볍씨 공동체마을에서 돌벽을 쌓고 있는 볍씨학교 친구들. (사진=볍씨학교)
볍씨 공동체마을에서 돌벽을 쌓고 있는 볍씨학교 친구들. (사진=볍씨학교)

요즘 나는 볍씨 마을을 꾸미고 있다. 꽃을 심어서 초록으로 물들이고, 나무도 심어 마을을 웅장하고 멋지게 해 주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볍씨 마을 입구와 마을 안쪽 길과 화단 사이에 돌을 놓았다.

나는 제주돌인 현무암이 신비하게 느껴진다. 여기저기 구멍이 숭숭 뚫려 있으면서 모양이 제각각인 현무암만의 매력이 있다. 이 멋진 돌이 놓이는 순간 나무와 꽃의 조화로움이 생겨서 좋다. 돌을 놓을 때는 퍼즐 맞추는 것 같았는데 나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마치 퍼즐 놀이하는 듯이 했다.

나는 평소에도 퍼즐과 블록처럼 맞추고 창작하는 놀이를 좋아하는데 돌도 내가 맞추고 싶은 면을 이리저리 돌리며 돌끼리 맞추는 맛이 좋았다. 돌을 쌓는 돌챙이는 (돌을 다루는 일 하는 사람 서울말로는 돌쟁이 혹은 석수장이라고 한다) 돌을 볼 때 8각을 본다고 한다. 그래서 8모를 보라는 말도 있다.

이날 돌을 놓는 작업은 두 가지로 나누어서 했다. 첫 번째 일은 돌을 쌓는 곳까지 나르는 것이고 두 번째 일은 돌을 길에 가지런히 끼워놓는 것이었다. 첫 번째 일인 돌 나르기는 많은 양의 돌을 가지고 와야 해서 사람이 나르다가 나중에는 트럭으로 옮겼다.

나는 전날 혼자서 길과 화단 사이에 돌을 놓는 일을 했다. 혼자서 일을 하다 보니 심심하 지겹게만 느껴졌다. 부정적인 생각이 나의 머리를 맴돌았다. '나는 왜 일하고 있지 좀 쉬면서 하면 안 되나' 그런 생각 들었다. 나만 몰래 쉬는 것이 양심에 찔렸다. 그래서 결국은 기운 없이 일을 이어나갔다. 물론 혼자서 일을 하다 보니 집중되게 일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일이 기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날은 전날과 다르게 친구들과 같이 일을 했다. 트럭에 돌을 올려놓은 일이었다. 우리는 함께 웃고 재밌게 일을 했다. 여기서 우리란 나와 같이 살고 같이 일하는 제주학사 식구들을 말한다. 무거운 돌을 옮기는 데도 기분 좋게 일할 수 있었다.

참으로 신기하다. 힘든 것은 같은데 같이 일을 한다고 나의 마음가짐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 말이다. 같이 노동요를 부르고 웃긴 상황들이 많아서 신나게 일을 했다. 일하는 나의 마음가짐이 긍정적으로 바뀌자 나의 행동도 바뀌기 시작했다. 나의 일하는 마음가짐이 바뀐 만큼 나는 내일도 열심히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마음을 가졌는데 마침 이날 오후에 돌하르방 미술관 관장님께셔 우리 학사에 오셨다. 관장님은 돌하르방을 많이 만드시고 돌집도 여러 채 지어보신 분이셔서 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니?” 하고 물어보셨다. 나는 손을 들어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요번에 돌 작업을 하면서 돌에 관심이 생겨났다. 돌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관장님께서는 돌 뿐만 아니라 여러 예술 활동을 하신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나는 더욱 관장님께 관심이 생겨났다. 확실히 나는 예술 활동을 좋아하는 그것 같다. 관장님을 다시 한번 봬서 더 깊은 이야기를 나고 싶은 생각도 든다.

이날은 돌과 친해지는 하루였다.

 

이창학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3월에 제주도로 내려와 볍씨학교에서 사는 16살 이창학입니다. 제가 제주에 오게 된 계기는 저에 대하여 알고 싶고 책임감을 키우고 싶어서 왔습니다. 제주에 내려온 지 두 달이 되었는데 많은 것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제가 일을 하며 통해 알아간 것을 나누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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