비스에 치우친 산업구조가 만든 노동현실을 폭로했다. 관광·서비스업은 제조업 등에 비해 투자되는 자본 대비 고용 비율이 낮고 비정규직 형태가 많다 보니 퇴직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이날 제2공항 피해지역 주민도 마이크를 들었다. “당장 제2공항이 생기면 해당부지에서 농사를 짓던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우리 가족들과 그곳 농민들은 어디로 가서 뭐 해 먹고 살아야 하냐”며 “성산읍 신흥리에 '보광 피닉스파크'가 생겼을 당시 지역 주민 할당 고용을 약속했지만 현재 일하고 있는 지역주민은 없다”고 토로했다. “개발사업 추진할때마다 일자리 보장한다 떠드는데, 지나고 보면 다 거짓말”이라고 말할 땐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피해주민의 이야기를 듣던 한 농민도 “아무리 일자리가 생기더라도 그게 농사일은 아닐 것”이라며 “평생 해온 일을 다른 일로 대체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원 지사를 향해 “우리를 열받게 하지 말라”고 호통쳤다. 

한 시민은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의 위험성도 경고했다.  

그는 “조카가 기장이라 공항 건설에 찬성할 줄 알았는데, 제2공항 건설 예정 부지는 조류 충돌 가능성이 커서 위험하다고 하더라”며 “비행기를 직접 운행해야하는 입장에서 기장들 대부분 반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장들도 반대하는 제2공항 건설이 타당한 것이냐”고 물었다. 

하도리-종달리-오조리는 제주도의 ‘철새도래지 동부벨트’로 꼽힌다. 해마다 겨울철새 수천마리가 이곳을 중심으로 겨울을 지내는데, 최근 한 곳이 더 포함됐다. 제주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성산읍 신천리에 있는 천미천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에서도 수많은 철새가 발견되고 있다.

한편 이날 촛불집회는 '제주를 지키는 촛불광장, 제2공항 너머를 생각한다'를 주제로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됐으며 거리 토론회 방식으로 구성했다. 1・2부 마지막을 장식한 가수 김대익 씨는 '잠들지 않은 남도' 등을 불러 뜨거운 환호와 앵콜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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