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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스밍]제주와 어울리는 시티팝 플레이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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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스밍]제주와 어울리는 시티팝 플레이리스트
  • 강영글
  • 승인 2021.04.28 1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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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 걸스의 롤린 앨범 재킷.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 앨범 재킷.

브레이브걸스 ‘롤린’의 음원차트 역주행이 뜨거웠던 3월이었다. 유튜브에서 슬슬 반응이 오기 시작하더니 음원차트 1위를 석권한다. 이 인기와 더불어 브레이브걸스의 마지막 활동이 될 뻔한 노래 ‘운전만해’도 큰 인기를 얻으며 차트 상위권에 안착했다.

만일 시티팝을 조금이라도 들어봤던 리스너라면 ‘운전만해’에서 ‘Plastic Love’에 대한 오마주를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티팝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다. 주로 80년대 고도 성장기를 거치고 거품 경제 붕괴 이전까지 경제 호황 황금기의 일본에서 불린 도시적이고 낙관적인 (장르가 아닌) ‘음악적 기조’라고 정리하고 싶다. 

펑크(Funk), 디스코 그리고 재즈의 장르적 요소들이 가미된 시티팝은 ‘다케우치 마리야(Mariya Takeuchi)’ 의 ‘Plastic Love(1984)’를 시작으로 2010년대 후반 국내 리스너 사이에 빠르게 퍼지게 되었다. 그리고 음악 꽤나 듣는 한국 힙스터들에게 상징적인 음악으로 자리 잡는다. 

레트로에 더해진 시티팝의 열풍은 고스란히 한국 가요에도 적극 반영이 됐다. 몇 년간 많은 유명 아티스트가 시티팝을 그들의 음악에 담기를 시도한 것이다. ‘운전만해’의 인기는 시티팝 이 더는 힙스터만의 음악이 아닌, 대중 누구나 거리낌 없이 듣고 즐긴다는 방증일 것이다.

시티팝을 듣다 보면 오후 8~9시경 바다 또는 강을 비추는 은은한 조명을 배경으로, 테라스에 앉아 낭만과 여유의 정취를 느끼며 맥주와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곡에 따라 푸른 하늘의 낮과 노을이 지는 저녁에 해안도로나 강변을 따라 운전할 때도 적합하고, 레트로한 공간에서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실 때 배경음악으로 듣는다면 그 맛이 더 와 닿는다. 더운 여름날 집구석에서 선풍기 바람에 수박과 참외를 먹으며 듣는 것도 괜찮다.

'Plastic love'가 수록된 앨범 재킷.
다케우치 마리야의 'Plastic love'가 수록된 앨범 재킷.

같은 음악을 듣더라도 어디서 어떤 분위기에 함께 하느냐에 따라서 그 감동이 배가 된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렇기에 제주도는 시티팝에 담긴 정서를 온전히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넓은 바다와 우거진 나무를 옆을 끼고 차로 달려 도착한 그곳에 숨어있는 레트로한 골목과 공간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느낄 수 있는 밤의 도회적인 정취까지, 시티팝이 품고 있는 낭만과 여유의 낙관적인 감성과 제주의 분위기는 궁합이 훌륭하다. 그중 최고는 제주 초록빛 바다 배경에 맥주 한 잔과의 궁합이 아닐까 한다.

제주와 잘 어울리는 한국의 시티팝 곡을 몇 가지 상황에 맞추어 추천을 해보고자 한다. 드라이브한다면 해안도로에선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Shining Road’를, 노을 진 퇴근길에선 태윤의 ‘Drive’를 추천한다. 화창한 날씨에 선선한 바람이 불 땐 김현철 1집(1989 발매)의 ‘오랜만에’ 또는 2018년도에 죠지가 커버한 버전도 아주 좋다(두가지 버전을 비교해 듣는 것도 재미있다).

내적 댄스를 추고 싶다면 유빈의 ‘숙녀’, 여성들끼리 홈파티를 한다면 레드벨벳의 ‘Ladies Night’를 추천한다. 이 외에도 너무나 좋은 곡들이 많은데, 혹시 ‘운전만해’를 포함해 위 음악을 듣고 시티팝 특유의 감성과 사운드가 취향에 맞는다면, 유튜브나 다양한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시티팝 검색을 통해 이 세계에 푹 빠져보길 바란다. 

이미 관련 콘텐츠와 플레이리스트가 즐비하니 쉽게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에서 카페나 펍을 운영하는 사장님이 계신다면, 매장 음악으로 차트 Top100 재생 말고 시티팝 플레이리스트 재생을 시도해보길 바란다. 손님들의 만족도도 높아지고 매장의 분위기도 한층 살아날 것이다. 해외여행이 불가한 시국에 시티팝 안에 담긴 정서를 느끼기 위해 제주도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시티팝 열풍에도 불구하고 주위에선 시티팝에 담겨있는 정서를 찾아보기 힘든 요즘이다. 시티팝이 탄생했던 배경과 달리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풍요롭지도 않고, 삼삼오오 모여 여유롭게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눌 수도 없어 웃음과 기쁨을 함께하기 힘들다. 낙관보단 비관을 내뱉는 일이 잦아지고 자연히 낭만과 여유와는 감성적 거리 두기가 되었다.

그러니 젊은 층 사이에서 일어나는 시티팝 열풍 현상을 두고 예전보다 살기 편하고 풍족하며, 걱정없이 현실에 만족하기에 그런 것 아니냐는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현실적으로 마주할 수 없는 낭만적인 생활을 상상하며 풍요롭고 낙관적인 정서를 느낄 수 있는 대안으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악을 소비하는 게 아닐까. 

잠시라도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정으로 가득한 답답하고 각박한 현실에서 벗어나 위로와 해소의 창구로써, 언젠가는 누리고 싶은 시간들을 꿈꾸게 하는 방식으로써. 오늘도 지금의 어두운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기 위해서 시티팝을 들으며 술 한잔한다. 제주의 푸른 바다를 보며 아무 걱정 없이 맥주잔을 나누는 낭만의 시간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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