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예멘인 모함메드와 최용찬 모두우리네트워크 사무국장(사진 출처=제주시소통협력센터 뉴스레터)

이주민, 난민, 정주민의 '놀이터'를 꿈꾸는 단체가 있다. 제주 출신 정주민이든 육지나 외부에서 이주한 이주민이든, 난민이든 현재 제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다 우리'라는 생각으로 모인 사람들이 함께 돕고 교류하는 단체다. 그래서 단체 이름이 모두우리네트워크이다.

'놀이터'를 꿈꾼다고 말하지만, 그 놀이터에서 오가는 이야기는 꽤 깊다. 단체 회원 중 상당 수가 예멘 난민을 위해 한국어 교실에 참여한 자원 봉사자들로 이뤄졌다. 당시 수업을 들었던 예멘인도 함께하고 있다. 약 2년 동안 진행된 한국어 교실을 마무리 지을 무렵, 만남을 이어가고 또 다른 방향의 의미있는 일을 함께 도모하자는 마음으로 비영리인권단체로 등록했다.

구성원들은 예멘 난민들을 자주 만나온 모두우리네트워크 구성원들은 그들이 병원 등을 이용할 때 겪는 문제들을 목격했다. 의료 이용 문제가 가장 필요한 일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 마침 모두우리네트워크 구성원 중 의료 관련 종사자들이 있었고, 도내 이주민과 외국인 노동자 등의 의료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단체 내 전문가와 구성원들이 함께 도내 이주민과 외국인 노동자의 의료 이용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현재 결과 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최용찬 모두우리네트워크 사무국장은 “한국어 교실을 하는 동안에 예멘 난민들 의료 문제도 같이 고민하고 문제 생기면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이주민과 난민을 돕는 천주교 제주 교구 이주 사목 나오미 센터 분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해왔는데, 이런 얘기를 들었어요. 노형동에 있는 큰 종합병원에서 맹장 수술을 받은 베트남 이주 노동자가 진료비가 천만 원이 나왔다는 거예요.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라고 물었다. 

맹장염(급성충수염)은 비교적 쉬운 수술을 통해 치료할 수 있지만 방치하는 경우 복막염으로 번져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병이다. 수술 시에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 후에는 약 1주일이 안 되는 정도의 기간 동안 입원해서 경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의료보험 혜택을 받으면 진료 비용이 상당히 낮아진다. 하지만, 외국인에게는 이처럼 병원 마음대로, 비용을 책정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한 사례가 아니었다. 같은 병원에서 손가락 절단돼서 봉합 수술을 받으러 갔는데 1000만 원을 진료비를 청구한다거나 또 중국 노동자가 농장 나무에서 떨어져서 CT를 찍었는데 800만원의 진료비가 청구됐다. 기가 막혔다. 해당 병원이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미등록 이주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진료비를 높게 책정하는 고수가 정책을 펴는 것이다.

최 국장은 “그래서 이런 문제를 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첫 단추로 먼저 이주 노동자들의 의료 이용 실태나 건강 상태부터 파악해보기로 했어요. 현황을 좀 알아야지 정책 대안도 마련되니까 조사를 시작하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어떤 제주도 내의 사회적, 제도적 이해의 걸음마를 떼보자. 그런 목적으로 의료 실태 조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매달 1회 모임을 가지며 활동을 위한 다양한 논의를 이어온 모두우리네트워크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좀처럼 모임을 갖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실태 조사보고서가 나온 뒤,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단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 출처=제주시소통협력센터 뉴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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