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에서 강성욱 농업인이 친환경 농법(EM)으로 생산하는 양배추. 
양배추밭. (사진=제주투데이DB)

아버님 제사 뒷날 어머님을 고향에 모셔다드리면서 같은 골목에 사는 청년 부부에게 제사 퇴물을 가져다주었다. 귀농 5년 차인 부부는 친환경 농사를 짓고, 직거래를 하는 등 우리 마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33세인 남편은 50대가 주축인 청년회 총무를 하고, 이십 대 후반인 아내도 부녀회 활동을 하는 등 서울깍쟁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마을일도 열심히 한다. 그래서 필자는 조금이라도 힘이 될까 하여 어머님 댁에 갈 때마다 그들 집에 들른다.

청년부부가 “땅은 정직해서 노력한 만큼 되돌려 준다는 믿음으로 귀농했는데, 올해 양배추를 갈아엎었다”며 역귀농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청년창업농 1만명 육성대책’으로 2018년부터 매년 1600명의 청창농에게 월 80∼100만원의 영농정착지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2019년 농림어업조사’ 결과 40세 미만 농업경영주는 2017년보다 2414명이 줄어든 6859명으로 전체농가의 0.7%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창업농 육성 정책 포스터. (사진출처=농림축산식품부 홈페이지)
청년창업농 육성정책 포스터. (사진출처=농림축산식품부 홈페이지)

청창농 육성에 농식품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청년 농업경영주 비중이 줄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영농기반이 없는 신규농들이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땅을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농진청에 따르면 ’19년 노지감귤 소득액은 10a(아르·약302.5평) 당 167만원이다. 2020년 도시근로자 2인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5274만원이다. 따라서 귀농부부가 도시와 같은 수준의 소득을 창출하려면 9000평 이상의 노지감귤을 재배해야 한다. 

9000평의 과수원을 매입하려면 45억원이 소요되고(농지가격을 평당 50만원이라고 가정), 그 대출금 이자를 갚으려면 연 4500만원이 들어간다(대출이자를 1%라고 가정). 제주에서 농지를 매입하여 농사짓는 것은 정신 나간 짓이다. 

청창농이 농지를 확보하는데 농지은행이 도움이 되기는 하나, 오늘 농어촌알리미(http://www.alimi.or.kr)에 올라와 있는 제주도 전체의 매물 건수가 1건에 불과한 것처럼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다. 농지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청창농 육성도 불가능하다.  

귀농했다고 정착이 되는 것도 아니다. 농업은 매년 기후가 달라지고 병충해 발생 양상도 달라서 어떤 산업보다도 경험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청창농이 경험을 쌓을 동안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청창농이 같은 작물을 같은 방식으로 재배하는 같은 지역의 멘토와 같이 농사짓는 것이다. 

청년창업농이 초당 옥수수 터널이식 재배법을 익히는 모습. (사진=제주보타리친환경학교 제공)
청년창업농이 초당 옥수수 터널이식 재배법을 익히는 모습. (사진=제주보타리친환경학교 제공)

청창농 육성에 있어 제도상의 문제는 정착초기에는 교육 및 지원 사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만,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서비스가 자립할 때까지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제주도는 지역단위의 농업인력 육성계획이 거의 없다. 지역 특성을 반영한 청창농 육성계획을 지역단위로 수립하고, 그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청창농을 어떻게 선발·육성·정착시킬 것인지를 구체화해야 한다. 특히 제주도는 수질 오염 등 환경문제가 도민의 삶과 직결되기에 청창농 지원사업 대상자는 친환경 농업인으로 한정할 필요도 있다. 

필자는 서부농업기술센터에서 제주보타리친환교학교에 위탁하여 처음으로 시행하고 있는 ‘강소농 제주청년농부 자율모임 유기농업교육’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이 모임이 자재구매, 농산물판매, 농기계 이용뿐만 아니라 재배 활동까지 수눌음하는 조직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또한 청창농 육성 주체 간 네트워킹을 활성화시켜 가용한 인적·물적 자원을 연계하면서 일관되면서도 효과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대상자 선정은 행정에서, 교육은 농업기술센터에서, 자금 대출은 지역농협에서 각각 담당하고 있는 현 체제로는 서비스 간 연계가 부족할 수밖에 없고, 정책의 성공·실패에 대한 책임소재도 가릴 수 없다. 따라서 청창농 육성업무를 전담하는 기구나 민간 조직을 양성하여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여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청년창업농들이 유기농업자재 만들기 실습을 하는 모습. (사진=제주보타리친환경학교 제공)
청년창업농들이 유기농업자재 만들기 실습을 하는 모습. (사진=제주보타리친환경학교 제공)

2020년 말 기준, 제주도 농가는 3만519호로 전체 가구의 10%를 차지한다. 40세 미만 농업경영주는 863명이고, 65세 이상 농업경영주는 전체의 50.3%이다. 농업인은 끊임없이 줄어들고 노령화되는데, 젊은 농부는 충원되지 않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15년 후에는 농가 수는 지금의 1/2 이하로 떨어지고, 65세 미만 농업경영주는 1000명 미만이 된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농사지을 사람이 없게 되면, 농지는 개발업자에게 팔릴 것이고, 농지가 개발되면 완충지대가 사라져 제주도는 제주다움을 완전히 잃은 콘크리트 도시가 될 것이다. 지금부터 농지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방안 및 제주에 맞는 청년농육성 방안에 대해 공론화하고 차기 도정에 반영시켜야 한다.     

텃밭에는 비닐을 벗은 초당 옥수수가 먹구름을 몰고 오는 바람에 세차게 흔들리고 있다. 그래도 옥수수는 허리를 꺾지 않는다. 청년 부부도 꺾이지 않고 튼튼하게 뿌리박기를 소망한다.
 

고기협.<br><br><br>​​​​​​​<br>
고기협.
 

쌀 증산왕의 아들로 태어나다. ‘농부만은 되지 말라’는 아버지의 소망을 뒤로 하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다. 대학에서 농사이론을 배우고 허브를 재배하다. 자폐아인 큰딸을 위해서 안정된 직업 농업공무원이 되다. 생명 파수꾼인 농업인을 꿈꾸는 필자. 건강한 먹거리와 지속가능한 농업을 연결하는 ‘말랑말랑’한 글을 매주 화요일 연재한다. 독자들에게 제주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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